▲ 연평도 포격(2010.11.23) 전후 손해보험사 자산운용률 추이(단위: %).[자료: 각사 결산보고서]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최근 북한의 지뢰 도발로 고조됐던 남북간 긴장이 고위급 회담 타결로 완화된 가운데 투자영업 의존도가 높은 손해보험사들은 대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주요 도발 직후 오히려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을 최대한 굴려 보험영업적자를 메워야 하는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투자를 게을리 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30일 각 보험사가 공시한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건 발생 이후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옛 LIG손보) 등 상위 4개사가 발표한 4~12월 자산운용률은 81.36%로 4~9월 81.03%에 비해 0.3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연평도 포격 사건 발생 이후, 즉 10월 이후 총자산에서 운용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오히려 커졌다는 얘기다. 당시 이들 손보사의 전체 운용자산 중 사태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유가증권 비중은 최고 70%에 육박했다.

현대해상은 이 기간 자산운용률이 78.7%에서 79.4%로 0.7%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동부화재는 82.72%에서 83.03%로 0.31%포인트, KB손보는 76.9%에서 77.2%로 0.3%포인트 자산운용률이 상승했다. 동부화재와 KB손보는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의 비중을 각각 63.48%에서 66.23%로 2.75%포인트, 45.5%에서 46.2%로 0.7%포인트 늘렸다.

삼성화재는 85.81%였던 자산운용률이 85.8%로 0.01%포인트 내려가 유일한 하락세를 보였다.

대형 손보사들의 이 같은 자산운용 양상은 온 나라가 월드컵의 열기로 달아올랐던 2002년 제2연평해전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제2연평해전 발생 후 발표된 2010년 4~9월 4개 손보사의 평균 자산운용률은 87.28%로 발생 전 나온 2001사업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 87.18%에 비해 0.1%포인트 상승했다.

해당 기간 현대해상은 85.1%에서 86.3%로 1.2%포인트, 동부화재는 87.1%에서 87.4%로 0.3%포인트 자산운용률이 상승해 오름세를 주도했다. 현대해상과 동부화재는 운용자산 중 유가증권 비중을 각각 59.8%에서 59.9%로 0.1%포인트, 67.51%에서 70.08%로 2.57%포인트 늘렸다.

반면 삼성화재는 89.7%에서 89.4%로 0.3%포인트, KB손보는 86.8%에서 86%로 0.8%포인트 자산운용률이 떨어졌다.

손보사들이 대북 리스크의 불똥이 증권시장을 비롯한 자산운용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산을 적극적으로 굴린 데에는 보험영업손실을 투자영업이익으로 메우는 업권의 특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손해율 상승으로 보험영업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만회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려면 시장 환경 악화에도 투자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예를 들어 현대해상의 경우 연결재무제표 기준 올 상반기(1~6월) 투자영업에서 4762억원의 이익을 올렸으나, 보험영업에서는 1264억원의 손실을 냈다. 보험영업손실을 투자영업이익으로 메우지 못했다면 2353억원의 영업이익과 1679억원의 순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2000년대 들어 남북간 직접적인 대치가 수개월에서 수년간 장기화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급격히 악화된 사례가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이달 4일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 사건 발생 이후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았던 남북간 갈등이 극적인 협상 타결로 봉합된 만큼 이번에도 대북 리스크가 손보사들의 자산운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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