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정부가 지난 6일 2015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ndividual Savings Account, 이하 ISA) 도입을 확정했다.

ISA 제도는 정부가 저금리 고령화 시대에 적절한 투자수단 부재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재산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베이비부머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시기가 도래하며 신속한 노후대비 자금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본지는 내년 초로 예정된 ISA 본격 도입에 앞서 사용자 입장에서 본 ISA의 개념과 세제혜택, 해외 주요국의 사례, 국내의 효율적인 ISA 도입방안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중저소득층 유동성 저축 증진에 가장 큰 목적 둬야
내년에 도입될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는 도입목적이 어떻게 설정되느냐에 따라 그 역할이 달라진다.

기존 세제혜택 금융상품으로는 생애주기에 따른 저축투자 플랜을 활성화하는데 장애가 많았다. 의무보유 기간 설정은 중저소득층 잠재 가입자들의 외면을 받았으며 단품종 개념으로 도입된 세제혜택 금융상품의 특성상 위험 성향이 상이한 모든 잠재가입자들을 포괄할 수 없었다.

이에 반해 내년부터 도입되는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는 다양한 금융상품들을 한 계좌 내에 자유롭게 담을 수 있어 가계 보유 금융자산의 다변화, 금융기관의 편의성 제고, 복잡한 기존 세제혜택 금융상품의 통합, 부족한 퇴직자산의 보완 측면 등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영국(ISA), 캐나다(TFSA), 일본(NISA) 등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를 도입한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보면 가입요건이 매우 관대해 소득수준에 따른 가입 제한이 거의 없고 연금성 저축계좌로부터 분리해 순수한 유동성저축 증진을 목적으로 도입됐다.

그 결과 연금성 저축계좌들이 ‘EET(Exempt-Exempt-Taxed)’방식의 세제혜택을 통해 자산 인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것과 달리 ISA, TFSA, NISA는 ‘TEE(Taxed-Exempt-Exempt)’ 방식의 세제혜택을 부여해 자산 인출을 사실상 제약하지 않았다. 가입자들의 유동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유동성저축 또는 예비성저축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서다.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의 도입 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중저소득층의 유동성저축 증진 △부족한 기존 퇴직자산의 보완 △가계 보유 금융자산의 다변화 등을 들 수 있다.

단 이 세 가지 도입목적들은 서로 상충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계좌에서 완벽하게 구현할 수는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실적인 한국형 ISA 도입방안으로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의 가장 큰 도입목적을 중저소득층의 유동성저축 증진에 두고 퇴직자산의 보완과 가계 보유 금융자산의 다변화라는 보조적인 목적을 일정 부분 반영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 이유는 퇴직자산의 보완과 가계 보유 금융자산의 다변화라는 목적에 초점을 맞추면 조기인출을 제한하고 투자성 자산 의무비율을 높게 잡아야 한다. 이 경우 중저소득층의 계좌 가입이 어려워져 최소한 해당 소득계층에 대해서는 인출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제약을 가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현실적 시행 위해 연소득 따라 저축한도 다르게 설정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 도입을 위해서는 검토해야 할 세부 이슈들이 많다. 가장 먼저 기존 세제혜택 상품들을 정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생계형 저축, 농어가 목돈저축 등 특정계층의 지원을 위해 만든 상품을 제외한 재형저축·장기저축성보험·세금우대종합저축·장기집합투자증권저축 등 일반적인 저축투자 증진이 목적인 상품들은 모두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로 편입하고 기존 체계에서는 더 이상 가입자를 받지 않도록 한다.

계좌의 법적 구조도 결정해야 하는데 하나의 물리적 마스터 계좌에 모든 금융상품을 포괄할 수 있는 방안이 어렵다면 개별 금융계약 방식과 신탁계약 방식을 융합한 형태로 설계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또 계좌 편입상품의 이전 및 교체를 자유롭게 해 계좌를 완전히 해지하지 않는 한 세제혜택이 이어지도록 하며, 궁극적으로 5년을 주기로 제도운영 전반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를 영구적인 제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이 좋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제도의 현실적인 도입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득상위 10% 내외인 연간소득 8000만원 이상의 개인들을 가입대상자에서 제외하고 세제혜택의 방법은 계좌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설정할 것”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예금형계좌에 대해서는 ‘TEE’ 방식을 적용하고 다른 유형의 계좌에 대해서는 ‘EET’ 방식을 적용해 소득공제 혜택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가입자별 전체 저축 및 투자한도는 1인당 연간 1000만원, 생애전체 1억원으로 설정하되 가입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특정 계좌 유형에 납입할 수 있는 한도를 다르게 설정하도록 권고했다.

연간소득이 5000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자신이 원하면 계좌 유형에 관계없이 특정 유형에 전체 저축한도 모두를 납입할 수 있지만 연간소득이 5000만원을 초과하는 가입자는 예금형 계좌에 전체 저축한도의 30% 이상을 납입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이는 일정수준의 위험감수가 가능한 가입자들이 가급적 투자성 자산을 많이 보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 경우 연소득 5000만원 이하인 가입자에게는 어떤 경우든 인출을 제한하지 않아 충분한 유동성을 제공하도록 했다.

역기능 완전히 피할 순 없어…제도 설계의 몫
만약 계좌 도입목적을 중저소득층의 유동성저축 증진이 아닌 퇴직자산의 보완과 가계 금융자산의 다변화에 초점을 맞춘다면 다소 강한 인출제약과 투자성 자산으로 투자유도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대상자를 연소득 1억원 이하인 개인으로 설정해 범위를 넓히고 계좌 유형에 관계없이 과세 체계를 EET로 설정해 계좌 수익에 대한 비과세와 함께 납입원금의 40%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제공하는 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금형 계좌에는 가입자별 전체 저축한도의 30%만 납입하도록 제한하고 이를 가입자의 소득수준과 관계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며, 모든 가입자들에게 10년의 인출 제한을 부과하되 인출제한 방법은 탄력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물론 이와 같은 설계는 오로지 투자성 자산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중저소득층의 계좌 가입을 유도하기엔 매우 어려운 구조다.

자본시장연구원은 “국내의 ISA제도가 선진국형 비과세 저축계좌를 지향한다면 가입대상자의 범위를 19세 이상 모든 국내 거주자로 하고 소득에 따른 가입 제한을 없애야 한다”며 “또 모든 유형의 계좌에 TEE 방식의 과세체계를 적용해 납입원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적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도입될 ISA제도가 중저소득층의 유동성저축 증진을 주요 목적으로 시행된다면 완전한 유동성저축을 지향하고 자유로운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

이 경우 고소득자에게 세제혜택을 제공하면서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것에 대한 비판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은행 예금으로 집중되는 기존의 금융자산 선택 관행도 바뀌지 않을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형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의 도입은 부정적인 영향을 모두 고려할 경우 성공할 수 없다. 어느 정도의 역기능은 불가하며 그 역기능을 줄이는 것은 결국 제도설계의 몫”이라며 “비과세 종합저축투자계좌는 가입자 입장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제도다. 앞으로 이 제도가 다층구조의 퇴직자산 체계와 함께 한국인의 금융자산을 관리하는 틀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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