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오흥선 사무국장

▲ 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 오흥선 사무국장

◆‘인생설계 절반 금융설계’ 깨닫게 해야…‘나눔’ 실천 필요
한 여고생이 올린 단 두 문장의 SNS가 독일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일 쾰른에 위치한 인문계학교에 다니는 17세 나이나 케이(naina K)라는 여고생은 SNS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나는 곧 18세가 됩니다. 하지만 세금, 집세, 보험 등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요.”

“그러나 나는 시를 분석하는데 능합니다. 그것도 4개국 언어(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요…물론 우리는 학교에서 중요한 것들에 대해 배우지만 아무도 우리가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은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여고생이 올린 학교교육 비판 트위터 글로 말미암아 독일 사회는 격렬한 교육 논쟁에 빠지기도 했다.

독일 당국과 주정부 교육 정책 담당자뿐 아니라 언론·교육계에도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급기야 11월부터 110여개 고교에서 생활금융 과목을 본격 가르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대입 수능시험에서 사회탐구 10개 과목 중 경제 교과가 한 과목을 차지하는데 수능시험에서 경제 과목 채택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급기야 지난해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경제과목 시험을 치른 학생 비율이 고작 2%대였다.

혹시 70년대 초등학교 다니신 분들은 실과시간에 단골 메뉴로 등장한 닭 품종이나 돼지 품종에 대해 달달 외운 적이 있었을 것이다.

영국 돼지 품종으로 요크셔 햄프셔 바크셔가 있는데 요크셔는 흰털에 분홍색 피부, 햄프셔는 검정털에 허리에 흰 띠가 특징이라는 내용이었다. 대구지역이 소우지(小雨地)이고, 요크셔 품종을 외우는 게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한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2018학년도 고교 문·이과 통합과 관련해 필수 과목이 된 통합사회란 과목에 금융단원이 초라할 정도로 조금밖에 안 들어가 문제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최근 수도권 한 중학교에서 금융 특강을 했다.

이날 강의는 재미있는 인생 재무설계 보드게임으로 ‘15세 중학생이 꼭 알아야 할 금융’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말하자, 중간 줄에 앉은 한 여학생이 내게 물었다.

“그런데 강사 선생님은 돈을 얼마나 모았죠?”

앞줄에 있던 또 다른 학생도 궁금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연봉이 얼마나 돼요?... 집은 있어요?”

요즘 청소년들은 돈에 관해 관심이 무척 크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찍부터 돈을 밝히면 안 된다’라고 배워 왔다.

‘인생설계의 절반은 재무설계’라는 말이 있듯 돈이 삶에서 전부는 아니지만, 삶을 활기 있게 보내는데 절대 필수 요소임엔 틀림없다.

◆학생 금융욕구 큰데 수업은 1년에 고작 3시간
그런데 학교 금융교육은 아직까지 부족하다.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쓰는 것에 대해서는 학교 교육 과정에서는 거의 시키지 않는다. 1년에 3시간 정도다. 그리고 일반 고교 경제과목 제일 끝부분에 금융 단원이 있는데 집중해서 배우는 기회도 적다.

2013년에 사단법인 청소년금융교육협의회에서 고교 금융교육 실태조사를 해보니까, 고교생 10명 중에 7명이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드넒은 삶의 바다에서 어린이·청소년들이 100년까지 항해하기 위해 필요한 양분을 준비토록 하는 게 인생 재무설계요, 사금융 피해 등 위험 요소도 많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금융교육이다.

그런데 고교나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뎌야 할 이들이 금융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나간다는 것은 수영을 배우지 않고 바다에 뛰어드는 꼴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금융교육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또 어떤 의미에서 국가 전략 과제 중 하나로 채택하고 있다. 미국 43개 주에서는 금융교육을 교육 과정에 완벽하게 포함하고 있으며 영국은 11세부터 16세까지 금융 과목을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잘 사는 나라가 금융교육을 더 열심히 하고 있다.

돈을 밝히는 아이가 아닌 돈에 밝은 아이로 다시 태어나게 할 일이 우리 세대에게 요구되는 시기다.

자녀를 부자로 만드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 유산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저축 소비 투자 위험관리 등을 잘 배우고 익혀서 미래 올바른 생활경제인이 될 수 있게 하는 금융 습관일 것이다.

그러잖아도 힘든 부모 세대들은 “자녀 금융교육을 어떻게 뭘 시켜야 하란 말인가?”라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간단하다.

인생 100세 시대에서는 20~30대가 되면 진학, 취업, 결혼, 출산, 전셋집 마련 등을 해야 한다. 40~50대는 자녀교육, 내집마련, 퇴직준비, 노후준비, 자녀결혼 준비를 거친다. 60~80대 이후는 직장은퇴, 제2직업 찾기, 건강관리, 취미생활, 건강관리 등을 하며 노후를 보내게 된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아하! 인생주기가 이런 흐름이구나’ 라고 똑 부러지게 눈뜨게 하는 것이 바로 금융교육의 시작이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이런 예를 들어 설명했다.

“좋은 사람과 즐기는 기차여행 30분은 5분처럼 빨리 지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기차여행은 5분도 30분처럼 길게 느껴진다.”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는 것이 인간 수명의 상대성 이론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돈을 어떻게 많이 벌어서 어떻게 잘 먹고 잘 살까 하는 게 아니라 무엇을, 누구와, 어떻게 나누며 행복하게 살까를 준비하는 것이 진정한 재무설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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