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관점서 서비스하는 ‘물의 리더십’ 발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동일한 스토리나 이름의 반복은 브랜드 형성의 첩경이다.

그래서 코카콜라의 유리병은 수십 년 동안 같은 모양이었고 오리온 초코파이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정(情)’을 소재로 한 광고를 해왔고 박카스도 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삶의 단상을 소재로 ‘인간적인 제품’의 이미지를 알려왔다.

그렇게 십여 년에서 수십 년 이어진 스토리는 소재는 달라도 동일한 주제를 전달하면서 강력한 브랜드가 되어간다. 이렇게 형성된 브랜드는 그 어떤 세일즈맨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튼튼한 토대 역할을 하게 된다.

# NH증권의 ‘100세 시대’ 마케팅
한 증권사에 입사해서 그 회사의 CEO에 올랐지만, 5번 회사명이 바뀐 현직 증권사 CEO가 있다. 지난해 합병을 통해 자산규모 국내 1위 자리에 오른 NH투자증권의 김원규 사장이 그 주인공.

NH투자증권은 합병 전 김 사장이 CEO를 맡고 있던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줄곧 마케팅을 펼쳐 온 ‘100세’ 마케팅에 올인 하고 있다.

100세 연금상품은 물론 ‘100세시대연구소’, 그리고 그 연구소에서 발간되는 ‘100세 시대 행복리포트’, 서울대학교와 함께 마련한 ‘100세 시대 인생대학’은 벌써 7기생을 모집하고 있으며 본사 건물에는 직원 건강을 위한 ‘100세 건강계단’을 마련했다.

만드는 상품은 물론 행사명까지 모든 것에 ‘100세’를 붙인 이름 짓기로 저금리 시대의 자산관리 시장에서 고객에게 한발 더 다가가는 영업을 펼치는 것이다.

# 백세는 상수(上壽)
한자어로 100세는 ‘상수(上壽)’이다. 《장자(莊子)》 〈도척〉편에 등장하는 ‘상수(上壽)’, ‘중수(中壽)’, ‘하수(下壽)’의 세 종류의 나이 중 가장 많은 나이인 100세를 의미한다. 중수와 하수는 각각 80세와 60세의 나이를 말한다.

장자는 이 구절에서 ‘기기과극(騏驥過隙)’, 즉 인생은 ‘달리는 천리마를 문틈으로 바라보는 것’처럼 짧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2500년 전의 나이 개념으로든, 과학기술의 발전을 통해 평균나이가 80을 넘어선 현재의 개념으로든 상수는 분명 장수를 의미하는 나이이다.

그런 상수(上壽)를 제대로 살아가는 것은 ‘기기과극(騏驥過隙)’의 의미를 알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이 같은 뜻을 담은 사자성어가 ‘상수여수(上壽如水)’이다. 출전은 불분명하지만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흐르는 물처럼 도리에 따라 살아야 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 상선약수의 리더십
공자는 흐르는 물을 보면서 세월의 흐름을 느꼈다. 그것이 《논어》에 나오는 ‘서자여사부(逝者如斯夫)’이다. 낮이나 밤이나 쉼 없이 흐르는 물을 보면서 말년의 공자는 우리네 인생도 그렇게 쉬지 않고 흘러가면서 변화의 물결을 따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노자도 ‘물’을 매우 중요시했다. 《도덕경》에서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고 말하고 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남들이 다 싫어하는 낮은 곳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리고 만나는 모든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노자는 물과 같다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

노자는 물의 덕성을 지닌 지도자를 최고의 리더십으로 꼽는다. ‘물’을 닮은 지도자는 △늘 땅처럼 낮고 겸손하며 △연못처럼 깊고 고요하고 △하늘처럼 공평하며 △말을 하면 반드시 책임을 지고 △물처럼 부드럽고 유연해 일처리가 능숙하고 △때에 맞춰 움직인다고 말하고 있다.

# 손자병법에서의 물
이 같은 노자의 ‘물’에 대한 생각은 손자와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손자병법》에서 손자는 물을 통해 유연함과 겸손함, 놀라운 적응력, 그리고 끊임없는 변화를 발견한다.

유연함은 물을 담고 있는 그릇의 모양에 따라 모습을 변화시키는 모습을 보고 ‘병형상수(兵形象水)’를 말한다. 그래서 모든 조직은 물을 닮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겸손함은 노자가 말하는 것과 같은 내용으로 ‘피고이추하(避高而趨下)’, 즉 물이 높은 곳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듯, 상대의 강한 부분을 피하고 약한 부분을 공략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위대한 적응력을 말하는 구절은 ‘수인지이제류(水因地而制流)’, ‘물은 앞에 놓여 있는 지형에 따라 물줄기를 바꾼다’는 것이다. 그래서 군대의 모습도 상대방에 따라 늘 승리를 제어한다고 손자는 말한다.

마지막으로 변화는 ‘수무상형(水無常形)’에 담겨 있다. 물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영원한 모습이 없다.
그래서 손자는 “적에 따라 변화하여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자가 바로 신(神)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김원규 사장은 모든 기준을 ‘고객’에 맞추고 있다. 그래서 그는 고객의 관점에서 실제 필요한 것을 서비스하는 것이 제대로 된 서비스라고 말한다.

올 신년사에서 그가 인용한 《논어》의 ‘회사후소(繪事後素)’, ‘그림을 잘 그리려면 흰 바탕이 우선돼야 한다’는 말도 물의 겸손함과 유연성을 담고 있는 말이다. 이렇게 하면 ‘상수여수(上壽如水)’는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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