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만난 ‘생각’<2>

 
실패하지 않으려면 두 번은 생각하라
좋은 쪽에서 한번, 나쁜 쪽에서 한번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사마천이 추천하는 공부 방법은 ‘호학심사(好學深思) 심지기의(心知其意)’이다. 《사기》 본기에서 사마천이 밝힌 이 문구의 뜻은 “배우길 좋아하되 깊게 생각해야 마음으로 그 뜻을 알게 된다”이다.

깊은 생각을 해야 방법을 강구할 수 있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전통에서 중국에서는 생각에도 길이 있다고 말한다고 한다.

그런 탓일까? 생각의 길은 말하는 화자에 따라 다르다. 그래서 문제이기도 하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두 번 해야 한다는 말도 있고 생각이 많아지면 미혹에 빠진다는 이야기도 있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는 말도 있다. 어떤 말을 따라야 할지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의견이 분분하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먼저, 생각에 대해 부정적인 ‘노자’의 말부터 살펴본다.

도가 사상의 입장에서 볼 때 인위적인 행위 중 최악의 것은 무엇에 대한 고정된 마음, 즉 집착이다.
여기서 집착과 집중은 구분해야 하는데, 집착은 결과에 대한 애착이며 집중은 과정에 대한 애착을 말한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기준 내지는 세상의 기준에 근거해서 선과 악을 구분하고 미와 추를 나눈다. 이것이 생각이나 관념인데, 사람들은 이를 절대불변의 기준으로 여길 때가 많다. 여기에서 집착이 발생한다. 한 쪽에서만 바라본 뒤 아름다움과 추함을 구분하고 그것을 절대 변하지 않는 진리처럼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노자는 생각을 약하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성의 마음을 비우고 배를 채워주며, 생각을 약하게 하고 뼈를 튼튼하게 하라” (聖人之治, 虛其心, 實其腹; 弱其志, 强其骨. 성인지치,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 《도덕경》

여기서 배와 뼈는 내면적이고 실질적인 것을 의미하고 마음과 생각은 외면적이고 감각적인 욕망을 의미한다. 따라서 외향적이며 감각적인 욕망에 매달리면 사람들은 감각의 노예, 즉 욕망의 포로가 된다.
욕망은 한쪽 측면에서 발생한 감각의 대명사이다. 단일한 의지의 지향성에 맞춰 판단하고 실행하는 순간, 대립은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집착이 낳는 생각의 폐해 ‘집단사고’
집착의 대표적 폐해는 ‘집단사고’이다. 같은 생각을 모두가 하게 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특히 문제 되는 것은 리더의 생각과 생각하는 법이다.

그래서 리더는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이나 생각을 표현하면 안 된다. 그리고 의견도 먼저 제시하면 안 된다. 이유는 구성원들은 리더가 좋아하는 방식이나 생각을 찾아내, 그 방식에 맞춰 보고하고 그 생각과 비슷한 방안만을 만들려 하기 때문이다. 의견 또한 먼저 리더가 제시하면 구성원들은 그 순간 모두 ‘예스맨’이 되고 만다.

조직이 예스맨으로 채워지는 순간 활력은 사라지고 정체만이 남게 된다. 심리학에서 이를 ‘집단사고’라고 부른다.

집단사고는 개개인의 다양한 사고가 토론 과정에서 노출되지 않고, 집단의 대표적 생각에 의견이 모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리더의 카리스마가 강할수록, 조직의 응집력이 높을수록 집단사고의 가능성은 높아진다.

◆최소한 두 번은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는 두 번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계문자는 세 번 곱씹어 생각한 뒤라야 실행에 옮긴다. 공자는 이를 두고 ‘두 번도 좋지’” (季文子 三思而後行 子聞之曰 再斯可矣. 계문자 삼사이후행 자문지왈 재사가의) 《논어》

노나라의 대부였던 계문자는 생각이 많아 세 번은 곱씹은 뒤 실천에 옮긴 사람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공자는 두 번이면 좋지라고 말한다. 여기서의 두 번은 긍정적인 측면에서 한 번, 그리고 그 반대 측면에서 한 번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즉 이로움과 불리함을 각각 생각하여 판단한 뒤 실행하면 오류를 그만큼 줄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손무도 그의 책 《손자병법》에서 “지혜로운 자는 반드시 이로운 쪽과 해로운 쪽을 한데 놓고 생각한다”고 〈구변〉편에서 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전쟁은 속임수다》의 저자 리링은 “이로움을 함께 고려해야 하려는 일을 이룰 수 있고, 해로움을 함께 고려해야 골치 아픈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조직의 집단사고를 막고자 하는 곳에서는 두 번 생각할 수 있는 장치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운영한다. ‘데블스 에드버킷(Devil’s Advocates, 악마의 대변자)’ 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조직 구성원 중 한 명을 데블스 에드버킷으로 지명해 무조건 반대 의견을 개진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던 결정적 결함을 토론하면서 찾아내기도 하고, 의견 내지 프로젝트의 부정적 측면을 보완해서 완성도를 높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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