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정년 연장’과 관계가 깊다.

직장인의 정년을 60세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공기업과 공공기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됐다. 기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 그대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가 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 근로자들이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본지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파생될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월급은 줄지만 생애 총급여는 늘어나
임금피크제 도입이 결정됐다면 가장 먼저 회사 규정상 임금이 언제부터,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삭감되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통상 임금피크제라고 하면 근무기간을 늘리는 대신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정년 연장형’을 지칭한다.

예를 들면 57세이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4세부터 매년 10%씩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을 채택할 경우 54세부터 근로자가 받는 월급은 매년 줄어들지만 직장을 다니는 동안 받는 총급여(생애소득)는 더 늘어난다.

정년 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대표적인 사례로 LG전자와 삼성전자를 들 수 있다.

2007년 LG전자는 55세로 돼 있던 정년을 58세로 연장하면서 늘어난 근로기간에 매년 임금을 10%씩 삭감하기로 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도 55세이던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대신 56세부터 매년 연봉을 10%씩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내년부터 60세 정년이 의무화되는 만큼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정년을 맞은 근로자를 저임금으로 다시 고용해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도 있다.

‘정년 후 재고용형’이라고 부르는 이 방법은 근로자가 일단 퇴직 절차를 밟는다는 점에서 정년 연장형과 차이가 난다.

정년을 맞은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수령하고 계약직으로 일정 기간 근무하게 되는데 주의할 점은 근로계약서를 매번 다시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계약조건을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

2009년 정년 후 재고용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GS칼텍스는 정년퇴직자에게 1년 단위로 최대 2년간의 고용을 보장했으며 정년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재고용했다. 임금 수준은 정년 전 급여의 8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고 임금피크제 기간에 임금이 인상되거나 조정되는 부분은 없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이밖에 정년 연장형이나 정년 후 재고용형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서 근로시간을 주당 15~30시간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형’도 병행해 실시할 수 있다.

상여금·복지수당 변경 여부도 꼼꼼히 살펴야
임금피크제의 유형을 살폈다면 다음으로 임금이 언제부터 어떻게 줄어드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년 연장의 경우 임금삭감 방법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먼저 계단식으로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임금을 삭감하는 방법이 있다. 임금피크 시점부터 정년 퇴직 때까지 기간이 길 경우 한꺼번에 임금을 큰 폭으로 삭감했을 때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많이 사용한다.

삼성전자는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연장하면서 매년 임금을 10%씩 감액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이 경우 근로자의 연봉이 55세 때 1억원이었다면 56세 때는 9000만원, 57세 때는 8000만원, 58세 때는 7000만원, 59세 때는 6000만원, 60세 때는 5000만원이 된다.

반대로 임금피크 시점에 한번만 급여를 삭감하고 퇴직할 때까지 급여 수준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

임금피크 시점부터 퇴직할 때까지 기간이 길지 않을 때 이 같은 방식을 많이 적용하는데 앞서 예로 든 GS칼텍스의 경우 정년 퇴직한 직원을 2년간 다시 고용하면서 정년 전 임금을 20% 감액해 지급했다.

임금 항목 중 어떤 부분이 삭감되는지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임금은 크게 기본급, 상여급, 성과급, 수당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 중 정상적인 근로의 대가로 수령하는 ‘기본급’이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된다.

이때 정기적으로 수령해왔던 상여금이나 식대, 차량유지비 등과 같은 복리후생 수당에도 변경이 있을 수 있으니 잘 확인해봐야 한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뿐만 아니라 취업장소와 담당업무, 휴일, 연차유급휴가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임금피크제 도입 이전과 어떤 부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숙지해둘 필요가 있다.

활기찬 퇴직 후의 삶 준비하는 기간 돼야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임금뿐만 아니라 퇴직금도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퇴직연금 미가입자와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 가입자다.

이들은 근무연수에 30일분의 평균임금을 곱해 퇴직급여를 산정하는데 이때 평균임금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총 급여를 근무일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따라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평균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금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근로자들이 이 같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을 도입하는 기업도 많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면 회사에서 매년 퇴직금이 발생할 때마다 근로자 명의로 된 계좌에 넣어주기 때문에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더라도 퇴직금을 손해보지 않게 된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의 경우는 임금이 피크에 이르렀을 때 퇴직금 중간정산을 신청하는 방법도 있다.

임금피크제 대상이 돼 줄어든 월급을 연금으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은 경우 이 돈을 IRP계좌로 이체해 놓으면 55세 이후에 언제든 연금으로 수령받을 수 있다. 대부분의 회사가 55세 이후에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정산 받은 퇴직금을 IRP계좌로 이체해 바로 연금으로 빼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한다. 특히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최대 30%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단순히 대상자의 임금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근무시간 조정도 함께 이루어진다.

이전보다 비교적 책임감도 적고 단순한 업무가 주어지며 업무시간도 줄어들어 인적으로 활용할 시간이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 변화다.

이렇게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임금피크 기간이 끝나고 퇴직한 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는 “임금피크제 적용 기간 동안 늘어난 시간을 활용해 인간관계의 중심축을 회사에서 집과 지역사회 중심으로 옮겨가야 한다. 임금피크제로 월급이 줄어들지만 반대급부로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많아지기 때문에 거주지 주변에서 동호회 등의 활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며 “임금피크제 기간은 현역 시절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시간임과 동시에 은퇴 후의 새로운 삶을 활기차게 준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고 조언했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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