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최근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임금피크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들이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이유는 ‘정년 연장’과 관계가 깊다.

직장인의 정년을 60세로 하는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부터 공기업과 공공기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정년이 60세로 의무화됐다. 기존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체계 그대로 정년만 연장하면 기업주의 인건비 부담이 커져 임금을 삭감하는 방식의 임금피크제가 그 대안으로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일하는 회사에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면 근로자들은 이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본지는 임금피크제로 인해 파생될 변화와 대처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막연한 정년 연장 땐 퇴직금 줄 수도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가 도입되면 일정 연령부터 근로자의 급여가 줄어든다. 이때 퇴직금은 회사에서 어떤 퇴직급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지 또 근로자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늘어날 수도 줄어들 수도 있다.

우리나라 퇴직급여 제도는 크게 ‘퇴직(일시)금’과 ‘퇴직연금’이 있는데 아직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회사의 근로자를 예로 들어보자.

회사에서 30년간 일한 A(55)씨의 월평균 임금은 600만원으로 A씨가 55세에 퇴직하면 퇴직금으로 1억8000만원(600만원×30)을 받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정년을 55세에서 60세로 5년 연장하면서 급여를 매년 10%씩 감액하기로 했다면 60세 퇴직 때 받는 퇴직금은 총 1억500만원(300만원×35)이 된다. 근무기간이 5년 더 늘어났는데도 퇴직금은 7500만원이나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퇴직금을 손해보지 않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임금피크제 시행에 맞춰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면 된다. 현행법에서는 퇴직금 중간정산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몇 가지 부득이한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는 경우도 그 중 하나다.

앞의 사례에서 A씨가 55세부터 매년 임금이 감소할 때마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면 5년 동안 총 2억100만원의 퇴직음을 받게 된다. 중간 정산을 하지 않을 때보다 9600만원이나 더 받는 셈이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서는 매년 중간 정산을 하는 게 번거로울 뿐 아니라 중간정산을 해서 받은 퇴직금을 그때 그때 다 써버리면 정작 노후에 쓸 돈이 부족할 수 있다. 회사로서도 근로자들이 중간 정산을 할 때마다 일일이 대응하는 것이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이 경우 회사는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을 생각해볼 수 있다.

DC형은 회사가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를 근로자 명의로 된 계좌에 입금하고 근로자가 이 돈을 직접 운용하는 퇴직급여 제도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이 줄어들 때마다 중간 정산을 하는 것과 동일한 금액을 퇴직급여로 받을 수 있어 유리하고 회사도 근로자의 중간정산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불이익 피하려면 퇴직연금 DC형 전환을
기존에 퇴직연금(DC형)에 가입한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를 시행한다고 해서 퇴직급여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문제는 확정급여형 퇴직연금(DB) 가입자다. DB에서 퇴직급여 산정방식은 퇴직(일시)금과 동일한데 평균임금에 근무기간을 곱해 퇴직급여를 계산하기 때문에 임금이 줄어들면 퇴직급여도 함께 줄어들게 된다.

이 경우 DB형에 가입된 근로자가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려면 회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퇴직금을 중간 정산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퇴직연금 제도에서는 중간 정산이 허용되지 않는다.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은 회사에서 DC를 추가로 도입한 다음 임금피크가 도래했을 때 근로자에게 DB에서 DC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앞의 A씨가 DB가입자라면 55세에 임금피크를 맞아 퇴직연금을 DB에서 DC로 갈아탈 경우 이미 발생한 퇴직급여 1억8000만원은 본인 이름으로 된 DC계좌로 바로 입금된다. 또 56세부터 60세까지 발생하게 되는 퇴직급여 역시 해당 DC계좌로 입금된다. 이렇게 적립한 돈과 운용수익은 퇴직할 때 연금이나 일시금으로 받을 수 있다.

중간정산 퇴직금, IRP계좌로 지켜내야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면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는 근로자가 많아질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각종 소비 유혹으로부터 퇴직금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물리적 회계장치를 갖춰두면 도움이 된다. 이 같은 장치로 개인형 퇴직연금(IRP)을 꼽을 수 있는데 IRP는 잘만 활용하면 ‘절세와 노후’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

임금피크를 맞아 근로자가 회사에 퇴직금 중간 정산을 신청하면 회사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남은 금액만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당장 퇴직금이 줄어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중간 정산을 했지만 당장 쓸 돈이 아닌데 세금까지 내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 때 퇴직금을 IRP계좌로 예치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근로자가 금융기관을 방문해 IRP계좌를 개설하고 회사가 해당 계좌에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이체하면 근로자는 퇴직소득세를 떼지 않은 퇴직금 전액을 IRP계좌로 이체받을 수 있다. 단 이 같은 방법은 금융기관과 회사 간 원만한 업무 협조가 이뤄질 때 가능하다.

이미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근로자가 직접 개설한 IRP계좌에 퇴직금을 재예치하면 된다. 이때 중간 정산한 퇴직금을 전부 또는 일부만 이체해도 되는데 일부만 이체하는 경우 퇴직소득세도 해당 비율만큼 돌려받을 수 있다.

IRP계좌에 퇴직금이 이체되면 금융회사에서는 과세이연신고서를 만들어 퇴직금을 지급한 회사로 송부한다.
‘과세이연신고서’란 퇴직금이 다시 IRP계좌에 입금됐으므로 원천 징수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달라고 요청하는 서류다. 이를 수령한 회사는 퇴직금 입금 비율을 확인한 다음 해당 비율만큼 퇴직소득세를 IRP계좌로 송금해준다.

일단 IRP계좌로 퇴직금을 이체하면 이후 절차는 근무하는 회사와 금융회사가 알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근로자는 퇴직소득세가 제대로 계좌에 입금됐는지만 확인하면 된다.

‘세금+보장’잡는 연금수령 방식은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급여가 줄었다고 해서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비까지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임금만 갖고 생활이 어려울 수도 있는데 이때 부족한 임금은 연금으로 보완할 수 있다.

앞서 예로 든 IRP계좌에 이체한 퇴직금은 55세 이후면 언제든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어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는데 도움이 된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가장 큰 혜택은 30%에 해당되는 세금 감면이다.

퇴직금 1억원을 수령한 근로자는 퇴직소득세로 1000만원을 납부해야 한다. 하지만 퇴직금을 전부 IRP계좌로 이체하고 10년 동안 1000만원씩 연금으로 받는다고 치면 연금소득세가 해마다 70만원만 부과돼 10년 동안 낸 세금을 전부 합쳐도 700만원이 된다. 연금수령 방식으로 총 300만원을 버는 셈이다.

만약 급전이 필요해 IRP계좌에 적립된 퇴직금을 중간에 찾아 써야 한다면 일반적으로는 IRP계좌 적립금 중 일부만 꺼내 쓸 수 없어 계좌 전체를 해지해야 한다.

하지만 주택 구입, 요양, 파산, 개인회생, 천재지변 등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될 경우 중도인출이 허용된다. 전체 해지나 중도인출을 하게 되면 IRP계좌에 퇴직금을 이체하면서 돌려받았던 퇴직소득세를 다시 납부해야 하는데 부득이한 사유가 인정되면 연금으로 수령할 때와 마찬가지로 세금을 30% 감면받을 수 있다.

*자료제공: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