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받을 용기’등 인문학 서적 대세
응답자 173명, 신간 도서 선호 뚜렷해

무인도에 가져갈 책 ‘성경, 삼국지, 논어’순
‘미움 받을 용기, 삼국지’ 등 후배에게 추천

이색 도서
무인도 갈 때 ‘빈노트’…“뭔가 적고 싶어요”
‘키로파에디아’…“키루스에게 배워야 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사회의 트랜드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 금융회사의 특성이어서 그런 걸까? 국내 금융회사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주로 읽고 있는 책은 발간 6개월이 안된 신간서적이 주를 이루었고, 특히 많이 팔리고 있는 책 중 상위에 올라있는 책을 주로 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휩쓸리듯이 모든 금융회사 임원들이 베스트셀러를 읽지는 않고 173명의 응답자들의 손에는 80여 권의 다양한 책이 들려 있었다. 다만 80여권의 책 중 60%는 출간된 지 1년이 안된 신간 서적들이었으며, 응답자의 10% 정도는 고전을 읽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현재 임원들이 읽고 있는 책 중 상위 10권을 분석해보면 2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문 영역의 책이었으며 나머지 두 권도 사회의 변화에 대한 실증적 변화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특히 출간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미움 받을 용기》는 국내 금융권 임원들이 현재 가장 많이 읽고 있는 책으로 조사됐다.(응답자 173명 중 13명) 그 다음은 인문학에 대한 내용을 강단의 학자들처럼 학문적으로 정리하기보다 토막상식처럼 정리하듯이 고갱이를 모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인문학 열풍의 근원 중 한 축이라고 말할 수 있는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도덕경》, 그리고 바둑의 신(神) 조훈현의 생각 에세이 《고수의 생각법》이 각각 응답자 6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상위 4권의 책에서 보이듯이 현재 금융회사 임원들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청년과 박사간의 대화식으로 풀어 ‘생각’과 ‘용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미움 받을 용기》나 틀(기준)을 만들어 세상과 만나지 말고 틀을 부수고 세상의 경계에서 바라볼 것을 요구하는 최진석 교수의 《생각하는 힘 노자도덕경》, 그리고 바둑의 전설이자 세계 최다승(1938승), 세계 최다 우승(160회) 등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최고의 승부사 조훈현의 《고수의 생각법》에서 현재의 고민과 현안을 풀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저출산 고령화에 따라 심각해진 인구 문제와 경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는 《2018 인구절벽이 온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이후 CEO리스크가 회사의 성패에 큰 영향을 준 것을 다룬 《평판 사회》, 영원한 고전, 인간학과 경영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사마천의 《사기》 등이 현재 금융인들의 손에서 지혜로 바뀌고 있다.

 
무인도에 한 권의 책만 가져가야 한다면?
잘 알려진 ‘로빈슨 크루소’나,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페덱스 직원 척 놀랜드(톰 행크스 분)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영국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대항해 시대’의 스코틀랜드 출신의 뱃사람도 아니며, 세상에서 가장 바쁜 척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척 놀랜드처럼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조난당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그래서 단 한권의 책만 가져 갈 수 있다면 어떤 책을 가져가겠냐는 질문에 국내 금융회사 임원들은 ‘성경, 삼국지, 논어, 도덕경’ 등의 책을 서슴치 않고 꼽았다. 이유는 평소 완독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자신 말고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양한 등장인물과 대화를 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성현들의 이야기를 자기성찰의 화두로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밖에도 금융인들은 《어린 왕자》, 《로빈슨 크루소》, 《마션》, 《토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등 생각할 거리가 많은 책이나, 실제 조난을 당한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생환하는 내용이 담긴 책들을 가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1위를 기록한 《성경》은 종교와 무관하게 응답자 170명(3명은 무응답) 중 21명이 꼽았으며, 이유는 절박한 상황에서 신과 대면해야 하는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내고자 하는 바람이 많았다. 특히 우리은행의 한 상무는 “최고의 베스트셀러로써 나약한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좌절과 절망 속에서 희망과 용기, 믿음을 얻을 수 있는 한 줄기 빛과 같은 도서라고 생각한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한편 보험개발원과 은행, 카드사 등의 임원 4명은 무인도에 출판되어 나온 책이 아닌 ‘빈노트’를 가지고 가겠다는 답을 해 눈에 띄었다. 이유는 자신들이 무인도에서 겪은 이야기를 적겠다는 것이다. 내러티브(서사)에 대한 개인의 의지가 투영된 답변이라 하겠다.

 
“이런 책을 추천합니다”
자신이 읽은 책 중 후배 직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은 다양했다. 올 최고의 베스트셀러부터 최고의 고전, 위기를 극복한 기업의 스토리, 인문학 베스트셀러까지 하나의 트랜드로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분야의 책이 추천되었다.

특히 응답자 168명(5명 미응답)이 70여권의 책을 꼽을 정도로 각각의 사연을 담아 추천했을 만큼, 직장인 선배로서 금융회사의 임원들은 후배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도 다양했다.

상위에 오른 책들은 《미움 받을 용기》와 《삼국지》, 광고인 박웅현씨가 자신만의 책읽기와 창의력 깨우기를 소개한 인문도서 《책은 도끼다》 등이다. 이밖에 현재 읽고 있는 책에서도 상위에 오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병법서의 고전 《손자병법》, 스테디셀러로 인류 문명의 발달사를 다룬 《총,균,쇠》, 《사기》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올해 최고의 베스트셀러 《미움 받을 용기》는 전체 응답자 중 8명이 추천했으며, 현대해상의 한 상무는 “단순히 ‘떠나라’, ‘내려놓아라’와 같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직면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이끌고 대처법을 찾게 한다는 점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깨달음을 줄 것 같아서”라고 추천 이유를 말하고 있다.

금융권 임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15 금융권 임원 독서 트랜드]에 대한 설문은 지난 10월 중 3주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대표이사 이외에는 희망자에 한해 직위와 이름을 표기토록 했으며, 전체 응답자는 173명입니다. 분

야별로 은행이 4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생명보험 38명, 손해보험 30명, 카드 24명, 저축은행 17명, 증권 15명 순이었습니다. 대한금융신문 창간 20주년을 맞아 진행한 ‘금융인 독서 트랜드 및 인문학’ 설문조사에 응해주신 금융회사의 대표이사 및 임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한금융신문 기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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