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좌우명 ‘기본에 최선을 다하자’
내 마음 속 한권의 책 ‘노자 《도덕경》’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발뒤꿈치를 들고 서 있는 사람은 오래 서 있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걷는 사람은 오래 걷지 못한다.”(企者不立 跨者不行).

권흥구 보험개발원 부원장<사진>이 무인도에 갈 때 꼭 챙기겠다는 단 한 권의 책 《도덕경》의 한 대목(제24장)이다.

이 문구에서 노자는 자연스럽지 못한 인위적인 행동을 비유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발꿈치를 들고 발돋움을 하는 것은 키가 좀 더 커 보이고자 하거나, 또는 남에게 드러나 보이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행위다. 그리고 제 보폭보다 더 많이 벌리는 것은 남보다 빨리 가거나 남에게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행동이다. 이런 행동의 결과는 쉽게 피로를 느껴 넘어지거나 곧 멈추게 된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의 관점으로 보는 사람은 진정한 인식에 도달하지 못하고, 자신이 옳다고 하는 사람은 빛나지 못하며,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은 공을 차지하지 못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사람은 지도자가 되지 못한다”(최진석 교수 번역)라고 이어 말하고 있다.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의 작가 후웨이홍은 《도덕경》 위 구절을 차용한 다음 문장이 노자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라고 말한다.

“까치발을 세운다고 키가 커지지 않으며, 제멋대로 날뛴다고 힘이 세지지 않는다. 쉴 새 없이 재잘댄다고 지혜가 늘지 않으며 성공과 행복을 간절히 원한다고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어 고요한 방으로 걸어 들어가는 데에는 작은 열쇠 하나면 족하다.”

한마디로 노자는 ‘분수를 알고 기본을 지켜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권흥구 부원장은 《도덕경》의 이 구절처럼 우리 사회가 그동안 ‘기본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최근 불고 있는 인문학 열풍을 “편법과 사기, 그리고 방법을 가리지 않는 현실. 도(道)가 사라지는 사회에서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명제에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성장이라는 단어와 이를 입증할 숫자만이 유일한 정답으로 여겨졌던 지난 40여년의 시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까치발을 세웠고 남보다 넓은 보폭을 보여 왔는가에 대해 진하게 우리 사회가 반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라는 문장과 쌍을 이루며 등장하는 마키아벨리도 이 정도의 상황을 말하진 않았다고 한다. 로렌스 프리드먼은 《전략의 역사》에서 “비록 ‘마키아벨리 같은 사람(마키아벨리안)’이라는 말이 속임수와 조작을 바탕으로 한 전략가와 동의어가 되었지만 마키아벨리의 접근법은 실제로 훨씬 더 균형 잡힌 것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중국의 철학자 리링은 《손자병법》의 해설서 《유일한 규칙》에서 한비자와 마키아벨리를 착실하고 아주 성실한 사람으로 설명하고 있다. 오히려 진정으로 교활한 자들은 모두 인의와 도덕을 크게 외쳤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권 부원장은 《도덕경》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기본에 최선을 다하자’를 삶의 모토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도덕경》을 무인도에 가져갈 단 한권의 책으로 꼽은 이유는 “공자의 《논어》는 명제를 두고 하향식”으로 정리되었다면 “노자의 《도덕경》은 자유스러운 가운데 명제를 도출”하고 있으며 “현 시대를 살아가는데 지혜를 주는” 결과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권 부원장은 인문학과 경영의 관계와 관련, “인문학은 ‘기본’이기 때문에 이를 충실히 실천하면 도를 벗어나지 않고 그리하면 재물과 사람이 모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출발이 ‘기본’에 모아진다는 것이며, 기본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도 돈도 주위에 모이지 않으므로 인문학이라는 기본을 잘 갖추어야 ‘경영’에서 실패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2015년도 이제 40여일 정도 남았다. 새해 벽두에 대한민국의 교수들은 ‘근본을 바로하고 근원을 맑게 한다’는 뜻을 가진 ‘정본청원(正本淸源)’을 올해의 사자성어로 발표한 바 있다. 각종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기본이 갖춰지지 않은 대한민국을 반성하자는 의미를 담아낸 글이다. 권 부원장의 눈에도 ‘기본’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한민국이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그는 ‘선비’에서 확인한 것 같다. 그가 직원들에게 추천한 책은 한영우 교수가 쓴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이다. “우리의 선조 중에서 ‘선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통해 (선비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는 모습”을 확인해주고 그 가운데 “풍류를 즐길 줄 아는 문화를 직장과 삶에 녹이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선정했다고 한다. 일과 풍류 모두를 즐길 줄 아는 개인이 그런 사회를 만들게다.

그래서 ‘기본’은 모든 것에 적용되는 최고의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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