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금융권 임원 인문학 트렌드②]

 

‘불확실성’ 걷어낼 통찰력, 인문학에서 찾아야

인문학 소양 갖춘 신입직원의 덕목
“좀 더 창의적이며 열정적인 자세”
“타인 대한 이해 배려와 소통능력”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존 K. 갤브레이스의 명저 《불확실성의 시대》는 1970년대의 ‘석유위기’에서 촉발된 스태그플레이션이 결정적 계기가 되어 출간되었다. 아담 스미스의 고전파 경제학은 물론, 1940년대부터 30년 이상 풍미해왔던 케인스 경제학으로도 풀 수 없는 새로운 현상(실업 증가와 고물가)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갤브레이스는 기존의 정책 도구로 풀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을 보면서 확실한 판단의 바탕이 되는 체계적인 원리(철학)가 없는 시대적 현상을 읽어내고 이를 ‘불확실성’이라고 규정했다. 그가 본 가장 큰 불확실성의 요인은 법인 기업이었지만, 확신에 찬 지도자는 물론 철학자, 경제학자가 각각의 문제를 풀어내는 리더십의 부재를 ‘불확실성’으로 응축하여 표현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위대한 지도자는 “그 시대 국민의 중요한 불안과 정면으로 대결하려는 의지”가 공통점이라며 “이것이 지도력의 본질”이라고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이겨낼 당시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1960년대의 쿠바 사태를 정리했던 존 F. 케네디처럼 당대 최고의 불안과 두려움을 제거하는 노력과 리더십을 주요하게 본 것이다.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던 당시보다 일국의 경제시스템은 물론 국제관계의 복잡성은 이루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얽혀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 정보화사회로 이어지는 동안, 자본주의 시스템은 계속적인 자기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매번 새로운 형태로 만들어지는 ‘자본’의 형상을 목도하면서 보다 솔직하게 기업 앞에 닥쳐 있는 ‘불확실성’을 고백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제거할 인문학
이 같은 ‘고백’은 금융권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설문조사에 그대로 녹아있다.

금융회사의 대표와 임원들은 응답자 162명(11명 미응답) 중 2명을 제외하고 모두 인문학과 경영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그 중 73명은 “세상의 중심이 사람이고, 인문학과 경영은 모두 사람의 영역을 다루기 때문”이라고 답해 ‘인문경영’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증했다. 특히 이 항목에 대한 응답자들은 ‘숫자’만으로 경영을 이해했던 과거의 방식에 대한 반성 속에서 인간의 현상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답을 찾는 노력이 시작되고 있다는 긍정적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답변은 43명이 답한 “경영의 모든 결정은 인문학적 통찰력에서 비롯된다”라는 항목이었다. 지속적인 관찰을 통해 변화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는 통찰력이 간절하게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불확실성’이라는 경영의 장애물을 조금이나마 걷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들은 말하고 있다.

그 다음은 창의적 사고와 새로운 동력을 얻는데 필요하다는 항목(18명)과 소통과 커뮤니케이션(11명), 그리고 도덕 가치에 입각한 휴먼 경영의 필요성(10명) 등을 인문학과 경영의 연결고리라고 응답했다.

한편 1, 2위를 기록한 응답 ‘세상의 중심은 사람’과 ‘인문학적 통찰력’의 답변은 전체 금융권에서 고르게 가장 많이 답한 항목이다. 그만큼 금융권 경영 일선에서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해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고, 그 해법으로 기본에 충실하려는 자기반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은 경영에 있어 내비게이션과 같은 존재”라고 답한 한 임원의 답이 이 같은 현상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신입직원과 인문학의 관계는
‘자기소개서’나 ‘시험’의 형태로 인문학은 이미 기업체의 입사시험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3년째 인문학 도서를 미리 선정하여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서에 반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배경은 ‘인문학과 경영’의 관계를 묻는 설문 결과에서 이미 찾을 수 있다. 압도적인 수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양자 간에 긴밀한 관계가 있다고 말했다면, 자연스럽게 신입직원을 뽑을 때 인문적 소양을 살피는 것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서 인문소양을 갖춘 직원과 그렇지 않은 직원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143명 중 4명을 제외한 139명은 인문소양을 갖춘 직원이 그렇지 않은 직원보다 좀 더 창의적이거나, 비상상태에 대한 대비,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 장기적인 시각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가장 많은 37명의 임원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신입직원이 ‘좀 더 창의적이며 열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한계를 넘어서려고 노력한다’고 답했다. 또한 32명의 임원은 “타인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깊고 소통능력이 탁월하다”고 응답했다. 그 뒤는 27명이 답한 “폭넓고 장기적인 시각과 합리적인 판단력”을 답으로 말했다.

물론 갓 입사한 직원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입사 후 조직에서 보여주는 신입직원의 모습이 인문적 소양을 갖춘 사람이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적극적으로 조직원들과 소통해서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줄 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응답으로 미뤄볼 때 금융회사의 입사기준과 관련, 인문학에 대한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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