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내부통제 강화·시장혼란방지 위해 기준선 마련

“금융위 풀고, 금감원 죄고” 보험업계 부담 늘어 불만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당국의 ‘보험가격 자율화’ 방침에 따라 기업성보험(일반보험)에 대해 손보사들이 직접 산출한 ‘자체요율’로 가격을 결정할 경우 기초서류작성기준이 강화될 전망이다.

자체요율은 위험통계 없이 보험사의 자체적인 판단만으로 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요율 책정으로 시장혼란을 야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보통 참조·협의요율 사용 구간에서는 기초서류작성이 필요치 않아 오히려 업무 부담을 늘리는 등 규제가 거꾸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손보사들이 기업성보험에 자체요율을 사용할 경우 내부통제기준 상 기초서류작성기준에 요율산출 과정, 검증방법, 요율변동 이유 등의 내용을 적용토록 할 방침이다.

통상 기업성보험(종신·실손·질병보험 등 일반 가계성보험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화재·항공·선박 등 거대위험을 담보)은 보험료 규모가 큰 반면, 보험사고 빈도가 낮아 통계가 부족하기 때문에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협의요율(시장가격)에 의지해왔다. 규제 상으로도 일정규모 이상 거대위험에 대해서는 협의요율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 거대담보에 대한 손보사들의 리스크 분석 능력 및 자체적인 요율산출 능력을 저하시켰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때문에 자체요율 산출 기회를 제공해 역량을 갖추도록 하려는 것으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보험산업 경쟁력 강화’의 일환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재보험사를 제외한 원수사들은 통계 없이 비통계적인 방법으로 요율을 산출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재보험사로부터 협의요율만 가져다 써 자체 요율산출 역량이 부족했다”며 “비통계적 방법으로도 요율을 산출할 수 있도록 자율화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일부 완화해 장기적으로 자체적인 요율산출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에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원수사들이 임의, 자의적으로 요율을 산출할 경우 시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내부통제장치로 산출과정, 검증방법 등과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초서류관리기준 상에 반영토록 할 것”이라며 “준비가 된 곳만 요율을 산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자체요율 산출에 있어 일정수준의 기준점을 둬 안정장치를 마련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내년 4월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도 이 같은 기준점을 넘겨 바로 시행이 가능한 보험사는 한 곳도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금융위에서 규제완화,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음에도 금감원에서 이를 뒤집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본래 기초서류작성이 필요 없는 부분인데, 오히려 부담만 늘게 됐다”며 “금감원이 규제를 (금융위와) 거꾸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당장 기초서류작성기준에 맞춰 자체요율을 사용할 수 있는 보험사는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이 협의요율을 그대로 사용한다고 해도 기존에 규제로 불가능한 부분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점진적이고 장기적으로는 자체적인 요율을 사용하는 곳들이 늘어날 것으로 점쳤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금융위에서 세부내용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금융위에서 요율자율화와 관련해 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을 결정하게 되면, 금감원은 보험업감독규정의 기초서류관리기준에 세부내용을 명시할 방침이다.

더욱이 이번 개선안은 기존 협의요율 구간의 확대 등 일반보험 요율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고되고 있어, 당장 내년 1월 일반보험 재보험 특약갱신을 앞둔 업계도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