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MU로 정책선회 … 유럽 채권시장 활성화 기대감 높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EU가 금융시장 개혁정책을 은행권 구조조정에서 역내 자본시장 통합(Capital Market Union, CMU)으로 선회하면서 유럽 채권시장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그동안 은행대출 80%, 채권발행 20%의 비중으로 자금을 조달해 왔으나 2008년 말 6900억유로였던 회사채 잔액은 올해 9월 말 1조1100억유로로 62%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전체 자금조달액 가운데 은행대출 비중은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스페인이 95%에서 54%로 가장 큰 낙폭을 보였으며, 독일(83%→79%), 영국 (61%→54%) 등도 감소했다.

피치(Fitch)의 서유럽 대기업 표본(227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총 신규부채(6250억유로) 가운데 40%가 채권발행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채권발행 확대가 은행대출규모 증가속도를 상회하면서 채권발행의 경제적 중요성이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들이 자금조달에 직접금융 비중을 확대하면서 ‘탈간접금융화(disintermediation)’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 정책에 따른 회사채금리 하락 △은행권 디레버리징 압력에 따른 대출 유인 부족 등이 있다.

ECB의 양적완화로 유로화 조달금리가 최저 수준을 유지하면서 유럽기업뿐 아니라 글로벌 유로화 표시 채권발행 규모 역시 2490억유로로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금리인상 우려로 유로화 채권 저금리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대출여력 부족도 한 이유다.

ECB 이브 메르시(Yves Mersch) 정책이사는 “현재 유럽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대출마진 하락으로 수익률이 자기자본비용을 하회하고 NPL 비율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추가적인 대차대조표 개선이 필요하다”며 “이는 신규 신용창출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ECB가 유로존 19개국의 각기 다른 은행 자본 산출방식을 통합하면서 35개 유럽 대형은행들이 260억유로의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출촉진 정책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기업대출 수요 부족으로 Targeted-LTRO에 대한 금융기관 참여율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하면서 대축확대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저금리 환경으로 고수익을 쫓는 하이일드 채권 수요가 증가하면서 과거 시장접근이 제한됐던 회사채 발행도 활발해졌다. 2008년부터 2014년 사이 유럽의 하이일드 채권시장은 5배 이상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변화에 맞춰 당국의 금융규제와 정책대응도 이전과 다르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EU는 CMU를 통해 2016년까지 △중소기업(SMEs)들의 시장 접근 제고 △지속가능한 증권화 시장구축 △장기투자 활성화 △유럽 사모펀드 시장 확대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장의 기능을 강화시켜 기업 자금조달의 외부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는 것이 주 목표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CMU 추진과정에서 채권 투자자 저변 확대, 기관투자자의 신용등급 의존도 감소, 정보공시 관련 제약 개선, 금융거래세 등의 규제 완화 등이 기대되며 이는 채권 등 증권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각국 연금펀드가 유럽 채권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부상해 미국 회사채 시장과 유사한 수준의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P는 채권시장 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가 국채 및 투자적격 채권에만 투자하던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고 분석했다.

국제금융센터 김효진 연구원은 “유럽기업의 채권시장 의존도 증가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 다변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은행 수익성 약화 등 부정적 효과도 수반한다”며 “아직 유럽은 은행중심의 금융환경을 유지하고 있어 기업대출 감소로 은행권 수익성이 악화되면 실물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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