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윤원아 책임연구원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윤원아 책임연구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변화하고 있다. 경제력이 높은 신세대 조부모가 늘어나면서 손자녀를 위한 금전적 지출이 보편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중산층 이상의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자 전원이 지난 1년간 손주에게 돈을 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손주에게 지출한 액수는 연 평균 279만원(월 평균 23만원)이다.

과거에 비해 조손(祖孫) 관계가 더 의미 있는 관계로 부각되고 있다. 일단 조부모로서 살아가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이 처음 할머니가 되는 나이가 대략 55세(2012년 기준)이므로,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손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려 30여년에 이른다. 여기에 성인자녀 세대의 저출산 등으로 가족 규모가 축소되면서 조부모와 손주 사이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고 정서적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손주는 길어진 노후의 활기를 되찾아주고, 인생의 끝자락에서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존재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세대 조부모들은 손주에게 더욱 애착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손주 교육 위한 금융상품 가입 비중 커져
손주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이왕이면 ‘무언가 가치 있는 일’, 즉 다음 세대의 미래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서 조부모들이 지난 1년간 손주에게 가장 많은 빈도로 지출한 항목은 선물이나 용돈이었다. 반면, 지출금액 면에서는 손주를 위해 든 보험, 예적금, 펀드 등의 금융상품 또는 교육비로 쓴 돈이 가장 많았다.

손주 이름으로 가입한 금융상품이 어떻게 쓰이길 원하는지 묻는 질문에는 ‘미래의 교육비(47%)’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 가까이나 됐다. 항간에는 아이가 공부를 잘하려면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그리고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과거 자녀교육에 헌신적이었던 신세대 조부모들은 이제 손자녀에게 자신의 자원을 동원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에서 보다 유리한 출발선상에 놓이도록 돕고자 한다. 과거 저출산 추세에 따라 부모들이 한 두 명의 자녀에게 올인하면서 교육시장이 커진 것처럼, 소수의 귀한 손자녀에 대해서도 조부모의 물질적인 지원 욕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손주의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은 조부모들
무엇보다 신세대 조부모들은 노년에 접어들면서 ‘교류를 위한 소비’를 가치있다고 여긴다. 손자녀를 위한 지출은 조부모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조부모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은퇴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조부모(86.2%)가 ‘손주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성향이 강한 조부모일수록 손주를 위한 금융상품 가입과 같은 ‘장기성(長期性) 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경제적 조력을 통해 미래에 손자녀가 성장했을 때 자신의 사랑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조부모들의 니즈를 반영해 세대를 이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험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미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조부모의 마음은 돈이 많든 적든 사랑하는 손자녀에게 남겨지는 따뜻한 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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