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태우 연구위원(CFP)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태우 연구위원.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을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순위 항목들은 여러 나라와 우리나라의 차이를 보여줌으로써 현재 우리의 장점과 문제점을 모두 알려주는 지표다. 최근 OECD 통계 항목 중 2014년 기준 한국의 취업자 1인 평균 노동시간이 화제가 됐다. 멕시코의 2228시간에 이어 한국은 2124시간으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OECD 평균 노동시간인 1770시간보다 354시간 많은 것으로, 한국인은 평균 7시간을 더 일하는 셈이다. 무척 고된 근로환경이다.

더불어 연관된 OECD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이 평가한 삶의 만족도 역시 10점 만점에 5.8점으로 OECD 평균인 6.58점보다 낮았다. 비슷한 조사 항목의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의 삶 만족도 순위가 조사 대상국 36개국 가운데 27위에 그쳤다.

이렇듯 한국 직장인의 시간은 온전히 직장에 매여 있게 되니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기 쉽다. 특히 ‘2015 고령자 통계’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자신의 삶에 대해 25.6%만이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세 시대를 앞둔 지금은 무엇보다 ‘행복 수명’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 수명이란 생물학적 관점의 수명에 건강의 개념을 더한 ‘건강 수명’을 넘어 궁극적인 삶의 가치인 행복에 수명의 개념을 결합한 용어다. 나와 가족 모두가 행복하다고 느끼며 살 수 있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 수명을 연장하는 3가지 조건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경제 수명을 늘리려면 현재 자신의 가치를 파악하고 이를 개선해 잔존 가치를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장이나 기계설비 같은 유형 자산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그러나 사용 불능이 됐다 해서 그대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유형 자산은 일반적인 조건에서 사용 기간이 다한 시점에 도 일정하게 남게 되는 자산적 가치가 있는데 이를 잔존 가치라고 한다.

이런 개념은 사람에게도 해당될 수 있다. 경제 수명이란 은퇴 후에도 자신의 잔존 가치를 높이며 일하는 기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을 선택할 때 과거에는 자신이 벌게 되는 임금 수준만 중시했다면, 최근에는 일의 양과 그 일에 쓰이는 노동시간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특히 은퇴 후에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좋은 일자리에 안착할 수 있도록 미리 자신을 스스로 개발해 잔존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건강 수명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은 몸의 건강 뿐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하다. 심리 건강에 대한 관리를 잘해야 건강의 수명이 늘어난다. 지난 9월 유엔 산하 단체인 ‘헬프 에이지 인터내셔널’은 2015년 세계노인복지지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 부문에서 3가지 지표(60세 기대수명·60세 건강 기대수명·심리 및 정신적 복지)를 점수화했을 때 96개국 가운데 42위로 중위권 수준이었다.

한국에서의 60세는 평균적으로 24년을 더 살아갈 수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건강하게 더 살아갈 수 있는 기간(건강 기대수명)은 18.3년에 머물렀다. 평균 6년 정도를 건강하지 않은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행복한 노후를 위해선 적절한 건강관리를 통해 건강 기대수명을 늘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챙겨야 할 것은 몸의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중요하다. 같은 조사에서 한국은 정신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인 심리·정신적 복지 부문에서 90개국 중 88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한국 노인의 심리적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뜻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신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정신적 건강관리 부문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소통 수명을 어떻게 해야 늘릴 수 있을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과 대화를 시작하고 그 시간을 만들어야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수명의 양보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수명의 질이 중요해지는 고령화 사회에서는 우리가 건강 못지않게 지켜야 할 것이 바로 삶의 여유와 가족이다. 은퇴하고 나면 그동안 직장에서 보내던 시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족과 보내야 한다. 노후의 가장 큰 버팀목인 가족과 그간 함께한 시간이 부족하면 은퇴 후에는 가족에게 상처를 주거나 상처를 받을 수 있다.

65세를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남편은 아내에게 63.6% 만족하는 것에 반해, 아내는 남편에게 52.2%만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만족의 경우는 남편이 4.9%에 불과한 반면, 부인은 11.5%로 부부 간에 큰 격차를 보였다. 은퇴 전에 경제적 주체였던 남편의 존재감이 사라지고 가족과 소통이 단절되는 불통의 시기만 늘어난다면 100세 시대의 행복 수명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

100세 시대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함께 할 사람들과의 관계 역시 돌봐야 한다. 행복 수명 늘리기, 얼핏 보면 어렵게 보이지만 마음부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벌써 수명이 늘어나고 행복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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