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만난 ‘혁신’ <4>

 
BCG 선정 50대 기업에 글로벌금융사 6곳 포함
국내 금융권도 ‘파괴적 혁신’ 대비해 투자 집중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혁신의 일상화’ 시대다. 기술이 사회의 주도권을 잡은 이후 혁신을 하지 않은 기업은 도태되었고, 혁신에 성공한 기업은 새롭게 시장을 개척해 나갔다.

이 같은 사실을 역사책에서 확인한 것이 아니라 현재 발생한 사건을 통해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을 만큼 우리 사회는 ‘혁신’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2015년의 혁신은 금융권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듯하다. ‘핀테크’와 ‘빅데이터’는 더 이상 낯선 IT용어가 아니라 경영자들 스스로 학습해서 익혀야할 정도의 상식적인 지식이 되었고, 실제 이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솔루션이 현실에 적용되고 있다.

#‘페이전쟁’이 이끄는 핀테크
특히 기술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페이전쟁’은 금융권의 전유물이었던 지불수단에 대한 파괴적 혁신의 전주곡이 되고 있다.

애플과 안드로이드 진영, 그리고 가장 범용적인 쓰임새를 가진 삼성페이까지 기술기업의 ‘페이전쟁’은 극한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금융회사들도 기술기업의 ‘페이’와 상호협력관계를 맺거나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을 위한 자체 개발 등의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적인 카드사들의 경우도 ‘페이전쟁’이 일단락되기 전까지는 핀테크와 관련한 모든 기술을 자사의 프로토콜과 맞추기 위해 ‘페이’는 물론 비대면 본인인증 기술 등 핀테크 기술업체와 제휴를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국내 금융권도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다. 은행은 물론 증권, 보험, 카드사의 대표들이 올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의 상위 10개 중 ‘핀테크’와 ‘혁신’은 반드시 포함될 정도로 핀테크 중심의 금융혁신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마디로 금융회사들이 기술업체들이 주도하는 ‘파괴적 혁신’ 과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보수적 경영문화에서 벗어나 손수 디지털 변환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혁신 브랜드
금융권의 혁신과 관련, 가장 주목할만한 내용은 이달 초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발표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전 세계 1500여명의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혁신에 대한 설문을 통해 가장 혁신적인 활동을 한 50개의 기업을 선정했는데, 올해 처음으로 6개의 금융회사가 순위에 올랐다. 그동안 1~2개 정도만이 순위권에 진입했으나, 핀테크에 대한 전세계적인 열풍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전 업종의 금융회사들이 애플, 구글 등의 기술업체들과 함께 혁신기업에 포함된 것이다.

올해 순위에 들어간 금융회사들은 악사(22위), 알리안츠(25위), 피델리티(34위), 비자카드(36위), JP모건체이스(43위), 마스터카드(48위) 등이다.(비자와 마스터카드는 포브스가 올해 선정한 100대 혁신 기업에 포함되기도 했다.) JP모건체이스를 빼고는 모두 올해 처음 혁신 기업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다이렉트 보험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악사(AXA)는 7년 연속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 이름을 올리고 있으며, 올해의 경우에는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상하이, 싱가포르, 홍콩 등에 ‘혁신연구소’ 및 ‘전력벤처’ 등을 만들어 운영하는 한편 자체 개발한 텔레메틱스(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해 차량 운행 등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서비스) 적용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연령에 따른 보험료 산정이라는 주먹구구식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운전자의 운전습관을 반영한 합리적인 요율 산정을 통해 보험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을 주도한다는 계획을 완수해가고 있다.

알리안츠는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기술기업들이 그동안 쌓아온 방대한 데이터를 무기로 보험산업에 진출할 것에 대비해 빅데이터와 관련, 막대한 투자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안츠의 입장에서 전자우편을 키워드로 스캔하고, 위치정보를 분석하는 구글과 광고주들에게 정보를 팔고 있는 페이스북과 구글, 그리고 맞춤형 쇼핑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친구나 가족들에 대한 정보까지 이용하는 아마존은 항시 시장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DNA가 다른 무서운 잠재적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도 핀테크 열풍을 타고 모바일 카드 사업 확장에 주력하고 있고 피델리티와 JP모건체이스도 핀테크 관련 자체 페이수단을 개발하고 있거나 빅데이터를 근간으로 한 상품개발 등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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