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시장환경 클라우드로 변화하며 경쟁력 떨어져

왓슨 등 인공지능 사업이 IBM의 미래 좌우할 것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은 급변하는 시장상황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IT기업의 숙명일까. 100년의 역사를 가진 거대 IT기업 IBM의 현 상황은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1993년 IBM의 CEO를 맡게 된 루거스너는 당시 적자에 허덕이던 IBM을 기적적으로 부활시켰다.

살아남기 위해 전략방향부터 일하는 방식, 기업문화까지 송두리째 바꾸는 근본적인 변화를 단행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위기감을 고취하고 성과 중심의 문화와 보상체계를 정립해 코끼리를 춤추게 한 과정은 지금까지도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 큰 모범이 되고 있다.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거대 기업이 사업구조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IBM은 루거스너의 리더십 아래 변신에 성공하며 매출과 기업가치를 모두 상승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지니로메티가 CEO를 맡은 후 IBM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맡고 있다.

매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한때 200달러를 상회하던 주가는 140달러 이하로 하락했다. IBM이 미국의 100대 IT기업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이 80%에 육박했던 점을 고려하면 최근의 주가하락은 심상치 않다.

IBM의 주가가 하락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실적 악화 때문이다. 최근 10년간 매출과 순이익률을 보면 지미로메티가 CEO를 맡은 2011년 이후 매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으며 2014년에는 순이익 마저 떨어지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메인프레임과 서버, 스토리지 판매를 중심으로 하는 ‘System & Technology’ 사업부문의 매출 하락이 눈에 띈다. 2007년에는 이 사업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를 넘었지만 2014년에는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장은 이러한 IBM의 가치 하락에 실적악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클라우드로 급변하는 IT시장환경에서 IBM이 가진 경쟁력이 높지 못하다는 점이다.

클라우드 시장은 현재 아마존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뒤를 쫒고 있다. 2013년 미국 CIA가 추진한 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도 IBM은 아마존 보다 낮은 가격으로 입찰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미국 공공IT시장의 절대강자로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던 IBM에게는 큰 상처였다.

전세계적인 IT환경이 클라우드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IBM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IBM은 새로운 메인프레임이 출시되면 그 영향으로 하드웨어 매출이 상승하고 1~2분기 후 관련 소프트웨어 및 유지/보수와 관련된 서비스 매출이 상승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전체 매출에서 메인프레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이하지만 관련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사업까지 고려하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를 넘는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새로운 메인프레임을 발표하면 주가가 올라갔지만 최근에는 신제품을 출시해도 주가가 움직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루거스너 시절 IBM은 제조업 중심에서 지속적인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혁신을 통해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에 성공한 모범적인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LG경제연구원 도은진 연구원은 “IBM은 90년대 초반의 위기를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강화를 통한 솔루션 사업으로 극복했듯 앞으로는 ‘왓슨’을 통해 인공지능과 인지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갈 가능성이 높다. 100년 기업의 IBM은 그만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며 “기존 사업의 역량을 유지하면서 인공지능 등 미래사업을 얼마나 빠르게 확실한 수익사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느냐가 IBM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기업보다 많은 혁신을 통해 변화에 대응해온 IBM. 100년 기업의 위기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고 변화에 잘 대응했다고 해서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음을 우리 기업들에게 잘 알려주고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