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경쟁 심화되며 공시자료 놓고 1위 다툼

전 분야 장기수익률 가장 높은 국민 ‘안도의 한숨’

지난해 IRP(개인형 퇴직연금)의 세금공제 혜택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의 퇴직연금 유치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결국 과도한 경쟁은 1년간의 실적 결산을 놓고 은행권의 기 싸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지난 27일 전국은행연합회가 공개한 퇴직연금 적립금 및 수익률 비교공시 자료는 은행권의 입맛에 맞게 각색된 1위 마케팅에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농협은행은 공시자료를 통해 지난해 성장률과 상품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농협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적립금은 전년보다 24.99%(1조2851억원) 증가해 시중은행 퇴직연금사업자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수익률도 DB•DC•IRP 원리금비보장상품과 DC원리금보장상품에서 가장 높은 수익률을 보이며 상품별 수익률 총합 1위를 달성했다.

농협은행이 지난 한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자산규모가 7개 시중은행 중 가장 적은 6조4277억원으로 성장률과 수익률을 경쟁 은행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신한은행은 5년 연속 은행권 퇴직연금 자산규모 1위를 지켜냈다고 자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은행의 퇴직연금 운용적립금은 12조909억원으로 5년 연속 은행권 자산 1위는 물론 연간 퇴직연금 순수증가액(2조1000억원) 또한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자산규모와 달리 지난해 상품별 수익률 성과는 썩 좋지 않다. IRP원리금보장상품은 연 1.69%로 7개 은행 중 6위를 차지했으며 다른 상품들도 수익률 4~5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가장 큰 경쟁사인 신한은행에 영업실적은 뒤졌지만 4대 시중은행 중 장기수익률 1위를 기록한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전국은행연합회 공시 기준으로 3~7년간 4대 시중은행의 퇴직연금 장기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국민은행은 DB, DC, IRP의 원금보장 및 원리금비보장 상품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지난 7년간 국민은행의 DC형 퇴직연금의 연환산수익률은 7.73%로 우리(6.12%), 신한(6.04%), KEB하나은행(5.84%)을 앞질렀으며, DB형 원리금비보장상품의 경우 7년 수익률이 9.39%를 기록해 모든 퇴직연금 상품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은행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총액은 63조3733억원이며 이 중 4대 은행의 적립금만 40조7185억원(64.3%)에 달한다.

국민은행 퇴직연금사업부 관계자는 “우리의 올해 슬로건은 국민든든 퇴직연금”이라며 “퇴직연금은 근로자의 노후를 보장하는 돈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에 연연하기 보다는 사업자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퇴직연금은 최고 20년을 투자해야 하는 상품인 만큼 금융회사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금융상품을 개발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단순히 금융회사의 수익을 불려주기 위한 금융상품이 아닌 2022년부터 온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공적 제도”라며 “우리나라도 퇴직연금이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가면서 수수료 문제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이해조정 기구가 만들어져야 하며 정부도 국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5년 시행된 퇴직연금제도는 지난해 9월 기준 시장규모가 111조2000억원, 연평균 74.1%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300인 이상 중소기업까지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고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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