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기준금리 사상 첫 -0.1%로 인하

극약처방에도 엔화 강세 여전…성공 미지수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일본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다. 세계경제가 침체되면서 일본의 물가하락 압력도 심화됐기 때문인데, 과연 일본의 전략이 성공을 거둘지는 미지수다.

닛케이,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행(BOJ)은 지난 2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1%에서 -0.1%로 인하키로 결정했다.

시중은행의 일본은행 예치금 중 10%에 해당하는 30조엔의 초과지준금에만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며, 오는 16일부터 시행된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스위스·덴마크·스웨덴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처음이다.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함으로써 투자 확대, 수급 갭 축소 등을 이뤄 물가상승률 2% 목표치에 근접할 것으로 판단했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통화정책의 한계 도달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현 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완화책”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앞으로 시중은행은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를 받는 대신 오히려 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즉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지 말고 가계나 기업에 적극적으로 대출해 시장에 돈이 돌도록 하려는 것이 구로다 총재의 의중이다.

일본은 앞서 아베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재정확대’, ‘금융완화’, ‘구조개혁’ 등 세 개의 화살로 대표되는 경기부양 정책 ‘아베노믹스’를 펼쳐 왔다. 여기에 기준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국채와 부동산담보대출채권의 매입량을 늘리는 등 추가적인 양적완화 정책도 실시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것도 잠시, 올 들어 중국의 주가 급락, 저유가 등으로 물가하락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라는 카드를 꺼내들게 됐다.

시장에서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SMBC프렌드증권 마리 이와시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금융회사의 수익성을 희생하면서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물가상승으로 연결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 고노 료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국가들은 대부분 유럽의 소국들이며 일본과 같은 경제대국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은 국제자금 흐름을 왜곡시키거나 통화전쟁을 유발시킬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의 부정적인 전망에 대해 일본은행 구로다 총재는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며 불확실성을 일축했다.

구로다 총재는 “필요하다면 물가목표치 달성을 위해 추가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면서 “보유하고 있는 정책수단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새로운 정책을 도입할 것이다. 금융완화책의 한계는 없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은 258조엔 규모의 당좌예금 전체가 아닌 일부에만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키로 했기 때문에 향후 적용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도쿄대 카와이 마사히로 교수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최대 -1%까지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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