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 페그제 폐지 가능성 대두

 

금융위기 땐 5300억달러 유출 추정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중국 및 세계 경제의 부진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홍콩 주식시장의 약세가 상당시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금융시장의 불안상황을 배경으로 만약 홍콩이 전면적인 외환위기를 맞을 경우 약 5300억달러의 자본유출이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곤두박질치는 증시…불안감 고조
올해 들어 중국의 금융 불안이 홍콩 금융시장으로 전염되면서 홍콩 증시가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홍콩의 항셍지수(HSI)와 H지수(HSCEI,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주가)가 계속해서 하락해 각각 2012년 6월, 2009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홍콩 달러화는 1월 중순 이후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 달러화에 대한 페그제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홍콩의 환율제도 하에서 미 달러화는 7.75~7.85홍콩달러의 밴드 내에서 유지돼야 하지만 환율밴드의 상단인 7.85달러를 수차례 상회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홍콩의 금융불안은 중국과 홍콩 금융시장 간의 높은 연계성, 홍콩 환율제도의 특수성을 감안해 주가 및 홍콩달러 절하와 동시에 배팅을 하는 투기적 공격에 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18년 만에 재현된 외환위기
이번 홍콩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공격하는 환투기 패턴은 앞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에도 나타난 바 있다.

1997년 10월과 1998년 8월, 헤지펀드들은 주가지수 선물 및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홍콩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을 동시에 공격했다.

1차 공격 당시 한때 홍콩은 12개월물 선물환율이 8.5달러를 상회하는 등 불안이 고조되는 가운데서도 환율방어에 성공했지만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2차 공격 때는 홍콩 정부가 주식시장에 개입해 주가 부양을 통해 환투기 세력의 손실을 유도한 바 있다.

◆환투기 지속 시 5300억달러 자본유출
환투기 공격이 계속돼 주가 폭락, 페그제 붕괴 등으로 홍콩이 전면적인 금융위기를 맞게 된다면 어떨까.

자본시장연구원 강현주 연구위원은 신흥국의 적정 외환보유액 수준에 관한 연구인 IMF(2015)의 방법론을 활용해 외환위기 발생 시 홍콩의 자본유출액을 추정했다.

IMF(2015)는 과거 신흥국 외환위기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사례를 바탕으로 단기외채, 외국인 포트폴리오 투자자금 등의 예상 유출비율을 추정한 것이다.

추정 결과 외환위기가 발생할 경우 단기외채의 30%가 차환되지 않고 외국인 포트폴리오의 20%가 유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통화량(M2)의 10%가 자본도피 목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평상시 수출을 통해 수취하는 외화수입 중 10%가 교역조건 악화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어 외환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유출비율을 홍콩 데이터에 적용한 결과 금융위기 발생에 따른 홍콩의 자본유출 규모는 약 5300억달러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말 홍콩의 외환보유액 3588억달러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자본유출액에서 홍콩의 외환보유액을 뺀 순자본유출 규모는 1700억달러로 집계됐다.

강 연구위원은 지난달 중국의 외환보유액이 3조2000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만약 홍콩이 금융위기에 직면하더라도 중국 정부의 외화유동성 지원을 통해 홍콩의 위기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현주 연구위원은 “IMF의 방법론에 따른 자본유출액 규모는 과거 신흥국 외환위기 사례를 바탕으로 한 만큼 홍콩과 같은 글로벌 금융허브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IMF의 지표는 홍콩 달러의 평가절하와 같은 전면적인 위기 상태에서 자본유출 가능 규모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콩의 위기가 전면적인 수준으로 확대되지 않는다고 해도 간헐적인 증시 급락 및 그에 따른 국내 금융시장으로의 전염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홍콩 금융 불안의 근본배경인 중국의 성장둔화는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이라며 “중국 경제 및 홍콩의 금융시장 상황이 국내 환율 및 주가의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영향력이 날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향후 면밀한 모니터링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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