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결정짓는 모바일 위해 핀테크 적극 투자

양적규모 늘려온 KB, ‘퍼스트 무버’로 시장 주도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사람들은 자기 비전의 한계를 세계의 한계로 생각한다” 쇼펜하우어가 남긴 말이다.

우리는 이 말의 속뜻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의 글을 통해 잘 알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칙과 학습의 범위 내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상상한다. 경험하지 못한 사실이나 학습되지 않은 것은 그 사실의 진위를 떠나 거부하는 것이 인간의 생리이다.

그런데 인간의 감각과 지각의 범주를 벗어날 정도의 놀라운 과학적 발견과 신기술의 등장은 우리의 경험칙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인정하도록 만들고 있다.

미래학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이 같은 현상을 ‘특이점’의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특이점은 “미래에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생활이 되돌릴 수 없도록 변화되는 시기다”

그런데 그 시기가 그렇게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20년 정도 후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예측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기술에 대한 금융권의 접근은 여느 때보다 더 적극적이다.

# 디지털 1년은 아날로그 100년
“디지털시대 1년의 변화는 아날로그 시대의 100년과 맞먹는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 신년사에서 한 말이다. 물론 이 말을 처음한 사람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다. 10년 전 그도 신년사를 통해 상전벽해 하는 과학기술의 발전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런데 2007년 당시보다 오늘날 이 말의 위력이 더 커 보이는 것은 필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핀테크,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삶을 살아가는 플랫폼 자체를 바꾸는 기술들이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비로소 ‘디지털 1년’의 의미를 체감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는 고객의 소비 패턴은 물론 사고의 형태까지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시켜주고 있다. 사물인터넷은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전자기기를 인터넷에 연결시켜 직간접적인 인간행위의 결과를 취합해 필요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궁극의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다.

핀테크는 실물 중심으로 이뤄지던 금융상품의 소비 거래 형태를 온라인과 모바일로 완벽하게 이행시킬 수 있는 핵심 플랫폼 기술로 금융권의 현안으로 다가와 있는 과제이기도 하다. 특히 비대면 본인인증은 물론 모바일 금융거래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바일 중심의 ICT환경 구현의 필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금융회사의 운명을 쥐고 있는 기술인 것이다.

많은 미래학자들은 기술 친화적이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금융회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윤 회장의 ‘디지털 1년’론은 강한 임팩트를 담은 단어라고 할 수 있다.

# KB의 디지털라이제이션
1999년 선보인 KB의 인터넷뱅킹 가입자는 2000만을 넘어섰다. 그리고 2010년 출시된 스마트폰뱅킹은 지난해 1000만 고객을 돌파했다.

모바일 및 온라인 금융거래 고객의 규모면에서 리딩 뱅크의 양적 성장을 일궈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윤 회장은 “이미 영업점보다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런 금융 거래 방식의 변화, 금융의 디지털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비대면 채널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결집시킬 계획”이라고 말한다.

핀테크와 관련해 메시지를 전달할 때마다 윤 회장은 ‘퍼스트 무버’론을 설파했다. 먼저 움직여야 시장을 만들고, 양적 성장이 이뤄져야 시장을 주도적으로 성숙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KB금융의 2016년의 ‘디지털 1년’은 ‘퍼스트 무버’의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 싸움은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으면서도 보안에 문제가 없는 금융거래 기술과 각종 ‘페이’기술을 탑재하는 모바일 은행 환경 구축에서 시작될 것이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모바일 및 인터넷뱅킹 고객을 베이스로 한 KB국민은행의 독자 결제수단, 예컨대 ‘KB페이’ 런칭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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