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월 28일부터 각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운용기간별 수익률과 상품별 수익률을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통합 공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퇴직연금 자산은 126조원을 넘어섰고 이 중 13조원이 운용수익에서 나왔다. 퇴직연금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금융회사와 가입자 모두 수익률과 수수료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원리금 보장형이 비보장형보다 수익률 높아

퇴직연금 비교공시 사이트에서는 제도유형(DB형, DC형, IRP)과 상품유형(원리금보장형, 원리금비보장형, 연평균), 운용기간(5년, 7년)을 기준으로 금융회사 별 18가지 수익률을 게시하고 있다.

이번 공시에서 상품유형별로 투자수익률을 비교했을 때 다소 의외의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5년간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3.41%)이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2.71%)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가입자나 기업이 투자위험을 부담하는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다는 원칙론에서 볼 때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 단기적으로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게 나타난 이유는 퇴직연금제도 도입 초기 금융회사 간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던 주식시장의 영향으로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이 더 낮아진 측면도 있다.

상품별로 의외의 결과가 보였다면 퇴직연금 유형 간 수익률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되기 때문에 DB형 퇴직연금과 비교해 특별히 운용방식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또 수익률 공시의 주요 목적 중 하나가 금융회사별 수익률을 비교하기 위해서인데 수익률 기준 상위 5개사와 시장점유율 기준 상위 5개사가 일치하지 않았다. 이는 시장점유율이 높은 이유가 반드시 높은 수익률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대부분 단기 위주 자산운용...수익률 악화시켜

비교공시사이트에 공시된 수수료율은 연간 총비용부담률을 의미한다. 이 수치는 가입자가 1년간 부담한 총비용 즉 수수료(운용·자산관리)+펀드보수(판매·운용·수탁·사무관리)+펀드판매수수료를 연말 퇴직연금적립금으로 나눠 산출한다.

퇴직연금 유형별로 총비용부담률을 비교해 보면 DB형 0.44%, DC형 0.65%, IRP형 0.40%, 평균 0.50%로 DC형 퇴직연금이 상대적으로 높고, IRP형 퇴직연금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

업권별로는 생보 0.48%, 손보 0.46%, 은행 0.44%, 증권 0.58%, 평균 0.50%로 은행이 낮고 증권사가 높게 나왔다.

증권사의 총비용부담률이 높은 이유는 퇴직연금자산 중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에 투자된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비중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16.3%로 은행 5.4%, 생보 4.9%, 손보 1.5%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은 적립금 대부분이 펀드에 투자되기 때문에 펀드 관련 비용이 수반되며 결과적으로 증권사의 총비용부담률이 높아진다. DC형 퇴직연금의 총비용부담률이 높은 이유도 동일하다.

한편 공시사이트의 상품 정보를 살펴보면 현재의 자산운용이 단기 위주로 이뤄지고 있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퇴직연금상품은 원리금 보장형과 원리금 비보장형으로 나눠 공시되며 원리금 보장형 상품의 경우 매월 새롭게 업데이트 된다.

지난달 기준 1개월에서 60개월 만기를 갖는 140개 상품이 공시돼 있다. 이 중 1년 만기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2.10%(최소 연 1.66%, 최대 연 2.65%)이며 만기가 1개월, 3개월, 6개월인 상품도 있다.

운용 기간별 평균 수익률을 보면 2.10%(1년), 2.09%(2년), 2.15%(3년), 2.32%(5년)로 운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은 높아진다.

자본시장연구원 홍원구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전체 적립금의 77.3%에 해당하는 91조원이 1년 이하 단기 상품에 투자될 정도로 대부분의 자산이 단기위주로 운용되고 있다”며 “이는 전반적인 자산운용 수익률이 낮아지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사 간 경쟁 촉진시키는 촉매제 역할 기대

공시사이트를 통해 공시되기 시작한 퇴직연금 수익률, 수수료율, 상품 관련 자료는 가입자들에겐 매우 의미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경쟁을 촉진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게시된 정보에 몇 가지 개선이 필요한 부분도 보인다.

본질적으로 다른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한 가지 총비용부담률을 공시해 증권사 또는 DC형 퇴직연금제도가 고비용 구조를 갖는다는 오해를 줄 수 있다. 수익률처럼 비용도 원리금 보장형 상품과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으로 구분할 필요성이 있다.

또한 700개 이상의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의 정보가 게시돼 있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별로 제공하는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사업자별로 제공하는 상품을 검색하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욱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홍 연구원은 “통합 공시와는 별도로 기존 협회를 통한 수익률 공시는 분기별 수익률 등 통합 공시에 포함되지 않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분기마다 게재하는 퇴직연금 영업실적을 과거처럼 매월 게재하는 것으로 변경하고, 고용노동부 퇴직연금 사이트에 게재되다가 사라진 500인 이상 대기업 등의 퇴직연금 가입정보 등도 다시 게재된다면 퇴직연금 관련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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