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최종안.[자료: 생명보험협회]

<대한금융신문=장기영 기자> ‘부당(不當)’. 이치에 맞지 않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보험사기를 일반사기와 구분해 처벌을 강화하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특별법)이 통과된 가운데 앞으로 이 단어에 대한 해석을 둘러싼 보험사와 계약자간의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특별법 제5조 제2항에 따르면 보험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 없이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지체 또는 거절하거나 삭감해 지급해서 안 된다.

해당 조항을 위반한 보험사에는 건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는 역시 대통령령에 따라 금융위원회가 부과 및 징수한다.

이는 특별법이 보험계약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부당한 보험금 지급 거절을 막고자 마련한 소비자 보호 장치라는 게 이튿날인 4일 금융위의 설명이다.

특별법 관련 조항에 명시된 ‘대통통령으로 정하는 사유’는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다. 법안을 국회로부터 넘겨받은 정부가 검토 작업을 거쳐 시행령을 통해 규정하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돼 정부로 넘어왔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행령을 마련하게 된다”며 “법이 시행되는 9월부터는 시행령에 기재된 사유가 아니라면 무조건 과태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사고 조사를 이유로 들거나, 그 이유로 보험금을 늦게 지급하는 것이 부당한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보험사와 계약자 사이에 해석차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보험사기를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보험사의 의심을 사 보험금을 제 때 받지 못한다면 계약자가 피해를 입게 된다. 실제 사기 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법상 보험금 지급 거절 또는 지연이 합당하다면 보험사의 결정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보험사기가 의심되지만 법상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가 충분치 않거나, 이에 따른 지급 지연으로 과태료를 물게 된다면 보험사가 억울한 처지에 놓인다. 보험금 지급 지연을 부당하게 여긴 계약자의 민원 제기에 따른 부담은 물론, 보험사고에 대한 충분한 조사와 보험사기 입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자체 사유로 보험금을 늦게 지급할 경우 지연 이자를 물어야하는 보험사로는 지급을 늦출 이유가 없다”며 “계약자가 보험금 지급에 필요한 서류를 늦게 제출하거나, 동행이 필요한 조사에 응하지 않아 지급이 거절되거나 늦어진 경우에도 특별법에 위배돼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보험사기는 형법상 사기죄를 적용해 온 만큼 시행령 마련 작업을 맡은 금융위로서도 고민이 깊다.

기존에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라 자해(自害)나 상해(傷害), 인재(人災)로 인한 소요사태가 주로 보험금 지급 거절 사유에 해당했다.

한 예로 질병·상해보험(손해보험)은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 보험수익자나 계약자가 고의로 피보험자를 해친 경우 또는 전쟁, 외국의 무력행사, 혁명, 내란, 사변, 폭동 등이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특별법 시행 이후에는 보험금 지급 거절이 시행령상 사유에 해당하는지, 보험사고 조사와 관련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에는 보험사기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명확치 않았기 때문에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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