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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모와 자녀간 손자녀 돌봄의 지혜
[기고] 부모와 자녀간 손자녀 돌봄의 지혜
  • 대한금융신문
  • 승인 2016.03.06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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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치완 수석연구원

▲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김치완 수석연구원.
옛말에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전대로 뜻을 찾아보면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사랑하기는 하여도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는 뜻인데, 주로 부모의 자식에 대한 무조건적 사랑을 나타내는 상황에서 자주 쓰인다.

최근 맞벌이 가구가 크게 늘면서 아이를 부모에게 맡겨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 신혼부부의 경우 양가 부모 자택 중 한쪽 근처에 터전을 잡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전적으로 육아를 부모에게 의지하려는 목적이 크다.

보건복지부의 ‘2012년 전국보육실태 조사’에 따르면 연령별 자녀 양육 제공자 선호도에 있어 1세 미만의 경우 조부모 응답 비율이 82.6%, 1~2세 미만은 7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특히 영유아 돌봄에 있어 부모의존은 절대적이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조부모 일정한 경계전략 중요

손자녀를 돌보고 있는 조모와 취업모(딸·며느리)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수행한 성균관대 이재림 교수의 흥미로운 연구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 따르면 대다수 조모들은 손자녀 양육 지원을 부모의 ‘책임’, ‘도리’, ‘의무’, ‘숙제’ 등으로 여기면서도 부담을 그대로 모두 수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부모라도 손자녀 양육 지원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2012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손자녀 양육 지원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조모는 50% 미만이었고, 2011년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조사에서도 양육을 선택한 이유 중 ‘아이를 돌봐달라는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서’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매체에서 ‘손주 안 봐주는 노하우’가 회자된 것도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조부모들은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일종의 ‘경계전략’을 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첫 번째가 현재의 양육지원에 대한 경계 설정인데, 자신이 무엇을 해 줄 수 있으며 무엇은 해 줄 수 없는지를 처음부터 명확히 규정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주말과 휴일은 손자녀 돌보기 열외, 밤에 데리고 자지 않기, 목욕시키기는 자녀들 몫으로 하기, 손자녀 교육은 전적으로 자식에게 맡기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아이를 길러본 경험 많은 조부모가 손자녀 교육을 딸이나 며느리에게 맡기는 것은 양육의 주도권을 자녀에게 주는 동시에 교육 방식을 놓고 생길 수 있는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유용한 전략일 수 있다.

두 번째 전략 유형은 미래의 양육 지원에 대한 경계 설정이다. 이는 언제까지 혹은 몇 명의 손자녀까지만 돌볼 것인지에 대한 견해를 자식들에게 분명히 하는 것이다. 보통 1년에서 5년 사이의 기간을 설정하거나 첫째 이후 둘째 손자녀는 돌보지 않겠다는 의견을 자식들에게 미리 알리는 것이다. 둘째부터는 처가나 친가 등 상대 부모 쪽에 부담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다. 자식의 딱한 사정과 부모 도리를 감안하더라도 노후에 장기간의 손자녀 양육은 분명 적지 않은 희생이므로 합리적 선에서 미리 한도를 정해두는 것이 좋다.

◆양육 맡은 부모와의 관계 유지

자녀 양육에 대한 대가로 우리나라 자식들 대부분은 부모에게 ‘수고비’, ‘월급’, ‘용돈’, ‘생활비’ 등의 명목으로 물질적 보상을 하고 있다. 양육의 대가로 지급하는 보상 수준은 양과 방법에 있어 매우 다양한데, 수고비만 별도로 드리는 방법, 생활비와 자녀 간식비를 구분하지 않고 건네는 경우 또는 같이 거주하면서 생활비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경우 등 상황과 처지별로 각각 다르다.

국민노후보장패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손자녀 돌봄의 대가는 월 평균 55.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 결과는 개인별 편차가 상당히 큰 것으로 파악된다.

부모와의 좋은 관계 유지를 위한 자식들의 두 번째 전략은 ‘요구하지 않기’다. 부모의 양육 방식을 최대한 존중해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돌보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자 등 가공식품을 못 먹게 한다던가, TV를 오래 못 보게 하는 등 이것저것 지시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서로 불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요구사항을 줄이는 전략이다. 이유식을 그때그때 매번 만들어 먹이는 것, 미리 많이 만들어 보관해 뒀다 냉장고에서 꺼내 먹이는 것과 같은 극히 사소한 것부터 부모의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다. 이는 원만한 관계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며느리나 딸들의 전략이다.

세 번째 전략은 ‘부모의 손자녀 돌봄 시간 줄이기’다. 이는 단순히 최대한 일찍 귀가하기부터 낮 시간 어린이 집에 등록해 보내거나 시간제 보모를 별도로 구해 아이를 맡기는 것이다. 젖병 소독이나 이유식 만들기 등 손이 많이 가는 일들을 정해 본인이 직접 해결하는 것도 방법이다.

◆건강 챙기고 감사 직접 표현

조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심층면접 결과에 따르면 손자녀 양육 지원에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운동, 식이요법, 건강식품 섭취 등 의식적으로 건강관리를 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다고 한다.

외조부모 쪽인 경우 손자녀 양육이 부담스러워도 맞벌이 하는 딸이 고생하는 것을 지켜보면 힘들어도 손자녀 양육 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이들이 많았고, 친조부모의 경우 아들 부부의 맞벌이 상황에 다소간의 책임감을 느껴 손자녀를 더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또한 손자녀를 돌보고 받아 둔 용돈을 나중에 다시 돌려주려고 별도로 모아둔다는 조부모도 적지 않았다고 하니 ‘부모의 내리사랑’은 어느 가정이나 공통인 것 같다.

아이 돌보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다. 연로한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는 일을 당연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부모의 건강을 살피는 일이 우선일 것이고, 시간을 내서 별도로 여행을 보내주는 등 감사의 마음을 미루지 말고 반드시 직접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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