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올 1분기 수익 8% 하락 예상

보험사, 연금기금, 자산운용사도 영업 축소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일본 금융기관들이 충격에 빠졌다. 당초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던 은행뿐 아니라 보험사, 연금기금, 자산운용사 등도 수익 악화를 우려해 영업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0.1%가 은행 수익 10% 낮춰
일본은행(BOJ)은 지난 2월부터 시중은행이 예치하는 초과 지급준비금에 대해 보관수수료 명목으로 -0.1%의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이 -0.1%의 금리가 시중은행의 예대마진 금리차 축소 및 수익 감소, 나아가 예대업무까지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은행의 수익성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일본 은행들의 수익이 최대 2908억엔 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앞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로존의 경우 초과지준금리가 0.1%포인트씩 내려갈 때마다 시중은행의 영업이익도 5~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S&P 역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인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올해 1분기 결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15%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예금금리 인하 및 해외진출로 살길 모색
은행들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즉각 대응에 나섰다.

일본의 3대 대형은행인 미즈호은행, 미츠이스미토모은행, 미츠비시도쿄UFG은행은 보통예금 금리를 종전 0.02% 수준에서 역대 최저치인 0.001%로 일제히 인하했다.

미즈호은행은 2년 만기 정기예금의 금리도 0.025% 내렸으며, 미츠비시도쿄UFG은행은 대기업 등이 예치하는 보통예금에 계좌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일부 지방은행들은 특판 정기예금의 신규 예치를 중단한 상황이다.

은행들은 금리 인하뿐 아니라 사업 및 수익 구조도 다각화하고 있다.

미츠비시도쿄UFG은행은 미국과 태국에 진출하는 등 해외사업을 확대하고, 투자은행 및 자산운용 업무도 확충해 수수료 수익을 제고하고 있다.

 
◆금융권 전역에 마이너스 금리 후폭풍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인해 타격을 받은 곳은 비단 은행뿐이 아니다. 보험사, 연기금, 자산운용사들도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의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안정적인 자금운용이 어렵게 되자 일부 보험상품의 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향후 마이너스 금리 기조가 계속될 경우 수익성이 낮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고객에게 지급키로 약속한 예정이율을 지급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제일생명은 계약 시 보험료를 일괄 납부하는 ‘일시불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일부 상품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부국생명 역시 이번 달부터 일시불 종신보험의 일부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방침이다. 메이지야스다생명도 일시불 종신보험의 일부 상품에 적용되는 예정이율을 현행 0.85%에서 역대 최저 수준인 0.75%로 인하할 계획이다.

연기금도 기업연금의 예정이율보다 운용수익률이 낮아지면서 역마진이 나게 생겼다.

특히 지난해 일본 110여개 기업연금의 운용수익률은 -3.3%인데 마이너스 금리가 지속될 경우 기업들이 자산운용사들로 하여금 연금운용의 수익률을 높이도록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단기금리 하락과 더불어 장기금리까지 하락하게 되면 확정급부형연금의 미래가치가 낮아져 기업연금의 재정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산운용사들도 마이너스 금리로 인해 국채 수익성이 하락하고 상품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질 것으로 예상, 약 12조엔에 달하는 머니마켓펀드(MMF)의 거래를 중단했다.

현재 일본 내 11개 자산운용사 모두 MMF 신규 거래를 금지했으며, 일부 회사는 지금까지 모집한 투자자금을 투자자들에게 조기에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각 금융기관들은 영업규모를 축소하는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개인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면서 가계금융자산 포트폴리오 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