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보다 먼저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옮겨가는 것

▲ KB국민카드 윤웅원 사장

KB국민카드 블록체인 적용한 본인인증서비스 개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혁신은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것을 남보다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올 초 KB국민카드의 키를 잡은 윤웅원 사장의 신년사 중 일부이다. 핀테크 및 전업 인터넷은행의 출현 등으로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카드업계의 상황을 반영하듯 새 수장이 된 윤 사장은 자연스레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전업 카드사들의 치열한 상위다툼에서 KB의 이름값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듣는 KB국민카드의 대표로서 혁신에 대한 요구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윤 사장의 신년사 중 주목해야 할 점은 혁신이 갑자기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 부분이다.

흔히 아르키메데스가 물의 부피 문제를 깨닫고 갑자기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을 뛰쳐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아르키메데스에게 ‘유레카’는 불현듯 튀어나온 답이 아니었다.

금관과 이물질이 섞인 금관의 부피, 내지는 밀도의 문제를 깊이 고민하면서, 마치 뇌에서 신경물질이 뉴런(신경세포)의 시냅스(돌기)를 연쇄적으로 연결하면서 정보가 전달되는 것처럼, 꼬리에 꼬리는 무는 질문의 연쇄 반응의 결과를 거쳐 나온 대답이었다.

혁신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혁신하자’하며 의기투합해 혁신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곡물의 우연한 발견과 수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농업지식이 축적돼 신석기 농협혁명이 일어난 것이며, 증기기관과 방적기의 끊임없는 개선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면서 산업혁명도 성공할 수 있었다.

최근 장안의 화제인 바둑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의 등장도 마찬가지다. 1952년 틱택토(삼목놓기), 1994년 체커, 1997년 체스로 인간과의 승부를 이어가면서 기술을 축적한 인공지능은 드디어 2011년 미국의 퀴즈쇼(제퍼디)를 정복하면서 인간과 지능을 다투게 되었다.

그리고 결국 2016년 유럽 바둑 챔피언에게 승리한 인공지능 ‘알파고’가 현재 우리나라의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혁신은 ‘순간’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속에서 변화 발전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하버드대학의 존 코터 교수도 “변화란 하나의 이벤트가 아닌, 과정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우리는 흔히 이 사실을 망각한다. 그리고 망각은 우리에게 실패라는 쓰라린 수험료를 요구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비싼 수험료를 지불하면서도 망각하는 것일까?

변화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실행하지 못하는 것은 인간이 변화를 바라면서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즉 변화하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변하지 않아도 생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굳이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 개념의 창시자인 케빈 에슈턴은 최근 그의 책 《창조의 탄생》에서 인간의 뇌는 진화과정에서 “새로운 것을 거부하도록, 혹은 적어도 의심하도록 무장하게 되었으며, 그 결과 우리는 (새로움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며, 불확실하다는 느낌은 우리가 새 것에 편견을 느끼게 하고 익숙함을 선호하게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 대한 함축적 표현이 윤 사장의 혁신론이다.

최근 2~3년 동안 업계 3위에서 4위로 한 계단 내려온 KB국민카드의 입장에서 ‘기다림’은 미덕이 아니라 악덕이다. 과정으로서의 혁신을 수용해야만 하는 절박한 현실 때문이다. 어쩌면 윤 사장은 ‘영구 혁신’론을 펼치고 싶을지도 모른다. 카드업계의 지각변동 과정에서 리딩그룹과의 한판 승부가 눈앞에 아른 거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발을 떼야 두 번째 발도 뗄 수 있기 때문에 윤 사장은 “지금의 것을 남보다 빠르게 고객이 원하는 곳으로 옮겨 가는 것”을 혁신이라고 정의하면서 해법을 찾고자 한다.

인터넷 전업은행과 경쟁을 벌이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카드업계 처음으로 진출하는 것이나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도록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본인인증서비스를 개발한 것이 바로 윤 사장의 혁신에 해당한다.

KB국민은행의 고객 잠재력과 결합된 카드 본연의 결제서비스가 연결된 새로운 독자 ‘페이’의 개발도 불가능한 이슈는 아니다. 카드 업계가 앞으로 써내려갈 핀테크의 역사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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