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을 중도에 해지하거나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세금폭탄을 맞게 될까.

많은 사람들이 연금저축을 중도 혹은 만기에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운용수익뿐만 아니라 원금에도 과세가 돼 세금 부담이 크다고 생각한다. 또 연금저축 수령액이 연간 1200만원이 넘으면 종합과세를 적용해 역시 큰 세금을 물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보험연구원 정원석 연구원은 “우리나라 연금세제를 정확히 이해한다면 연금저축에 세금이 과도하게 부여된다는 오해는 풀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시금 수령시 미뤄졌던 과세 실행돼

국내 연금세제는 연금저축을 납일할 때 내는 납입액과 운용과정에서 얻는 운용이익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적용하고, 연금을 수령할 때는 원금과 운용이익 모두에 세금을 붙이는 EET 과세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많은 나라에서 채택하고 있는 연금의 과세방식이다.

납입시 비과세란 과세 대상인 개인의 전체 소득 중 연금저축에 납입하는 금액을 소득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연금저축 납입금액은 연간 최대 400만원까지 과세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러한 방식은 2014년부터 납입금액의 일정부분(12%)을 세금에서 공제해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뀌어 적용되고 있다.

운용시 발생하는 이득에 대해서도 역시 비과세한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비과세란 면세(免稅)가 아닌 세금을 납입 시점이 아닌 연금수령 시점으로 미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연금을 수령할 때는 원금과 운용수익 모두에 세금을 부여해 소득에 대한 과세 누락은 발생하지 않는다.

연금적립금을 수령할 경우 그 형태에 따라 세율과 과세방식이 달라진다.

적립금을 중도 혹은 만기에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납입원금과 운용수익을 합친 전체 금액에 15%의 기타소득세를 부과하고 2013년 이전 가입자의 경우 2%의 해지가산세까지 추가적으로 부과한다.

반면 만기 이후 적립금을 일정기간 이상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에는 수령하는 연금에 대해 세율 3~5%의 연금소득세로 저율 분리과세하고 이를 수령기간 동안 나누어 내는 과세 이연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단 연금저축 및 적립식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 본인이 납입한 과세대상 연금계좌로부터 연간 1200만원 이상의 연금소득이 발생하면 공적연금 수령액과 합산해 종합과세 한다.

정 연구원은 “연금세제의 EET 과세원칙에 따라 중도해지 혹은 일시금 수령시 부여되는 세금은 미뤄졌던 과세가 실행되는 것에 불과해 원금에 대한 세금 적용은 과세 논리상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연금저축 납입시 받는 혜택보다 수령할 때 내는 세금이 더 많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다.

과세이연시 받는 혜택은 세액 공제율 12%인데 중도 혹은 만기에 일시금으로 적립금을 인출하면 15%의 기타소득세를 적용해 납입시 받는 혜택보다 수령할때 내야하는 세금이 더 크지 않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세액공제율 12%가 반영되는 계층은 연소득 5500만원 이상 계층이다. 국민 대다수에 해당되는 연 5500만원 이하 소득자의 경우 적용받는 세액공제율은 기타소득세율과 동일한 15%이며, 천재지변이나 가입자의 사망, 가족의 질병, 개인 파산 등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경우 역시 저율분리과세를 실시하고 있다.

물론 연소득 5500만원 이상 계층에게는 중도해지 혹은 일시금 수령시 과세되는 15%의 세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는 연금저축 해지 유인을 차단하기 위한 정책적 장치로 생각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혜택보다 큰 과세 적용해 해지 막아

연금가입 시에는 세제 혜택을 베풀지만 중도 해지하면 혜택보다 더 큰 과세를 적용해 연금저축 해지 유인을 줄이고자 하는 과세 방식은 해외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적연금인 ‘401(k)’는 49세 이하 가입자는 연간 1만8000달러까지, 50세 이상은 2만4000달러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연금수령 연령인 60세 이전에 해지하면 원금과 운용수익을 포함한 전체 금액이 다른 소득과 합산돼 종합과세가 이뤄지며 이에 더해 10%의 징벌적 가산세까지 부여한다.

일본 역시 납입시에는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지만 가입 후 5년 이내에 해지할 경우 원금과 이자에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5년 이후 해지시에는 일시 소득으로 과세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연금세제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정 연구원은 “현재 연금세제가 상당부분 합리적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일부 국민들이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연금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연금세제 변화 중 가장 큰 변화인 ‘사적연금 납입액에 대한 세액공제 전환(2014년)’에 대해 "이를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11.1%에 불과할 정도로 일반 국민의 관심과 지식은 낮은 수준이다.

또한 연금세제에 관한 정보를 주로 접하는 금융기관 역시 연금저축의 세제 혜택만 크게 강조하고 중도해지 혹은 일시금 수령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덜 강조하는 점도 가입자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연금세제는 일반적인 금융상품의 세제와 달리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납입 및 운용시에는 세금 적용을 뒤로 미루고 수령할 때는 저율로 과세한다는 혜택을 약속하고 있다.

이는 반대로 적립한 자금을 연금으로 사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람에게는 약속할 때 주었던 혜택을 환수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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