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썬인베스트 벤처투자본부 송일엽 상무

▲ 투썬인베스트 벤처투자본부 송일엽 상무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도 풀 겸 운동을 위해 주말이면 등산을 종종 다닌다. 등산을 갈 때마다 의아한 것들 중 하나는 산에서 청년들을 많이 만난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은 우연히 혼자 산을 오르는 젊은이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창 산업현장이나 사무실에서 뛰어다닐 나이에 1년 반 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처지가 답답해 바람을 쐬러 나왔다고 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2월 청년실업률 12.5%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청년실업이 문제가 되자 사회는 청년들에게 눈을 낮추고 도전정신을 기르라고 한다. 반면 높은 실업률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난 2월 청년실업률 7.1%를 기록하고 363만여개의 기업 중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99.3%인 독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 4위의 경제대국이자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은 노동인구 중 60.9%가 중소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특히 독일에는 세계 1위 또는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한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히든챔피언이 약 1350여개가 존재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히든챔피언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366개로 2위를 차지한 미국을 큰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렇듯 독일 중소기업이 세계시장의 중심에 있게 된 것은 다름 아닌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독일은 경기와 무관하게 기술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2014년 전경련 발표에 따르면 R&D 투자순위로 본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에 독일기업은 41개나 이름을 올렸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한국의 3.1%의 2배가 넘는 6.5%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기업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기술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직업교육 훈련 실시 비중도 대기업 수준과 크게 차이가 없으며 중소기업의 임금도 2014년 기준 대기업의 73.9% 수준으로 52.5%를 기록한 한국과 비교된다.

이렇듯 중소기업이 인재와 기술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므로 자연스레 중소기업 근로자에 대한 독일의 사회적 인식도 높다. 독일 대표적인 주간지 디자이트 조사에 따르면, 직업훈련의 과정을 거쳐서 기술자로 나온 사람은 사회 진출 10년 뒤 고급차인 ‘신형 포르쉐’를 타는 반면, 대학에 진학한 자는 대중차인 ‘중고 폭스바겐’을 탄다고 표현할 정도다.

우리도 사회가 인위적으로 고취하지 않아도 청년들의 도전이 이어져 사회구조적인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한국 중소기업의 장기성장 동력을 위해서는 중소기업들의 변화가 필요하다.

틈새시장을 찾아 기술력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인력에 대한 투자로 장기동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중소 중견기업들이 세계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선호하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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