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3 CEV 마켓 리서치 담당 팀 스완손

“R3와 함께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블록체인 상용화…규제 해결 못하면 아무도 찾지 않을 것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세계 최대의 글로벌 블록체인 컨소시엄 R3 CEV(이하 R3)가 지난 6일 대한금융신문에서 주최한 ‘파이낸셜 어젠다 2016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R3는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은행들이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를 선도하기 위해 구성한 블록체인 컨소시엄으로 현재 전세계 45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본지는 R3에서 마켓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팀 스완손(Tim Swanson)을 만나 R3가 추구하는 블록체인 사업 방향과 그들이 생각하는 블록체인 시장의 미래에 대해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Q. R3에서 한달 전 한국을 방문해 다수의 금융회사들과 미팅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 R3가 한국 금융회사들의 가입 요청을 거절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입장이 바뀐 것인가.

가입 거절에 대해서는 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 우리가 컨소시엄 회원사를 받을 때 첫번째 라운드 기간을 정했는데 한국에서 그 기간이 지난 후 연락을 해 가입이 수락되지 않았다. 한국뿐만 아닌 가입 의사를 보였던 전세계 은행 모두 그 날짜 이후에는 가입을 받지 않았으며 두번째 라운드가 시작되자 마자 한국에 가장 먼저 달려온 것이다.

Q. 한국이 R3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금융회사 내부에서는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 때문에 가입을 권유하고 있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한국에서 인터넷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금융도 같은 의미로 차세대 금융인프라에 한국만 참여하지 않고 홀로 남겨진다고 생각해보라. 더불어 한국 금융회사들도 해외 수출을 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세계 금융기관들이 참여하고 있는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것은 서로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Q. 최근 한국에서도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 내에 블록체인 표준화 그룹을 만들었다. 공개형 블록체인 기술을 표방하며 금융산업뿐만 아닌 모든 산업에 문을 열고 있는 블록체인CG에 대해 R3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는 블록체인CG가 ‘공개형’이라는 사실뿐이다. 그런데 이 공개형이라는 것이 기술만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것인지 아니면 누구나 익명으로 거래증명자가 되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지 분명하지 않아 확실한 답변을 주긴 어렵다.

우리의 생각을 말하자면 블록체인은 공개형 또는 폐쇄형이라는 단어로 구분할 수 없다. 가령 블록체인 코드가 오픈소스로 공개되는 시스템에서 거래증명을 법적으로 인증이 가능한 기관에게만 허가한다면 공개형인 동시에 폐쇄형인 네트워크가 된다.

R3 시스템 또한 블록체인 CG와 같이 비상업적이며 공개형인 분산장부를 추구한다. 회원들은 얼마든지 오픈소스를 가지고 자기 마음대로 고칠 수 있다. 단지 R3를 폐쇄형이라고 말하는 것은 거래증명 부분에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래기관에만 권한을 주기 때문이다.

Q. 블록체인을 구분할 때 크게 퍼블릭(public)과 프라이빗(private)으로 나누는데 상당수가 그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두 방식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타트업을 비롯해 많은 시장 관계자들이 이 부분에 대해서 무지한 면이 있다. 우선 퍼블릭 블록체인은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공개형 네트워크를 생각하면 된다. 익명의 거래증명자가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상관 없이 네트워크 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거래를 증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기술은 오픈소스로 공개되지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기관에게만 인증(거래증명)이 허가된다. 퍼블릭과는 다른 개념으로 접근하지만 앞서 말했듯 프라이빗이라고 해서 코드를 공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Q. R3는 왜 퍼블릭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고집하는 것인가.

비트코인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익명의 사람들이 거래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엄청난 양의 컴퓨팅 암호화 기술을 사용한다. 우리 입장에서는 퍼블릭 네트워크를 구성하기 위해 수많은 컴퓨터를 이용하는 것 자체가 전력 낭비라고 생각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처럼 법적인 증명이 가능한 기관에게만 거래증명을 허용하면 이 기관이 변조를 했을 경우 바로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퍼블릭처럼 위변조 방지를 위해 엄청난 전기를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

2008년 처음 만들어진 비트코인은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보낼 때 어떻게 하면 은행과 같은 중개기관 없이 돈을 보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만들어진 기술이다. 금융기관을 위한 것이 아닌 오히려 금융기관을 탈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R3가 추구하는 블록체인은 금융기관을 위한 기술이다. 어떻게 하면 금융기관들이 법 규제 안에서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Q. 금융기관을 위한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있지만 금융만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 아닌 더 넓은 시장을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처음에 R3를 시작할 때 이렇게 많은 은행들이 참여하게 될지 몰랐다. R3 창업자 대부분이 금융회사 출신이기 때문에 일단 금융기관에 사업 방향을 집중했다. 하지만 점차 금융사들의 참여가 늘어나면서 비금융사들의 가능성도 확신하게 됐다. 예를 들어 거래 유통망의 경우 전부 다른 문서를 쓰고 있는데 이 문서를 표준화하는데도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다.

Q. R3가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술을 상용화하기 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예상하는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상용화까지 가는데 앞으로 1~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단 각 나라마다 다른 규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라별로 상용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스마트계약이나 결제의 완결성 같은 문제들은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법적인 문제가 크기 때문에 규제당국과 원만한 조절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Q. 규제문제를 계속 언급했는데 블록체인이 활성화되기 위해 금융당국은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우선 관련 업계 지식에 대한 교육이 우선돼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여기서 더 나아가 한국은행같은 중앙은행에서 디지털화된 법정화폐를 발행하면 어떨까. 실제 영국, 중국 등 몇몇 중앙은행에서는 법정화폐를 디지털로 전환시키는 것을 넘어 아예 법정화폐를 디지털화된 화폐로 발행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를 발행했을 경우 금융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며 열람권한이나 참여권한을 소비자, 상업은행, 중앙은행 중 누가 갖게 되는 것인지 등에 대해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Q. 1년 뒤 상용화를 얘기했지만 각 나라마다 다른 청산결제 정책을 가지고 있어 상용화까지는 난관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1조원 정도가 가상화폐 분야에 투자됐고 200여개의 스타트업들이 이 기술로 파일럿테스트를 했지만 전부 거절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디지털 자산에 있어 결제청산의 완결성을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고민했지만 아무도 간단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R3에서는 MIT연구소와 함께 대형로펌에서 일하는 법률전문가들을 한데 모아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논의하고 있다. 규제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가 추구하는 개념을 아무도 찾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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