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금융신문은 지난 6일 서울 페럼타워에서 '블록체인, 디지털 금융혁명의 시작'을 주제로 파이낸셜 아젠다 2016 포럼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날 자리에는 300여명이 넘는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참석해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커뮤니티인 R3 CEV로부터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전 세계 금융시장 전망과 금융회사 업권별로 블록체인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미래의 금융시장...분산원장 네트워크 시대 열릴까
신기술 도입 전 법적 규제 부분 철저히 검토돼야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제2차 인터넷혁명이라 불리는 블록체인에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전세계 금융사업자들은 블록체인 시장의 잠재력을 예상하고 주도권을 잡기 위해 R3 CEV와 같은 블록체인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서둘러 블록체인이 바꿀 새로운 금융시장을 준비하고 있다.

본지는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속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디지털 금융시대를 한발 앞서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6일 ‘파이낸셜 어젠다 2016: 블록체인, 디지털금융 혁명의 시작’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국내 언론사 최초로 전세계 블록체인 시장을 전두 지휘하고 있는 R3 CEV가 방한해 블록체인이 변화시킬 전 세계 금융시장 전망을 발표했으며 코인플러그와 LG CNS가 금융회사 업권별로 블록체인 기술을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소개했다.

또 핀테크지원센터의 정유신 센터장은 정책적인 면에서 블록체인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과 금융당국의 과제에 대해 강연했다.

2020년 금융산업 전체가 분산원장 채택할 듯

▲ 지난 6일 열린 ‘파이낸셜 어젠다 2016: 블록체인, 디지털금융 혁명의 시작’ 포럼에서 R3 CEV 마켓 리서치 담당 팀 스완손이 강연을 하고 있다.

흔히 ‘분산원장’으로 불리는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을 특정 기관의 중앙서버가 아닌 P2P 네트워크에 분산시켜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자료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기술이다. 왜 금융기관들은 갑자기 분산원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을까.

R3 CEV에서 마켓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팀 스완손(Tim Swanson)은 “인터넷이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혁명을 몰고 온 것처럼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시장 전체의 패러다임을 뒤바꿀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산원장은 다수의 네트워크를 통해 복수의 거래인증기관이 존재하며 특정 혹은 모든 당사자가 원장의 복사본(Copy)을 가질 수 있다. 이 같은 개념은 단순 금융거래 정보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각 회사의 기밀정보가 분산원장으로 거래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진다. 아무리 암호화된 기술로 묶여 있어도 경쟁사의 하드드라이브에 본인 회사의 기밀이 공개된다면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팀 스완손은 이에 대해 분산원장에서 모든 거래 정보를 복제해 공유한다고 해서 모든 당사자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R3가 최근 발표한 시스템의 경우 실제 거래와 연관된 특정 규제기관만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다른 기관과 공유할 때 생길 수 있는 정보유출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R3는 비트코인이 아닌 비트코인이 구현하는 네트워크, 즉 블록체인이라 불리는 보안성이 구현된 금융원장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분산원장 시스템을 전 금융기관에 적용해 거래 기록을 기업 단위에서 시장 단위로 끌어올리는 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다.

물론 원장 통합을 위해서는 모든 금융기관이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통합해야 하는데, 이때 실제 구축 과정에서 각 나라마다 다른 금융거래 시스템과 규제정책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팀 스완손은 “금융기관 CIO들은 분산원장을 적용했을 때 제 3자의 개입과 시스템 리스크를 줄이고 사기행위를 방지하며 관리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길 원하고 있다”며 “2020년이면 금융산업 전체에서 분산원장을 채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분산원장 시대가 도래하기 전 금융기관에서 어떻게 해야 논리적인 원장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까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처럼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수백개 금융기관의 거래 과정을 해결하기 위한 법적 규제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R3는 “우리가 추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과 달리 법적인 시스템 안에서 검증과정을 거치고 결제의 완결성을 보장할 수 있다”며 분산원장 시스템 적용 시 법적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R3에 가입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팀 스완손은 “한국 금융기관에서 R3에 가입하지 않는 것은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것과 같다”며 “한국 국민들이 인터넷의 효용을 얻지 못하고 전세계에서 고립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라”는 말을 남겼다.

블록체인 도입…금융사가 IT보다 먼저 고민해야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는 IT회사가 아닌 금융회사가 먼저 고민하고 그 이후에 기술회사와 공유하는 형태가 돼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증권 및 자본시장 활용방안’에 대해 발표한 LG CNS 백승은 전문위원은 포럼에서 이같은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백 위원은 특히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를 위해 일반회사나 금융사와 미팅을 하면서 (그들이) 목적의식이 없는 것을 느꼈다”며 “단지 새로운 기술이라는 이유로 시도한다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블록체인 시장에 뛰어들면 헛돈만 날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블록체인 사업은 금융회사의 깊은 고민이 IT회사와 함께 공유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금융사가 직접 사업유형을 고민하고 접근한다면 블록체인이 장기적으로 금융회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백 위원은 R3가 추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현재 LG CNS는 한국 주도로 형성한 개방형 블록체인 표준화 그룹인 블록체인CG에 가입한 상태다.

그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당사자의 이해관계에 맞는 개별적인 블록체인을 만드는 것”이라며 “분리된 형태의 블록체인은 의미가 없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만들어도 궁극적으로는 프라이빗 블록체인 간의 연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에는 사업적인 네트워크 망도 중요하지만 블록체인과 같은 훨씬 넓은 형태의 기술적인 네트워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의 IT화를 가속화시키는 키(Key)

‘은행 및 보험, 카드업권의 블록체인 활용방안’을 발표한 코인플러그 한상훈 이사는 “금융권의 현재고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더 편리하고 절감된 비용으로 서비스를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했다.

한 이사는 금융기관에서 블록체인을 적용했을 때 “보안을 비롯한 각종 금융서비스의 위험요소를 감소시킬 수 있고 은행 송금망이나 자본시장 등에 적용하면 사용자 편의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의 다양한 블록체인 활용사례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영국 중앙은행은 블록체인을 활용한 전자화폐 구성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도 블록체인을 적용해 새로운 형태의 코인(Coin)을 만들어 사용중이다.

나스닥은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증권거래를 시작했으며, 영국 신생기업 에버렛저는 다이아몬드의 장물여부를 판정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한 이사는 국내 블록체인 적용사례를 제시하며 “현재 국내 금융권에서는 전자화된 문서의 위조여부를 언제 어디서나 판단할 수 있는 문서인증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 중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송금정보 망으로 이용해 분산화된 공개거래 장부에서 해외송금 시 위변조가 불가능한 기술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션에서 ‘블록체인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파급력과 정책적 과제’에 대해 강연한 핀테크지원센터 정유신 센터장은 “블록체인은 기존 전산시스템의 단점인 복잡성, 폐쇄성, 고비용, 해킹 우려 등을 극복하고 금융의 IT화를 가속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모든 산업이 모바일로 전환함에 따라 금융회사의 IT 경쟁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금융회사들이 안정성과 효율성을 갖춘 블록체인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금융산업의 IT화가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 센터장은 “블록체인 시스템은 개방적이고 안정성이 높아 금융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맞춤형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며 “이에 따라 금융상품도 제조상품처럼 실체가 있는 상품으로 변화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미래에 금융산업이 제조산업처럼 금융상품 제조 및 유통판매로 구분된다면 금융인력 또한 O2O상품 개발, O2O상품 판매 두 그룹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는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제3자 배제’라는 P2P적 성격을 가지고 있어 현재 시작 단계에 있는 P2P대출과 크라우드펀딩의 보안, 정확성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하나의 키(key)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책적 과제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분산개방형 플랫폼인 블록체인을 금융업무에 적용하려면 전자금융거래법 및 감독규정 등 관련 법규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금융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전부 또는 일부 교체 시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철저한 사전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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