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에서 만나는 ‘안목’ <2>

 
셰익스피어·세르반테스 ‘현혹되지 말자’
괴테 “반짝임은 한시적, 참된 것은 영원”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반짝인다고 해서 모두 금은 아니다./그대는 이 말을 자주 들었으리라./많은 이들이 나의 외양만을 보고 자신의 생명을 팔았지./금칠한 무덤엔 구더기만 우글거리니.”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인간은 모두 반짝이는 것에 시선을 빼앗긴다. 평범하거나 지속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뇌에서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무시되거나 특별하게 대우받지 않는다. 그러나 반짝이는 물건을 발견하게 되면 뇌는 반드시 그것을 확인하려든다. 경험적으로 반짝이는 것은 값어치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 믿음, 태도, 의도라는 자신의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본다. 그 렌즈로 본 세상이 실제 렌즈에 비춰진 세상과 다르다 할지라도 굳이 바꿔서 보려하지 않는다. 경험칙과 의도가 틀렸더라도 그 선택에 대해 뇌는 지속적으로 합리화하는 논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런 인간의 태도를 비웃듯이 셰익스피어는 인간군상을 금칠한 무덤에 우글거리는 구더기로 표현한다. 특히 엘리자베스 여왕 시기, 해적질과 무역 등의 상공업을 통해 부유해진 런던 사람들의 속물의식을 이탈리아 베니스의 ‘구더기’로 치환시켜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베니스는 대서양항로가 개척되기 이전 유럽 전체의 무역을 장악했던 곳이다. 아시아의 향료와 중국의 비단 도자기 등은 베니스 상인들에 의해 유럽 곳곳에 전달되었다.

희곡 <베니스의 상인>은 전성기 시절 베니스의 무역상과 수전노의 대립관계를 통해 황금을 향한 인간의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태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돈에 대한 끝없는 탐욕을 보여주고 있고 귀족의 자제들은 베니스 유력가의 아름다운 딸 포샤를 사랑보다 재물로 보려한다.

작품은 무역상 안토니오와 샤일록 간의 인육재판 플롯과 밧사니아와 포샤를 중심으로 한 상자 플롯이 이중구조로 연결되어 진행된다. 그리고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인용구는 포샤에게 청혼한 모로코공이 선택한 금상자 안 해골에 끼어있는 두루마리 종이에 적혀 있는 경구이다.

모두가 ‘반짝이는 물건’을 금으로 바라보듯이 금빛의 상자를 선택한 모로코공의 눈에는 그 상자 속에도 금(포샤의 초상화)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로 상자를 선택하러간 밧사니아는 세 개의 상자(금, 은, 납)를 보면서 혼잣말로 이렇게 말한다. “겉이 번지르르하면 속이 빈약한 법, 그런데도 사람들은 겉모습에 쉽게 속아 넘어가지.”

그리고 그는 납상자를 선택한다. 포샤와의 결혼이 가능하기 위해선 포샤의 초상화가 들어있는 상자를 찾아야 했는데, 그 그림은 금이나 은상자가 아닌 납 상자 안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다”라는 경구는 셰익스피어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와 같은 시기 필력을 떨쳤던 스페인의 작가 세르반테스도 그의 대표작 <돈 키호테>에서 이 문장을 사용한다.

돈 키호테와 함께 기사행각을 한 산초 판사에게 우연히 공작부인이 섬을 하사한다. 산초는 섬을 다스리러 가기 전에 공작부인에게 섬을 주지 않아도 된다며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다가 다음과 같이 말을 한다. “제가 들은 바로는 십자가 뒤에 악마가 있다고 합니다요.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라는 말도 있고, 소와 쟁기와 멍에들 사이에서 농사꾼 왐바를 끌어내 에스파냐의 왕을 만들었다고도 했습니다.”

십자가 뒤에는 악마가 아닌 천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에스파야 왕은 소와 쟁기 사이에 있는 농사꾼이 아닌 귀족들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당대 스페인 사회의 왕족 및 귀족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세르반테스는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십자가 뒤에 악마가 있을 수 있고 반짝이는 것이 반드시 금이 아닐 수 있음을 설명하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살필 줄 아는 미덕을 강조하고 있다.

관점의 연장일게다. 두 세기 뒤의 독일 작가 괴테는 그의 대표작 <파우스트>에서 다음처럼 말한다. “번쩍거리는 것은 순간을 위해 빛나지만 참된 것은 길이길이 후세에 남는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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