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앞다퉈 핀테크기업에 구애
대출부터, 지분인수 등 직접투자도 활발
새로운 금융기술 적용 수익성 제고 기대

“지속 투자와 성과 뒷받침 없이는
한 때의 유행 그칠 것“ 지적도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미래시대로 가기 위한 통로’ 핀테크를 향한 금융사들의 구애가 이어지고 있다.

신한금융, KB금융, 우리은행 등 국내 굴지의 금융사들은 기술력 있는 핀테크기업 투자는 물론 육성에도 힘쓰고 있다. 대출부터 크라우드펀딩, 입주공간 지원, 법률 및 세무 지원 등 방법도 다양하다.

다만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핀테크기업 지원이 금융사의 수익으로 직접 연결되고 금융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지를 예단하기는 이르다.

금융사들이 사업성과 기술력을 갖춘 핀테크기업을 찾아 투자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체계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핀테크 열풍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사, 핀테크기업에 눈독 들이다.

금융사들이 핀테크기업 투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아젠다인 ‘창조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정부가 금융과 IT를 결합한 핀테크를 통한 금융혁신을 강조하면서 금융사들이 뒤따르기 시작한 것.

이러한 정부 방침에 부응해 금융사들은 핀테크기업을 지원하고 지급결제 및 송금 서비스, 온라인 자산관리 및 재무관리 등 분야에서 핀테크기술과 서비스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금융사들은 내부에 핀테크기업 지원 총괄부서를 만들고 간접투자(대출) 및 직접투자(지분인수) 등 다양한 지원방안을 내놨다.

최근에는 지분인수나 크라우드펀딩 등 직접투자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금융사들도 관련 움직임에 분주하다.

KB금융은 핀테크기업 지원조직인 KB핀테크HUB센터를 설립하고 핀테크 스타트업 발굴에 나섰다. KB핀테크HUB센터는 센터장 포함 6명이 상주하며 KB스타터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제휴형, 입주형, 투자형으로 나눠 지원을 진행한다.

제휴형은 핀테크업체의 기술을 KB 전계열사에 소개하는 방식이며, 입주형은 핀테크기업에 사업장소(명동)를 제공하고, 투자형은 직접 투자를 진행하거나 투자자와 연결해주는 식이다. 현재까지 KB핀테크HUB센터는 KB스타터스 프로그램을 통해 11개 기업을 지원했다.

KB핀테크HUB센터 권혁순 센터장은 “센터를 통해 전계열사를 한번에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은 전 계열사가 참여한 핀테크협업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을 가동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은 핀테크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과 투자를 제공하고, 핀테크기업은 혁신기술을 바탕으로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법률, 특허, 경영컨설팅 등 외부 전문인력을 제공받고 일산과 죽전의 신한금융 전산센터를 이용한 ICT테스트도 진행한다. 지난 1기에서 신기술을 보유한 7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최근 출범한 2기에서는 총 16개사가 참여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핀테크사업부를 통해 우리핀테크늘품터, 우리핀테크나눔터 등 두개의 핀테크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핀테크늘품터는 스타트업지원프로그램으로 지난해 4월 오픈 이후 90개 업체를 상담했으며, 이중 8개 업체와 MOU를 체결했다.

우리핀테크나눔터는 입주공간 지원프로그램으로 1기 6개팀 중 4개팀이 창업에 성공했으며 지난 4월 우리은행은 이들 4개팀을 지원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핀테크사업부 관계자는 “나눔터 2기를 확대 모집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 중이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12명으로 구성된 핀테크사업부를 만들어 성장단계별 맞춤지원책인 ‘드림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공모전 개최나 외부기관 연계를 통해 핀테크기업을 발굴하고, 핀테크 Dream 지원센터에서 투·융자 지원을 진행한다. 핀테크 Dream Lab에서는 핀테크기업의 실질적인 사업화를 추진하기도 한다.

핀테크 기술을 이식하다.

금융사들은 핀테크기업과 손을 잡고 잠재력 있는 금융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적용될 여지가 있는 핀테크기술 개발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앞으로 핀테크 신기술 영역은 금융사들의 지원을 통해 더욱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금융사들은 핀테크기업과 협업을 통해 새로운 보안인증 기술 적용을 꾀해왔다.  

우리은행의 경우 핀테크기업과 협업해 홍채인식을 통해 ATM 출금 및 대여금고 인증 기술, 스마트폰 보안 안전영역을 활용한 보안인증 개발을 진행 중이다. 또한 코인플러그와 문서인증 등 블록체인 기반 금융연계서비스를 개발하고 모바일 스크래핑을 활용한 무담보‧무서류 모바일 대출 기술도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KB금융은 계열사와 연계해 금융기술 개발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모바일멤버십 쿠폰 통합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터칭’ 기술을, 국민은행은 의료 및 금융 관련 머신러닝 기반 빅데이터 분석 정보를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술 개발을 진행한다.

금융기술 이외에 사회 전반에 적용 가능한 기술개발 지원도 적극이다.

KB금융은 이동식 전기차 충전기 개발, 유후 주차공간 공유서비스, 주차장 위치 가격정보 서비스, 금융기관 제휴를 통한 병의원 의료비 할부서비스 등을 개발하는 핀테크기업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모비일월드콩그레스에서 주목받은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가진 핀테크기업을 신한퓨쳐스랩 2기 업체로 선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핀테크, 유행에 그치지 않으려면…

금융산업의 새 먹거리로 평가받는 핀테크지만 미래는 불확실하다. 여전히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적지 않다.

핀테크는 정부주도형 산업이다. 은행이 필요에 의해 원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니다. 알리바바 등 중국의 유명 핀테크기업의 성장을 보며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생각에 정부가 급하게 금융사의 등을 떠밀어 핀테크기업 육성을 시작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중국 등 해외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은 분명 다르다. 예전부터 잘 돌아가고 있었던 지급결제 시장에서 '핀테크를  통해 혁신하자'는 구호는 현재로써는 와닿지 않고, 금융사들이 주로 지원하고 있는 핀테크기업들의 신기술은 보안분야에 그치고 있다.

가상현실, 인공지능 등을 신규 기술을 개발하는 핀테크기업이 기대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 금융사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열풍으로 새로운 수익모델 확보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상은 부풀려졌다는 견해도 있다”며 “각종 MOU 체결을 통한 기술개발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접투자 사례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에 업계에서는 핀테크기업의 성장과 금융사의 수익창출이라는 윈-윈을 위해서는 금융사의 꾸준한 핀테크 투자와, 핀테크 기술검증을 위한 내부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과거 녹색금융과 같이 정부의 바뀜에 따라 사라지는 한 철 투자가 아닌 피드백을 통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업성이 있는 기술이 아닌지 검증하기 위한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관련 기관과 연계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에 대한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크라우드펀딩 등을 적극 이용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 차원의 규제 완화도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핀테크기업 설립을 위한 최소자본금 규정, 관련 법률과 제도의 부족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꾸준한 투자와 내부역량 강화 등을 통해 상용화에 성공하고 수익을 거둘 수 있어야만 장기 사업모델로 정착이 가능할 것”이라며 “금융사의 핀테크기업 투자와 기술 상용화는 최종적으로 해외진출을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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