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금리 속에서 수명이 늘어난 은퇴자들은 이제 은행 예금만으로는 자산을 증식하기 힘들어졌다. 해마다 늘어나는 생활비를 꺼내 쓰며 통장 잔고 ‘0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국내 60대 이상 가구의 평균 금융자산 약 1억2000만원 중 85%(1억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예적금이 차지하고 있다. 은퇴자산 증식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서도 아직까지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고금리 시대의 관성에 따라 예금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장기 운용할수록 원금손실 확률 크게 낮아져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수명연장은 필요자산 증가라는 단점도 있지만 투자의 시간지평이 길어지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은퇴자금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60세 은퇴자의 기대여명은 25년(85세)으로 은퇴자산 운용기간은 25~30년 또는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운용기간이 길어질수록 수익률 차이로 인한 복리효과가 커 은퇴자산을 예금으로 운용했을 때와 투자자산으로 운용했을 때 30년 후 자산규모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예를 들어 1000원을 1.8% 예금 수익률로 운용하면 1443원(20년), 1716원(30년)으로 원금이 두배가 되지 못하지만 투자수익률 5%로 운용했을 경우 2718원(20년), 4482원(30년)으로 증가한다.

장수의 이점을 살리는 투자법은 투자의 시간지평을 확장하는 데서 시작할 수 있다.

초저금리 시대 도래로 투자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많은 은퇴자들이 투자의 위험 부담으로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투자기간을 활용해 자산을 장기로 운용하면 투자원금에서 손해를 볼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주식시장(연수익률 4.46%, 변동성 14.65% 가정)에 투자해 원금손실을 입을 확률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1년 38.0% → 5년 24.8% → 10년 16.8% → 20년 8.7% → 30년 4.8%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표 1 참조>.

지난 200년 동안 주식시장 데이터를 연구해 온 장기투자 이론가인 펜실베니아대학 와튼 스쿨의 제레미 시겔 교수는 “장기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라면 주식 투자가 최선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장수의 이점을 활용해 사모펀드, 대체투자 등 비유동 자산에 투자하면 유동성 프리미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으로 은퇴자들은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 자산군을 분산해 투자해야 한다.

은퇴자산을 장기로 투자할 때는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춰 복리효과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변동성이 낮을수록 최종 투자성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수익률의 변동성을 낮추려면 △지역별 △자산군 간 △자산군 내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국내에만 투자를 한정하기보단 국내와 다른 성격을 갖는 국가에 글로벌 분산 투자해 변동성을 줄이고 장기 수익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서로 다른 수익과 위험 구조를 가진 자산에 분산하고 주식투자 내에서도 해외주식, 가치주, 배당주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좋다.

이처럼 은퇴자산을 분산 투자하면 한 자산의 가격이 급격히 변동해도 다른 자산의 움직임이 이를 상쇄해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다.

◆고령자, 중위험 〮중수익 투자로 인식 전환해야

마지막으로 은퇴 후 현금흐름을 고려해 투자해야 한다.

노후 현금흐름을 충분히 가진 은퇴자와 그렇지 않은 은퇴자는 노후자산을 운용할 때 투자자산 편입비중을 서로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은퇴 후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은퇴자는 자산수익률이 나쁘더라도 회복될 때까지 감당할 수 있는 여유분을 보유한 셈이므로 투자성향에 맞는 투자자산 편입이 가능하다.

잉여 현금흐름이 있으면 투자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리거나 추가 투자가 가능해 투자자산 편입비중을 결정할 수 있다.

실제 은퇴자산에 꾸준한 현금 유입이 있는 경우 25년간 투자성과를 분석한 결과 위험을 수용한 만큼 보상이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경우 은퇴를 했다고 해서 무조건 투자자산 편입비중을 낮출 것이 아니라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반대로 은퇴자산에서 생활비를 인출하는 은퇴자는 투자자산 편입비중을 낮춰 중위험 · 중수익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경우 투자자산의 비중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지지 않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 생활비를 인출하게 되면 후반기로 갈수록 운용자산이 줄어 투자에 실패했을 때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운용 초기에는 운용자산 규모가 커 초기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 25년간 은퇴자산의 4%를 매년 인출하는 경우 투자자산의 편입비중을 일정 수준(50%) 이상 높이면 변동성은 증가하지만 수익은 정체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정나라 연구원은 “은퇴자들은 일반적으로 주식 등 투자자산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길어진 투자기간이라는 장수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면 노후에도 투자가 가능하다”며 “지금과 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저위험 ·저수익 전략은 자산의 조기 고갈이라는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 변동성을 한정하면서 무위험 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노리는 중위험 ·중수익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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