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경제의 중대한 전환점 와 있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며 금융회사들은 '요람부터 무덤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 및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회사가 20년, 30년 후 고객과 함께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초저금리 나아가 마이너스 금리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초저금리의 장기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중대한 전환점으로 금융기관은 단순히 시장 대응을 넘어 경영 차원에서 다각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초저금리 연장선에 불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보여지는 마이너스 금리는 초저금리의 연장선에 불과하다며 아직 진면목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은 20년 이상, EU와 미국도 6년 이상 제로금리를 이어왔으며 최근엔 양적완화 정책까지 동원했지만 경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결국 이들은 동시다발적으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했다.

2014년 덴마크와 스웨덴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고 같은 해 6월 ECB(유럽중앙은행), 2015년 스위스, 2016년 1월 BOJ(일본은행), 3월에는 헝가리가 그 대열에 가세했다.

마이너스 명목금리의 등장은 자본에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 과세를 함으로써 미지의 세계에 들어섰다. 명목금리가 마이너스라면 돈을 은행에 맡겨 이자를 지불하기보다 자신의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금융회사를 이용할 당위성이 없어진 것이다.

물론 실질금리는 과거에도 종종 마이너스로 떨어지곤 하였다. 명목금리보다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70년대 말~80년대 초의 스태그플레이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등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마이너스 금리가 아직 마이너스 금리의 진면목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낮지 않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마이너스의 실질적 하한을 -1~-3%로 추정하고 있다.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도입한 국가마저도 그 정도와 지속성을 기준으로 볼 때 아직 ‘전환’ 단계까지도 이르지 못한 수준이다. 화폐 보관 등의 비용과 우회 수단을 감안하면 실제 마이너스 금리의 경계는 0%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극약 처방이지만 현실에서는 통화 전쟁의 동기가 더 강하다. 현재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운용하는 모든 국가는 자국 통화의 약세 유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위스는 1972년 스위스프랑의 절상을 억제하기 위해 비거주자의 국내 예금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했으며 이번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도 유로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절하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통화 절하 경쟁이 계속되는 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채택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마이너스 폭도 확대될 수 있다. 만약 디플레이션이 제대로 억제되지 않는다면 중앙은행들은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크다.

◆금융의 본질을 바꿀 중대한 변화의 기로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의 본질을 바꿀 수 있는 중대한 변화다. 소폭의 마이너스 금리라도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단기 금융시장은 이미 직격탄을 맞았다. 일본의 콜금리 시장은 마이너스 금리 실시 이전 일평균 20조엔이 거래됐지만 이후 4~5조엔 규모로 크게 축소됐다. 심지어 MMF는 고사상태다.

2000년 다시 잔고 21조엔 규모로 성장했지만 최근 마이너스 금리로 마진확보가 불가능해져 11개 운용사 모두가 수개월내 운용을 정지할 계획이다. 생보사의 종신보험, 연금보험도 판매중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반면 부동산과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 해당국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고 글로벌 차원에서 중앙은행들마저 기존의 국채 투자 대신 위험자산 투자로 선회하려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 금융기관의 수익과 운용에도 큰 변화를 초래했다.

유로권에서는 기업대출 상환이 크게 감소하고 가계대출은 증가했다. 은행들도 마이너스 금리의 영역을 확대해 일부 법인 및 부유층 예금에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수익성이 낮은 일본 지방은행들은 인수 합병되는 사례도 늘어났다. ECB, BOJ 등은 은행의 수익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제한적으로 적용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국내 은행들도 수익성 악화와 구조조정이 현실화 되고 있으며 마이너스 폭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경우 사태는 짐작조차 어렵다.

아이러니하게 마이너스 금리는 시기적으로 핀테크의 성장 국면과 중복돼 상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금융기관들은 이를 상쇄하기 위해 핀테크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이는 다시 은행의 수익성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곽영훈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 초저금리 시대에 저비용으로 자금의 수요와 공급을 매치하고 결제를 이행할 수 있는 핀테크와 금융사가 공존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는 디플레이션과 마찬가지로 일단 시작되면 해소되기 어렵다. 통화전쟁이 심화되면 마이너스 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으며 외환시장을 거쳐 국내 금융시장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너스 금리에는 금융업의 본질을 바꿀 잠재력이 있다.  금융서비스 이용자는 갈수록 나이가 많아지고 금리는 마이너스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  금융사들은 좀 더 본질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미래 전략을 검토해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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