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보험금 무조건 지급”에 업계선 당국 책임론 ‘솔솔’

미청구건은 둘다 ‘모르쇠’…모럴해저드 및 법적쟁점화 가능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금융당국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자살보험금(재해사망특약)’을 무조건 지급하라는 강경 입장을 밝히면서 업계와 당국 간 때 아닌 ‘책임공방’이 일고 있다.

2400억원 규모의 자살보험금 지급 후에도 향후 1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험금 지출이 예상되면서 업계가 감독당국의 부실감독 지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강한 어조로 부인하고 있다. 당시 재해사망특약의 경우 신고사항이 아니었기 때문에 금감원이 약관 심사 과정에서 잘못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은 어불성설 이라는 것.

그러나 이미 오래 전 업계 내에서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며 당국 역시 이 같은 사항에 대해 인지하고 있어, 책임론을 아예 피해갈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더욱이 향후 발생 가능한 280만 계약에 대한 모럴해저드 위험과 미청구건에 대해서는 아직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또다시 법적쟁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 금감원 “소멸시효 관계없이 보험업법 위반”

금감원은 지난 23일 일반적으로 소멸시효를 다투는 미청구건과 달리 보험금을 청구했음에도 고의로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멸시효’를 논할 대상이 아니라며, 청구건 전액에 대한 자살보험금 지급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보험금 지급을 강제화 할 수 없고, 이번 조치 역시 행정지도기 때문에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고 지적하고 나섰지만, 금감원은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준수 의무 위반(약관 불이행)으로 제재근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임직원에 대한 엄정 조치뿐 아니라 검사·제재 등을 취하고, 지급률이 저조할 경우 현장검사도 실시할 방침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보험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이달 말까지 제출해야 하는 보험금 지급 이행계획 역시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은 건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 후 계획을 다시 제출하겠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청구된 미지급 자살보험금 2465억원(지연이자 578억원 포함) 가운데 소멸시효가 경과된 건은 2003억원(2월 26일 기준)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금 규모가 큰 보험사들은 지연이자가 점점 늘어나는 만큼 손실규모는 더 커진다. 현재 규모만으로도 당장 수익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다 향후 미청구된 계약들에 대해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논점을 흐리듯 자살방조 문제와 금감원의 감독부실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들이 당국이 감독부실로 약관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 해당 상품은 당시 사후 신고상품이었으며, 재해사망특약은 보고(주요보고) 사항에서 빠져있어 감독원 과실을 지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선을 그었다.

◆ 1조원 규모 추정 향후 발생가능한 문제는 모르쇠

그러나 때아닌 책임공방에 정작 차후 발생 가능한 문제들은 뒷전에 놓이고 있다.

현재 재해사망특약으로 자살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계약은 총 280만건으로 이에 대한 모럴해저드 위험과 미청구건에 대해서는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또다시 법적쟁점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역선택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보지만, 자살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배제할 수 는 없다”며 “단순 자살방지 캠페인으로 이를 예방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미청구건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별도로 봐야 하며, 특히 소멸시효가 지난 미청구건의 경우 개개 건별로 지급여부에 대해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 역시 “미청구 건에 대해서는 현재 감독원에서 말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며 “계약 별로 미청구 사유 등 법적인 문제를 따져봐야 해, 소멸시효가 지난 미청구건이야 말로 향후 법적인 논쟁이 불거질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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