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확대로 중국계 은행 순위 급부상

영국, 독일, 브라질 은행은 쇠퇴 추세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지난해 전세계 은행권을 보면 중국계 은행의 약진이 두드러진 반면 영국, 독일 등 유럽계 은행의 실적은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2015년 글로벌 100대 은행 순위에 대해 분석한 결과 중국계 은행의 순위가 크게 상승했다.

티어(Tier)1 기준으로 중국의 ICBC가 부동의 1위를 차지했으며, 농업은행(ABC)과 교통은행이 각각 2013년 9위, 19위에서 2015년 5위, 13위로 급부상했다.

같은 기간 주식제 상업은행인 초상은행의 순위도 34위에서 24위로, 상해푸동개발은행이 41위에서 28위로, 민생은행이 45위에서 31위로 껑충 뛰었다.

반면 전통적인 강자였던 유럽계 은행은 점차 쇠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HSBC는 2013년 5위에서 2015년 9위로 순위가 낮아졌으며, 바클레이즈(Barclays)는 12위에서 17위, RBS는 15위에서 19위, 도이체방크(Deutsche bank)는 18위에서 21위로 순위가 하락했다. 아울러 이타우 우니방코 홀딩스(Itau Unibanco Holdings), 방코 도 브라질(Banco do Brasil) 등 브라질 주요 은행의 순위도 각각 36위에서 52위로, 37위에서 53위로 급격히 낮아졌다.

한국의 경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은행, 농협, 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이 100대 은행 순위에 올랐으나 50대 은행 순위에는 단 한 곳도 포함되지 못했다.

유럽계 은행이 쇠퇴한데는 글로벌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본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위험자산을 축소하면서 자산규모가 작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계 은행 대부분의 자산규모가 커지면서 순위에 변동이 있었다.

실제 상위 10대 은행의 자산규모는 중국계 은행의 자산 확대로 전년대비 0.15% 증가한 반면 영국, 독일, 브라질 은행 등이 포함된 상위 11위 이하 은행들의 자산규모는 전년보다 7% 감소했다.

또한 상위 10대 은행의 Tier1 자본은 전년대비 7.7%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자본 확대를 주도하는 추세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상위 11~50위권과 51~100위권 은행들의 Tier1 자본은 각각 전년보다 0.3%, 4.5% 감소하는 등 100대 은행 간에도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G-SIFI로 편입된 30개 은행들은 오는 2019년까지 위험가중자산의 16~20%를 완충자본으로 확보해야 하는 만큼 상위 10대 은행들이 사전적으로 자본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100대 은행의 수익성은 전년대비 소폭 개선됐다.

상위 10대 은행의 평균 ROE는 11.6%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11~50위권 은행들은 2014년 9.5%에서 2015년 8.7%로 큰 폭 하락했다. 11~50위권 은행에는 위기 상황에 직면한 유럽계 은행의 비중이 높았다.

100대 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은 2.18%로 전년에 비해 소폭 회복했다. 상위 10대 은행의 NIM이 2.58%로 가장 높고 11~50위권 은행의 NIM이 1.94%로 낮은 편에 속했다. 100대 은행의 건전성 또한 하향 안정화되는 추세다.

100대 은행의 평균 부실채권(NPL) 비율은 3.58%로 하락세를 이어갔고, 특히 상위 10대 은행이 1.92%로 가장 낮았다. 51~100위권 은행의 NPL비율은 4.37%를 기록했다.

다만 중국계 은행의 경우 경제 성장률 둔화와 맞물려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ICBC의 NPL비율은 2013년 0.94%에서 지난해 1.50%로, 건설은행은 0.99%에서 1.58%로, 농업은행은 1.22%에서 2.39%로 상승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연구위원은 “지난해 글로벌 은행산업은 중국계 은행의 약진, 브라질 및 유럽계 은행의 부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위기 상황을 대비해 자본 확충과 함께 위험자산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으며, 성장보다는 수익성과 건전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점차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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