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병 신한은행장

6월 맞아 국립 현충원에서 묘역정리 자원봉사
‘현장과 시의성, 스토리’ 삼위일체 메시지 전략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마케팅과 홍보 전략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있다. 남들보다 먼저 하는 것이다. 물론 아무 때나 먼저 한다고 다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적절한 시기에 선제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리더의 동선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이 주요한 사안마다 사건 사고 현장을 찾아 상황에 맞는 생각을 언론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해당 사안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을 때 효과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호국의 달이라고 불리는 6월을 맞아 신한은행이 시의적절한 은행장의 행보를 계획했다. 그리고 거기서 내놓은 조용병 은행장의 어록도 장소와 제대로 매칭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물론 이 말의 원 출처는 불분명하다. 단재 신채호 선생이 했다는 말도 있으나 <조선상고사> 등의 저서에서 인용구를 찾을 수 없다고 하고, 독일의 2차 대전 발발에 따른 영국의 비상내각 승인을 요청하는 윈스턴 처칠의 1940년 의회 연설에서도 해당 인용구는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문장은 신채호 선생과 처칠의 인용으로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하는 것은 누가 이 말을 했느냐가 아니다. 그리고 사실 누가 이야기했든 이 말이 전달하고자하는 의미만 전달된다면 홍보 차원에서 손해볼 일은 없기 때문이다.

6월이라는 시기와 현충원이라는 장소, 그리고 지난 2010년부터 7년째 국립 현충원을 찾아 묘역정리 등의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스토리. 이것이 결합된 홍보 콘텐츠.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6월 들어 유사한 전략을 타 금융회사들도 펼치겠지만 현충원과 결합된 신한은행의 호국 컨셉은 카피가 불가능하다. 베끼면 바로 티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과 홍보에선 남들보다 선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콘텐츠가 됐든 장소가 됐든 인물이 됐든 시의성 있고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시킬 수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런 콘텐츠들이 모여서 이미지가 되고 그 이미지들이 또 모여서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은행장을 포함한 금융회사 CEO들이 가장 신경 써서 만들어야 하는 것이 ‘신뢰’라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신한은행의 현충원 이벤트는 그런 점에서 스토리가 될 정도로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한 두 번의 이벤트였다면 축적될 이미지가 없지만 지속적으로 진행시키면 결국 없던 이미지도 형성된다.

여기서 다시 조용병 행장이 인용했던 역사 이야기로 돌아가자.

스페인 출신의 철학자이자 작자인 조지 산타야나가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진보는 변화에 있는 게 아니라 과거를 잘 기억하는데 달려 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들은 과거를 되풀이할 운명에 처한다.”

앞서 조 행장이 인용했던 문구와 매우 흡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알아야하는 역사. 그래서 역사를 잊으면 민족도 국가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로마의 정치인 키케로의 말대로 “역사는 삶의 스승”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랴. “인간이 역사를 통해 배운 바가 별로 없다는 사실이야말로 역사가 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이라는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의 말처럼 인류는 과거에서 배우지 못하고 유사한 실수를 반복한다.

그 실수의 대부분은 자신을 배제하고 남들에게만 잣대를 들이대는 태도에서 발생한다. 자신은 항상 옳다고 생각하는 태도 말이다.

조 행장의 인용구가 새롭지 않고 진부하지만 반드시 반복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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