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서 만나는 ‘고슴도치와 여우’ <4>

 
사회의 지식습득보다 과학의 기술학습 속도 더 빨라
고슴도치와 여우의 장점 수시 선택하는 리더십 필요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제2차 기계혁명의 속도는 일반인들이 미처 파악할 틈도 없이 빠르게 전개된다. 그것도 일부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이 그 변화의 속도를 체감하지 못하면서 변화와 혁신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중심에서 멀어져 경제적 기회마저 상실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게 된다.

그래서 그랬을까? 유명한 SF작가인 아이작 아시모프는 “오늘날 인생의 가장 서글픈 면은 사회가 지혜를 습득하는 속도보다 과학이 지식을 습득하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라고 한탄조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왓슨이 은행 고객의 거래 특성을 학습하는 시간과 알파고가 병력을 가진 환자의 영상 및 화상 데이터를 학습하는 속도가 인간보다 빠르다는 것에 대해 우리는 더 이상 놀라거나 답답하지 않는 것 같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기본 네트워크가 된 사회에서 최소한의 기회라도 잡으려는 디지털 노마드들이 ‘여우’처럼 부지런을 떨면서 각종 정보를 모으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어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리더들은 어떠할까?

전통적 관점에서 리더들은 ‘고슴도치’를 선호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을 끈기 있게 관철시켜 시장에서 성과를 낸 기업들의 사례는 지난 세기 많은 경영인들에게 거울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데 일상화된 혁신, 그리고 모든 전자기기가 인터넷과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에서 ‘고슴도치’의 덕목은 유효성을 잃고 말았다. 특히 인간의 평균수명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장수사회에서 ‘고슴도치’는 더 이상 성공의 아이콘도, 미래를 보장하는 확신의 대상도 아니게 되었다.

오히려 길어진 인생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은 고슴도치의 우직함보다 여우의 임기응변식 자기조정 능력을 더 선호하기 시작했다. 길어진 인생의 길이만큼 고려해야 할 변수는 늘어났으므로 이를 충분히 고려해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따라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여우는 관찰한 행동을 답습하지 않고 변형시키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현대 사회에서 추구하고 있는 ‘변신의 일상화’에 해당된다.

모든 비즈니스 리더들은 항시적인 변신을 추구한다. 고슴도치적 본성을 버리지 못해 교착에 빠질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만 말이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모든 리더들은 여우이자 고슴도치인 경우가 많다.

이사야 벌린은 톨스토이가 어떤 인간형인지 파악하기 위해 <고슴도치와 여우>를 집필했다. 그의 결론은 고슴도치를 지향했지만 그는 여우였다고 쓰고 있다.

현대의 경영자들이 어쩌면 톨스토이와 같은 형국일는지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그리고 평균수명이 길어진 세계에서 20세기적 가치를 적용시킬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21세기가 간절히 요구하는 리더십은 여우와 고슴도치의 장점을 적재적소에서 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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