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예치금, 은행 수신상품에 준하는 보호받아

▲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대부업 개정안에 따라 국내 P2P대출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대부협회 등록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안도의 한숨을 쉬는 회사가 있다. 피플펀드는 P2P신용대출 전문업체지만 시중은행을 통해 P2P대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부업이 아닌 통신판매업에 등록했다.

대부업에 등록되지 않은 피플펀드는 의욕적으로 시작한 사업을 개시하지도 못한 채 지난 1년간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지기만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지난 1일 전북은행을 통해 피플펀드의 P2P대출서비스가 처음 시작됐다. 제도권 금융 내에서 P2P금융을 취급하게 된 국내 최초의 사례다.

국내 첫 시도인만큼 금융당국과 은행, P2P업체 세 곳의 기나긴 사업 검토와 고민이 이어졌다. 특히 전북은행은 작은 부수업무 하나를 승인 받기 위해 핀테크 관련 사업팀뿐만 아니라 여신과 준법 부서까지 일일이 모든 대출 과정과 리스크를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은행의 니즈가 강하지 않으면 밀어붙이기 힘든 사업이었다.

“은행과 P2P대출업체의 제휴는 백프로 은행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말하는 김대윤 대표는 제도권 금융에서 P2P대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에 만들어 놓은 P2P대출 플랫폼 구조를 모두 들어냈다.

원래 투자자로부터 받은 예치금은 피플펀드가 직접 관리하는 구조였지만 금융당국의 요청에 따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은행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바꾼 것이다. 당국의 승인을 받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걸린 결정적인 이유다.

김 대표는 “현재 전북은행에서 제공하는 P2P대출서비스의 투자자 예치금은 은행의 수신상품에 준하는 보호를 받는다. 피플펀드의 돈도 아니며 그렇다고 전북은행의 돈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피플펀드와 전북은행이 함께 개발한 이 모델은 특허도 신청한 상태다.

농협, 기업은행 등 은행과 제휴를 맺은 P2P대출업체의 사례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는 대부업 이미지를 가진 P2P대출업을 취급하는 것을 망설이고 있다.

은행의 부수업무로 P2P대출업을 취급하기 위해서는 100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준비하고 승인을받기 위해 이사회까지 소집해 결의를 받아야 한다. 피플펀드만 해도 이사회 일정을 잡는 데만 한달 반이 걸렸다.

시중은행에서 이렇게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여 P2P대출서비스를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김 대표는 “은행에서 P2P대출업을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없다”며 “전북은행이 피플펀드와 함께 한 이유는 그들의 목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한다.

JB금융지주는 수도권 진출이라는 큰 전략 아래 20~30대 젊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오픈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핀테크 사업을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다. 실제 전북은행은 간편송금서비스인 ‘토스’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적용했으며 P2P금융 또한 오픈플랫폼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피플펀드의 국내 최초 은행통합형 P2P금융서비스는 일단 홍보에는 성공했다. 오픈한지 8일만에 2200여명이 자사 사이트에서 이자율을 조회했으며 이 중 5등급 이상의 우량고객이 60%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들의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국내 P2P대출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다고 하지만 소위 ‘대출 얼리어댑터’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대부분 20~30대 직장인으로 여러 P2P업체에 중복 투자를 하거나 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 대중들은 P2P대출이라는 업종 자체를 모르고 있으며 안다고 해도 저축은행이나 캐피탈에 비해 위험하다는 생각에 등을 돌린다.

김 대표는 “지금 P2P금융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가 인지도와 신뢰도”라며 “1년 안에 1만명을 우리 쪽으로 끌어오는 것이 목표이며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매스 마케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중금리 대출시장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업계의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피플펀드는 틈새시장이 분명히 있음을 확신하고 있다. 그들이 타켓으로 하는 고객은 높은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에서 차별 받는 중소기업 직원이나 6개월 이하의 근무기간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 시장만 10조원 이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낸 피플펀드. 그들의 첫 발걸음을 시중은행과 2금융, P2P시장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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