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핀테크는 규제 장벽으로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국내 핀테크 시장과 달리 짧은 기간 동안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수 있을 정도로 역동적으로 흘러왔다. 한국이 2015년부터 핀테크를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면 중국은 그보다 앞선 2013년부터 핀테크 혁신이라 불리는 ‘인터넷 금융’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금리 규제로 생긴 틈새 시장 공략하며 입지 구축

중국의 핀테크 혁신은 다양한 금융분야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출현했으며 온라인 P2P대출과 같은 특정 금융분야에서는 과열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핀테크 업계는 중국의 핀테크가 빠른 시간에 급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틈새시장을 파고든 핀테크 기업의 역량을 꼽고 있다.

중국의 핀테크 혁신은 정부가 아닌 민간 주도로 이뤄졌다. 미국이나 영국에서 핀테크 혁신이 민간에서 시작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부 주도로 발전해온 중국의 금융이 민간 주도로 이뤄진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인민은행의 제3자 지급결제업 허가를 꼽을 수 있다. 은행 중심으로 발전한 중국의 금융시스템 내에서 중국인민은행은 은행이 아닌 제3자의 지급결제업를 허가해 발전이 더딘 중국의 직불카드 및 신용카드 서비스를 대체하는 시장을 만들었다.

정부의 강한 의지와 함께 핀테크 기업 스스로도 금리 규제로 생긴 틈새시장을 파고 들며 그들의 입지를 구축했다.

중국인민은행은 2004년 10월 대출금리 상한선 폐지와 함께 과도한 자금이 고수익의 금융투자상품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5년 10월 예금금리 상한선도 폐지했다.

이 틈새에 P2P대출과 온라인 머니마켓펀드(MMF)라는 두가지 핀테크 혁신이 일어났다.

2004년 10월 대출금리 상한 폐지로 은행의 대출공급은 증가했지만 예금금리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되며 은행 대출의 초과수요를 충족시키는데 한계가 생겼다. 이 틈새시장을 P2P대출플랫폼이 대체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4.5~7%의 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는 온라인 MMF가 출현하며 자금운용에 대한 대체수요도 충족시켰다. 온라인 MMF는 2013년 알리바바가 위어바오를 출시하면서부터 갑자기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위어바오는 고객의 일상적인 유휴자금을 텐홍자산운용의 펀드에 위탁해 MMF로 운용하다 필요할 때 환매해 결제자금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중국 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 정부가 규제보다 책임에 무게 두며 핀테크 급성장

물론 중국의 핀테크는 급속하게 성장한 만큼 부작용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제3자 지급결제는 중국의 핀테크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분야로 200여개의 지급결제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페이가 시장의 8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소수의 기업이 독점적 지배력을 갖는 독과점 시장이 된 것이다.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그만큼 수익 기회도 많지만 핀테크 시장의 특성상 가장 우수하고 혁신적인 기업이 결과적으로 시장을 독점하는 구조가 되고 있다.

핀테크 부작용이 가장 크게 수면 위로 드러난 분야는 P2P대출시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P2P대출플랫폼은 2595개로 투자자는 586만명, 대출자는 285만명에 달한다. 동년말 기준 총 대출규모는 9823억위안에 이른다. 이중 부실업체는 900여개로 영업중단, 법적분쟁, 자산인출 동결, 운영자 이탈 등으로 작년 하반기에만 266개의 P2P플랫폼이 폐쇄됐다.

중국 P2P대출시장은 부실업체를 중심으로 고리대출, 차입자의 사기행위, 투자금 횡령, 부도직전 도주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또한 P2P대출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며 일반인들의 증시 과열을 부추겼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더 큰 문제는 P2P대출로부터 시작된 부동산 시장 과열 열기다. 중국 P2P업계의 올해 1월 주택 관련 대출규모는 약 9.2억위안으로 작년 7월 대비 3배 이상 증가했으며 전체 P2P플랫폼 중 26%가 부동산 관련 대출업무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은행을 통해 자금 차입이 어려웠던 개인들은 P2P대출로 부동산 투기에 동참하기 시작했으며 실제 북경, 상해, 심천 지역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렇게 P2P대출을 통해 과열된 중국 부동산 시장은 향후 부동산 가격 하락 시 부실대출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투기목적의 P2P대출자금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신청에 사용될 경우 은행권 전체의 리스크 증가로 확대될 수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중국의 핀테크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정적이지 않다. 실제 중국 정부의 일관되고 지속적인 노력은 2015년 12월 KPMG에서 발표한 글로벌 ‘FINTECH 100’ 중 상위 50위에 중국 핀테크 기업 7곳이 포함되는 결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중국이 이렇게 4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핀테크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에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전에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중국 정부의 기본입장 때문이다.

국내 핀테크 업계는 사전 규제보다 사후 책임을 중요시하며 시장이 성장한 후 그에 맞는 규제를 만들어가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박사는 “중국 정부는 촘촘한 금융규제보다 명확한 자기책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통해 P2P대출시장이 급성장하게 됐다”며 “중국 IT기업 또한 은행 중심으로 발전한 자국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잘 이해하고 그 틈새를 효과적으로 공략한 결과 알리바바와 같은 제3자 지급결제와 온라인펀드가 중국 핀테크 혁신의 흐름에 편승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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