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간 세차례 걸쳐 매각 진행

시장 반응 냉담, ‘면피용 대책’ 지적도

<대한금융신문=염희선 기자> 산업은행의 비금융자회사 매각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한달여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비금융자회사 매각을 진행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지난 23일 이동걸 산업은행회장이 2018년까지 비금융자회사 132곳을 완전 매각하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현재의 상황이라면 공수표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22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총 77개의 중소·벤처기업 투자지분 매각을 진행했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정부로부터 수조원을 수혈 받은 산업은행은 자구노력의 일환으로 비금융자회사 132곳을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비금융자회사 중 비상장 중소·벤처기업 투자지분에 대한 매각을 최근 진행한 것이다.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보면 5월 19일부터 30일까지 에어큐브, 엠아이반도체, 에스아이에스, 뉴로넥스 등 비금융 자회사 30곳의 1차 매각을, 지난 6월 1일부터 13일까지 레이나, 센플러스, 씨엘에스 등 33곳의 2차 매각을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3차 공고를 통해 메타시스템즈, 세라트랙, 스팬즈이노베이션 등 총 14곳의 비금융 자회사 매각을 시도했다.

업계에서는 총 3차에 걸친 산업은행의 중소·벤처기업 유가증권 매각에서 매수자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1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중소·벤처기업 투자지분의 매각을 시도했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다”며 “올해 매각 목표인 46개사를 모두 매각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의 경우 3차에 걸친 입찰결과에 대해서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

산업은행 입찰 담당 관계자는 “입찰이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다”며 “시장 상황을 보고 향후 공개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산업은행이 소유한 중소·벤처기업 투자지분 매각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투자 매력이 떨어져서다.

실제 산업은행이 매각하려는 중소·벤처기업 98곳 중에서 절반이 넘는 곳이 자본금 10억원 이하다. 또한 대부분 적자를 보거나 순이익이 몇 억원 수준이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상당히 떨어진다.

중소·벤처기업 대부분이 비상장사라는 점도 매각에 장벽이 되고 있다. 현금화가 쉽지 않은 등 유동성에 제약이 많은 만큼 매수자를 찾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군다나 매각 기준이 ‘지분율 15% 이상에 따른 자회사’임에도 산업은행이 대부분 2대 주주이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상태다.

이 같은 문제 때문에 금융당국이 여론에 떠밀려 비금융자회사 매각방안을 급하게 내놓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 부실로 인한 소요를 잠재우기 위해 금융당국이 산업은행 중소·벤처기업 매각이라는 보여주기식 대책을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며 “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는 정책을 수립해 매각에 어려움만 겪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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