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대로를 걷던 중국 인터넷은행들이 기존 대형은행의 견제가 거세지며 자금조달 길이 막히자 그 돌파구로 중소은행들과 손을 잡고 있다. 

중소은행 입장에서는 인터넷은행의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판매채널로 적극 활용하고 인터넷은행은 자금조달 수단의 한 방법으로 중소은행과 협력에 나서며 상생하자는 전략이다.

중국 인터넷은행은 지난해 1월 설립된 텐센트의 '위뱅크'와 6월 설립된 알리바바의 '마이뱅크'가 활발히 영업 중이다. 최근 모바일디바이스 제조사인 샤오미의 참여로 화제가 된 '시왕은행'이 올해 내에 설립되면 총 3개의 인터넷은행이 본격적인 경쟁을 하게 된다.

위뱅크와 마이뱅크는 각자의 대표 온라인 플랫폼 사용자를 주요 고객으로 적극 흡수하면서 니치마켓 고객 발굴을 강화하고 자사의 고객 데이터 분석 역량까지 적극 활용해 대출 부문에서 기대 이상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출범 이후 올해 2월말까지 위뱅크와 마이뱅크의 누적 대출 규모는 각각 300억 위안, 460억 위안 수준으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상회한 결과를 보여줬다.

각 플랫폼별 활동 사용자 수도 텐센트의 온라인 메신저 QQ가 8억명, 모바일 메신저 위챗이 6억명, 알리바바의 지급결제 알리페이가 3억명 이상을 돌파했다.

전문가들은 위뱅크와 마이뱅크가 모기업인 텐센트와 알리바바의 SNS 및 전자상거래 플랫폼 고객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해 대규모 고객들을 빠르게 인터넷은행의 고객으로 편입시키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한다.

위뱅크와 마이뱅크는 각각 '텐센트CB', '즈마크레딧'이라는 자체 신용평가 플랫폼을 통해 메신저/SNS 활동 기록, 전자상거래 결제 내역, 모바일 결제이력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용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자체 플랫폼을 통해 신용평가를 수행하고 빠른 시간 내에 대출을 실행시켜 고객 편의성 측면에서 기존 대형은행들과 비교해 강한 경쟁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에 비대면 인증이 허가되지 않는 중국 금융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인터넷은행은 반드시 기존 은행과 제휴를 통해서만 신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중국 금융감독당국인 인민은행이 보안상의 문제로 온라인을 통한 원격계좌 개설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제휴 은행 계좌를 보유한 고객은 간단한 개인정보 심사만 거치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제휴 은행 계좌를 보유하지 않은 고객은 은행 창구에 가서 직접 본인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신규 계좌개설이 가능하다.

성장세를 이어가던 인터넷은행들은 중국 대형은행들이 인터넷은행과 연계한 신규 계좌개설 업무를 중단하기 시작하며 순식간에 자금줄이 막히게 됐다.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이 급격하게 악화되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형은행이 아닌 중소은행의 손을 잡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위뱅크는 대형은행의 제휴 중단으로 예금을 통한 원활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자 제휴 관계에 있던 중소형 은행과 협력해 ‘은행간 대출’ 형태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중국 인터넷은행들이 개인 예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중소형 은행과 제휴 및 협업 관계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제호 연구원은 "중국의 인터넷은행들은 제한적인 자금조달 여건 아래서 예대 업무 이외에 비이자수익 영업을 확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중소형은행들의 경쟁력 있는 투자상품을 런칭해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방식의 ‘판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