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0 00:35 (화)
[기고] 나이 들어 쓴 돈, 잘못하면 상속세 ‘부메랑’ 된다
[기고] 나이 들어 쓴 돈, 잘못하면 상속세 ‘부메랑’ 된다
  • 대한금융신문
  • 승인 2016.07.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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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은행 IPS본부 미래설계센터 유병창 세무사

가족 중 누군가가 아무런 준비 없이 명을 달리했을 때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실제로 부모가 사망하고 나서 한참 후에야 상속세와 관련해 상담을 청해오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사망 후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1년 6개월 전에 통장에서 5억원을 찾고, 또 아파트를 8억원에 처분했는데 그 사용처를 몰라 상속세 신고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생전에 왕성하게 사업이나 사회활동을 하던 분들이 갑자기 돌아가시면 남아 있는 가족들은 그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세법에서는 사망하기 전 일정 기간 내에 피상속인(고인)의 재산이 일정 금액 이상 처분되거나 채무가 증가한 경우 사전에 재산을 빼돌려 편법적으로 상속한 것으로 추정해 과세할 수 있는 제도(상속 개시일 전 처분재산 등의 상속 추정)를 두고 있다.

사망 전 일정 기간 내에 처분한 재산은 상속된 것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한국인들의 자녀 사랑은 유별난 편이다. 그래서 재산을 처분하거나 대출을 받아 잘 드러나지 않는 현금 등으로 미리 자녀들에게 넘겨주려는 이들도 많다.

세법에서는 이러한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망하기 일정 기간 내에 그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밝히지 못하면 상속인들이 사전에 상속받은 것으로 추정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마련해놓고 있다.

상속 개시일(사망일)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예금을 인출하거나 채무를 부담한 경우 그 자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밝히지 못하면 상속재산으로 추정해 세금을 과세한다. 상속인들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이지만 법이 그러하니 어쩔 수가 없다. 다만 상속재산으로 포함되는 금액은 ‘사용처 미입증금액에서 처분 대금의 20%와 2억원 중 작은 금액을 차감한 금액’으로 한다.

일정 금액 이하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주의할 것은 모든 거래를 합해 2억원 또는 5억원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경우별로 2억원 또는 5억원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우별로 나눠 1년 이내에 2억원 또는 2년 이내 5억원에 미달하게만 인출하면 그 자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즉 자금 사용처의 입증 책임이 과세 관청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다만 처분되거나 인출되거나 채무를 부담하고 받은 금액이 2억원 또는 5억원에 미달하더라도 자금이 상속인에게 증여된 사실이 명백한 경우에는 당연히 증여재산으로 증여세가 과세되고 상속재산에 다시 포함된다.

나이 들어 쓰는 돈은 통장 기록을 남기고 영수증을 잘 챙기자
나이가 들면 이곳저곳 몸이 성치 않은 곳이 많다. 그러다 보면 병원비나 간병 비용도 많이 지출하게 된다. 그런데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지출들을 하다가 갑자기 상속이 발생하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과세 관청의 입장에서는 사용처가 불분명한 지출로 보아 사전에 현금으로 증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쓰는 비용(병원비, 간병인비, 약값, 생활비 등)은 만약에 대비해 가능하면 계좌로 송금하거나 카드로 지출하고 또 영수증을 잘 챙겨둘 필요가 있다. 특히 통장의 경우에는 통장에 입출금 내역을 간단하게 기록해 놓으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앞서 지인의 경우에는 돌아가신 아버님이 아파트를 처분하고 그 돈을 통장에 입금하지 않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고 또 통장에서 인출한 5억원은 통장 기록도 없어, 결국 추정상속재산으로 받지도 않은 돈에 대해 고스란히 세금을 낼 수밖에 없게 됐다.

익명의 기부, 그래도 가족들에겐 알려주자
우리 주변에는 나이 드신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알리지 않은 채 거액의 기부를 하는 경우가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끝자락에서 일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들에게 남기지 않고 사회에 환원하기로 마음먹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 행사가 진행되면 전국에서 익명 기부가 줄을 잇는다고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기부천사로 칭송을 받는 일이 사랑하는 가족에게는 엄청난 고통이 될 수도 있다면 어떨까? 가족 모르게 좋은 일을 하고 갑자기 사망하기라도 하면 사전에 편법으로 상속한 것으로 추정돼 남아 있는 가족에게 전혀 예상치 못한 세금 폭탄이 날아올 수 있다. 그러니 기부를 할 때는 드러내놓고 하든지, 아니면 최소한 가족에게는 그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 또 조금 쑥스럽더라도 기부금 영수증은 꼭 챙겨두고, 가능하면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기부금 공제도 신청하는 것이 좋다.

기부를 하면서도 가족에게는 세금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고 사회적으로도 칭송받으며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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