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Financial’과 ‘Technique’의 합성어다. 금융과 IT기술의 융합을 말하지만 그렇다고 인터넷 뱅킹(Internet Banking)처럼 기존 금융회사들의 IT기술 차용까지를 포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IT 기술 쪽에서 금융을 바라봄으로써(기존 금융서비스를 혁신함으로써) 탄생하게 된 신(新) 산업으로 이해하는 편이 옳다. 지급?결제와 P2P(Peer to peer, 개인간) 대출이 가장 왕성한 분야다. 그 뒤를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송금과 빅데이터(Big Data)가 따라가는 형국이다.

이렇듯 핀테크는 금융의 전 영역을 아우르며 기존 금융 시스템의 변혁을 선도하고 있다. 핀테크 아니면 금융이 아니라는 듯 입 달린 자들은 모두 핀테크를 미래 금융의 구세주로 꼽는다. 바야흐로 핀테크는 금융의 ‘대세’가 됐다.

핀테크의 부상(浮上)은 참으로 느닷없이 이루어졌다. 세상을(보다 정확히는 중국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 한 편이 변혁의 방아쇠를 당겼다. ‘천송이가 입었던 코트를 사려는 사람들은 줄 서 있는데 시대착오적인(?) 액티브 엑스(Active-X) 탓에 매출로 연결되지 못한다’는 대통령의 추상 같은 노여움이 더해지자 마침내 핀테크가 역사의 무대로 올라온 것이다.

생태계를 조성하고 성장을 위한 규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정부 발표가 뒤따랐음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고 1년이나 지났을까? 그들은, 이제 핀테크 산업 발전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는 ‘활성화’만 남았다고 단언한다.

성장잠재력이 고갈되면 성장률은 정체되고 그 결과 고용은 위축된다. 우리를 포함한 선진 제국의 공통된 고민거리다. 고용을 수반한 성장잠재력의 확충이 사활적 과제로 부각되는 배경이다. 문제는, 고용 없는 성장임이 드러난 기존 산업 영역에서 소득-소비-성장-소득이라는 선 순환 고리의 시작점을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미래의 먹거리’라는 신 산업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AI(인공지능),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SD(자율주행) 등과 같은 미래 산업이 각광받는 이면에는 모두 일자리 만들기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다. 따라서 핀테크가 기존 금융을 대체할(혹은 보완할) 신 산업의 지위를 얻으려면 이와 같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정말로 고용이 창출되는지에 대해 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핀테크 기업들 때문에 기존 금융회사들이 감원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 최소한 현재 시점까지는 핀테크를 고용 창출 산업 혹은 신 산업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계속 선보여 금융산업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면 괜찮겠지만 기존 금융회사들과의 경쟁 격화로 제로섬(Zero Sum)의 단계에 진입한다면 그때까지도 고용 친화적 산업이라는 영예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라도 기존 금융 영역이 이제껏 편취한 과점적 수익을 나누고 (시장의 힘으로!) 현 임금 수준을 재조정한다면 금융 소비자의 주머니를 털지 않고도 고용의 증가를 가져올 수 있으니 이러거나 저러거나 핀테크가 고용을 창출하는 산업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하겠다.

필자는 금융회사의 거대화에 반대하는 편이다. 이른바 ‘메가 뱅크’의 신화를 믿지 않는다는 얘기다. IMF 이후 은행들이 퇴출되면서 만들어진 현 독과점 구조가 은행을 고용창출 산업의 지위에서 내려오게 했다고까지 주장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늘 은행의 설립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설파하고 다닌다. 그 주장의 근거에는 고용이 자리하고 있다.

큰 은행 하나보다 은행 여럿이 고용을 더 늘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지지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무(無)점포 은행인지라 얼마만큼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지가 걱정일 뿐이다. 그러나 규모가 문제이지 인력 충원 자체야 어떻게든 이뤄질 테고, 더구나 소비자 후생을 높인다는 ‘중금리 대출’까지 선도한다는데 인가까지 해줬으면서 법적 뒷받침(은행 소유 한도 변경 등)이 따라가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싶다.

P2P 대출 분야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신속한 입법을 지지한다. 영업은 자유롭게 허용하되 그 책임은 단호하게 묻는 식으로 금융정책이 바뀌길 희망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용보다 더 중요한 가치는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핀테크 생태계가 깨질 가능성은 늘 경계할 일이다. 포식자들만 살아남는 기존 플랫폼 비즈니스의 발전 경로를 따라갈까 걱정이다. 수 많은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지난 시절 벤처 열풍을 실패로 규정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점을 지적한다.

몇몇 거대 기업만 살아남았으니 더 이상 생태계가 아니고 그런 곳에서 혁신이 있을 리 만무하다고 주장한다. 해서 하는 말이다. 재주는 스타트업(Start-Up)들이 부리고 돈은 큰손(?)들이 다 버는 시장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생태계도 생태계지만 그랬다간(거대화 혹은 비대화) 고용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핀테크에 진입 장벽을 높이 쌓자는 얘기는 아니다. 거대 기업(기존 금융회사든 IT 대기업 이든) 중심의 수직계열화 대신 상생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물론 시장의 기능을 믿고 기다리자는 하나마나 한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다. 제도적 틀이든 사회적 합의든 협업의 형식과 내용을 미리 정하자는 것이다. 이런 원칙이 정해지지 않는 한 핀테크에게 신 산업의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해외 진출은 협업의 시험대다. 그렇지 않아도 너도나도 해외 진출에 혈안이 돼 IMF 이전처럼 금융 부실의 뇌관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은데 차제에 우리의 IT 기술과 접목한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갖고 기존 금융기관의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을 결합한 해외 진출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공 사례도 들리는 만큼 해외 진출 금융기관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길 기대해본다. 협업은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에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종(異種) 핀테크 기업 사이에도, 금융회사들 간에도 필요하다.

금융 은퇴자의 경험을 핀테크 기업에게 연결하는 것도 협업이다. 정부와 학계의 참여는 협업의 필수적 요소다. 시민사회와 언론이 그 중심을 잡아야 한다. 마침 우리 신문이 이런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새로운 형태의 협업 방식이 탄생할 지 관심과 애정을 갖고 기다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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