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 권

# 김도진 씨는 최근 예금 금리가 1%대로 낮아지자 고민이 생겼다.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지만 은행 금리로는 결혼자금과 주택자금을 모으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더욱 높은 수익률을 위해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관심이 커진 김 씨는 W증권사의 모바일 앱을 다운받아 증권계좌를 개설하고 직업, 나이, 자산 등 간단한 개인정보를 입력한 후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맞춤형 투자상품을 추천받았다. 주식 초보인 김 씨는 이제 매일 스마트폰의 증권앱을 열고 주식과 펀드를 관리하고 있다.

‘자산관리’ 비대면 허용되며 한계를 넘다

모바일은 은행에겐 인터넷뱅킹의 연장선일 뿐이었지만 증권업계에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모바일의 접근성은 컴퓨터 앞이라는 제한적인 공간을 벗어나 언제 어디서든 주식거래 및 자산관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단순히 컴퓨터를 모바일로 구현한 것과 그 의미를 달리한다.

시간과 공간의 절약에서 그친 것이 아닌 고객의 접근성을 높인 것은 보다 많은 고객들의 관심과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는 방치되고 묶여 있는 자금들을 금융투자업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물꼬가 될 수 있다.

특히 올해 초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증권사들이 가졌던 고객 접근성의 한계를 뛰어넘게 됐다. 증권사들은 모바일을 통한 단순 주식거래 서비스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산관리, 생활금융 플랫폼을 제공하는 등 고객 접점을 늘리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바야흐로 ‘모바일 증권시대’가 열린 것이다.

아직 보완되어야 할 부분들은 많지만 기본적인 판은 짜였다. 올 하반기부터는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한 비대면 일임, 직접 자문서비스까지 가능해져 업계에 새 파장이 예상된다. 비대면 실명확인을 통한 모바일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서 은행 대비 점포수가 적어 고객 접근성 및 거래가 제한됐던 증권업에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증권사들은 기본적인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제공에서 벗어나 비대면 계좌개설, 연금관리,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자산관리, 해외주식투자, 모의투자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별도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로 CMA, 종합매매, 일임형 ISA계좌 등의 개설이 가능해졌으며 앱을 사용해 기존의 연금, ISA계좌 등의 관리도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 해외주식펀드 거래도 모바일로 간단히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투자경험이 없는 고객도 모의투자 앱을 통해 MTS와 동일한 환경으로 주식, 선물 옵션 투자를 경험해 볼 수 있다.어렵고 복잡한 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앱 상에서 담당자와 바로 통화를 연결하는 등 실시간 일대일 주식상담이 가능하고 자동주문 기능을 통해 휴대폰 전원이 꺼져있더라도 주문이 가능한 서버저장 자동주문 서비스도 제공한다. 누구에게나 ‘자산관리’의 접근성을 강화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이를 시스템화한 개인별 맞춤 투자자문 서비스도 속속 도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객 생활과 접목한 다양한 생활금융 서비스도 추진 중이다. 대신증권은 SNS 연동 소셜로그인 서비스를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와 연계해 보다 강화된 서비스를 하반기 선보일 계획이며, NH투자증권의 경우 일상 소비습관을 점검해 새어 나가는 돈을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이달 중 오픈할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9월 중으로 개인 생활 맞춤형 모바일 자산관리 의뢰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투자자문 및 자산관리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IFA(독립투자자문업자), 자문사와 고객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서비스 구축도 진행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로그인과 이를 통해 지인들과 투자정보를 공유하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에게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먼저 제시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경직된 금융시스템…기대치 따라가기 힘들어

증권사들은 저금리가 계속되며 기존 은행 중심의 금융자산이 보다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한 투자자산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순히 주식투자를 통해 증권업계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고객이 자금을 관리할 수 있는 금융파트너로 자리매김해 금융소비자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물론 높아진 기대치와 달리 기존 시스템의 경직성으로 고객 중심의 발 빠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핀테크 활성화 차원에서 당국이 규제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열거형으로 나열된 법조문이 많아 새로운 서비스나 시스템 등 추가적인 활용이 어렵고 도입 초기의 표준화된 시스템 권유는 금융회사의 자발적인 선택과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까지 금융거래가 오프라인을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영업점 창구에서 제공되는 모든 업무와 서비스가 오롯이 온라인에서 구현될 수 있길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보다 많은 규제완화와 서비스 개발이 필요하다.

온라인 거래계좌의 절반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거래되고 있는 지금, 모바일 증권의 향후 성패는 지속성과 독창성에 달렸다. 기존 HTS에서 제공되던 기능들이 대부분 MTS로 이관되면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평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 기존 서비스가 증권사로서 제공해야할 필수적인 서비스였다면 앞으로는 고객 니즈에 맞는 세분화된 서비스 제공이 성공의 척도가 될 전망이다. 고객 한명 한명의 만족과 고객의 자발적 유입을 위해 고객 관점에서 더 많은 혁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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