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금융회사들에겐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가 아니다. PC에서 해오던 수많은 금융서비스가 비대면·모바일로 바뀌면서 좀 더 접근성이 높아졌을 뿐이다. 핀테크는 오히려 금융회사가 아닌 핀테크로 파생된 수많은 산업군에 기회를 주고 있다.

금융사들은 그들이 오랜시간 쌓아온 입지를 핀테크 기업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화려함으로 무장한 모바일 서비스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오프라인은 살아남지만 그 힘은 지금과 같지 않을 것이다. 모양만 그럴듯한 핀테크는 오프라인의 힘이 사라진 시점에 존재 가치가 없어질 것이다.

보 험

# 1년 전 보험설계사를 통해 자동차보험에 가입했던 김도진 씨는 만기가 돌아오자 스마트폰을 이용해 온라인 보험슈퍼마켓 ‘보험다모아’에 접속했다. 오프라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기 전 자신의 실제 자동차 보험료를 보험사별로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다양한 보험상품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사이트를 둘러 본 김 씨는 그동안 친분 때문에 가입한 수많은 보험상품 중 크게 필요가 없는 상품도 정리했다. 절약된 보험료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김 씨는 지금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핀테크가 만든 모바일슈랑스 ‘선택은 나의 몫’

지난해 11월 보험다모아(e-insmarket.or.kr) 개설 이후 핀테크 열풍이 보험업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모바일슈랑스 시대가 본격화됐다. 지난 8개월 사이 모바일로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전용상품이 잇따라 출시됐고 모바일은 단순한 상품가입 통로를 넘어 보험료 결제, 보험금 지급까지 보험계약 전 과정을 수행하는 만능창구로 거듭났다.

보험업계 핀테크 열풍의 주역인 보험다모아는 이달 4일 모바일 버전 서비스 개시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다. 소비자들은 PC뿐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실제 자동차보험료 등을 손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됐다.

보험다모아 개설 당시만 해도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는 삼성화재 1곳뿐이었다. 하지만 이후 현대해상, 동부화재, KB손보 등 나머지 대형사를 포함한 대부분의 손보사가 전용 상품을 출시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지난달 말 기준 보험다모아 등재 상품은 총 286종으로 출범 당시 217종에 비해 69종(32%) 늘었다. 누적 방문자 수는 71만7408명으로 하루(주말 제외) 평균 약 4300명이 다녀갔다. ‘보험다모아 기능 개선 시연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험다모아는 금융과 핀테크를 접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보험사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보험료 결제는 페이로, 보험관리는 로봇에게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원하는 보험상품을 비교해보고 가입하는 모바일 슈랑스는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말 모바일 가입 서비스를 개시한 인터넷 전업 생보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경우 전체 계약 중 20% 이상이 모바일에서 이뤄졌다. 모바일을 통한 보험 가입률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보험사들은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모바일 플랫폼 구축에 나선 보험사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전용 홈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이고 있다.최근에는 중형 생명보험사인 동양생명이 젊은 연령층을 타깃으로 온라인보험 홈페이지 ‘수호천사 온라인’(online.myangel.co.kr)을 개설하고 전용 상품 2종을 출시했다.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지 않아도 PC와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24시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의 모바일 서비스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수단을 이용한 보험료 결제 서비스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4대 손보사 중 하나인 KB손보의 경우 지난달 인터넷 자동차보험 브랜드 매직카다이렉트에 네이버페이 결제 서비스를 도입했다. KB손보는 급격히 진화하는 다이렉트 보험시장에서 좀 더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추후 새로운 결제수단을 추가로 도입하는 등 모바일 환경에 특화된 서비스 개발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보험사들은 상품 뿐만 아닌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생보업계 2위사 한화생명은 국내 보험사 중 유일하게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이를 기반으로 연내 온라인(e) 방카슈랑스채널을 확보하고 KT, GS리테일 등 컨소시엄 참여 기업을 통해 고객 기반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이에 앞서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개념 신용평가모형을 적용한 중금리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중위권 생보사 ING생명은 최근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변액보험 로보어드바이저펀드를 출시해 주목받았다.펀드매니저의 직관과 감정 등 인간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통해 운용되는 로보어드바이저펀드는 ‘모으고 키우는 변액적립보험 2.0’과 ‘ING 투(Two)X투 변액적립보험’의 운용사 경쟁형 펀드에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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