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

<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퇴직연금이 국내에 도입된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처음 제도 도입을 논의하던 때만 해도 DB형과 DC형 중 어떤 방식의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를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다 결국은 DB형과 DC형 두 가지 방식을 모두 도입해 회사와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퇴직연금 자산운용 주체가 상당수 회사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퇴직연금시장에 변화가 일고 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김동엽 이사에게 최근 퇴직연금시장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았다.

Q. 국내 퇴직연금시장에 변화가 보이고 있다. 회사 중심에서 개인의 영역으로 중심축이 옮겨가는 느낌이다.
매년 발생한 퇴직급여를 근로자 명의로 된 계좌로 입금해주면 근로자가 이를 운용하는 DC형 퇴직연금은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운용할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하고 이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 기존 퇴직금 제도와는 낯선 방식 때문에 초기에는 DC형보다는 DB형을 선호하는 기업과 근로자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퇴직연금 운용주체가 회사에서 개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퇴직연금을 새로 도입한 사업장 비중을 보면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두드러진다. 퇴직연금을 도입한 사업장을 보면 DB형은 2012년 49.7%에서 2015년 29.4%로 크게 감소한 것과 달리 DC형은 같은 기간 동안 33.4%에서 57.4%로 급증했다.

Q.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고 있는데 이 같은 추세가 퇴직연금제도에 어떤 변화를 끼칠 것으로 보는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면 급여와 함께 퇴직금 수준도 오르락 내리락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과연봉제와 함께 DC형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일부 기업에서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을 덜기 위해 매년 근로자에게 지급하던 경영성과급 중 일부 또는 전부를 근로자의 DC형 계좌에 적립해주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Q. DC형뿐만 아니라 IRP 적립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가장 큰 기폭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무엇보다 변화된 세제 혜택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세법 개정 이후 퇴직금을 IRP에 이체한 다음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 퇴직소득세를 30% 경감 받게 됐다. 이 같은 세제 혜택이 알려지면서 연금 수령자 수도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 연금 수급요건을 갖춘 퇴직자 중 퇴직급여를 IRP에 넣어두고 연금으로 받는 사람 비중이 지난해 1분기 3.1%에서 4분기에는 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또 지난해부터 연금계좌 세액공제 한도가 4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확대되면서 늘어난 한도 300만원은 퇴직연금에 적립할 때만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세제 혜택 확대로 지난해 근로자가 IRP에 추가로 적립한 돈이 6556억원이나 늘었다. 직전 연도(813억원)와 비교해 보면 8배 가량이나 늘어난 셈이다.

Q.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주체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이동하면서 근로자들에겐 자산운용이 숙제로 남게 됐다.
현재 DC형 적립금 운용현황을 살펴보면 원리금 보장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76.5%나 된다. IRP의 경우도 원리금 보장상품 비중이 67.8%로 압도적으로 높다. 물론 높은 금리를 보장해주면서 원리금까지 보장해준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퇴직연금 가입자가 가입할 수 있는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1.41%(2016년 7월 기준) 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원리금 보장상품만 고집할 순 없다.

그렇다고 은퇴 후 주요한 생활비 재원이 될 퇴직연금을 무턱대고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도 없다. 특히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하거나 DB형에서 DC형으로 이행하면서 목돈이 움직이는 경우에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근로자들은 퇴직연금 자산운용 방법을 꾸준히 학습하며 적극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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