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대형사 중심으로 해외사업 확장했지만
PF 부실로 줄줄이 파산하며 일장춘몽 그쳐
최근에는 모기업 통해 진출 후 노하우 이식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대형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해외진출 붐이 일었다. 그러나 저축은행의 주요 수익원이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출이 2008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를 거치며 부실화됐고, 이로 인해 30여개가 넘는 저축은행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저축은행의 해외진출도 일장춘몽(一場春夢)에 그쳤다. 최근에는 대표적인 해외진출 사례인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이 ‘JB금융지주-아프로서비스그룹 컨소시엄’에 매각되면서 화려했던 저축은행의 해외사업이 막을 내리게 됐다.

◇서민금융 뒷전…해외서 무리한 사업 확장

지난 2006년 자산 2조원 이상의 저축은행들은 미국, 캐나다, 독일,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 곳곳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골프장 건설, 벌크선 투자부터 현지 은행 설립 등 사업 분야도 다양했다.

저축은행은 감독규정상 해외증권 매입한도가 자기자본의 5% 이내로 제한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계열 저축은행은 물론 재무적투자자(FI), 일반투자자 등을 모집해 함께 해외사업을 진행했다.

진흥저축은행은 미국 시애틀의 한인은행인 ‘퍼시픽인터내셔널뱅크’와 로스앤젤레스의 ‘퍼스트스탠더드뱅크’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토마토저축은행 역시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테미큘리커머셜뱅크’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외투자에 나섰다.

한국저축은행은 베트남 가미그룹과 업무제휴를 맺고 부동산 개발 및 펀드 조성, 자산운용 등의 업무를 추진했다. 또 시중은행과 함께 필리핀 세부의 리조트 공사 자금을 지원하거나 카자흐스탄에 아파트를 짓는 일에도 참여했다.

부산저축은행은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신도시 개발사업을 벌이는 동시에 한국 금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은행인 ‘캄코뱅크’를 설립했다.

SBI저축은행의 전신인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SBI홀딩스와 공동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 상업은행을 세웠다.

◇부실로 해외사업 손도 못 대…新시장 개척은 시기상조

이 같은 저축은행의 무분별한 해외사업은 2008년 PF대출 부실 홍역을 치르면서 서서히 중단됐다.

현재 진흥·토마토·한국·부산 등 파산 저축은행의 해외 자산은 공적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매각 중이며, SBI저축은행의 프놈펜상업은행은 지난 11일 JB금융지주와 아프로서비스그룹에 분할 인수됐다. 현재 살아남은 저축은행의 해외투자 금액은 약 156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업계는 아직 저축은행이 해외사업에 나설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진출을 논하기에는 섣부르다. 우선 저축은행의 제도적인 부분을 정비하고 과거 부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예금자들에 대한 보상이 선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개별 저축은행이 해외에 직접투자하는 방식 대신 모회사나 대주주가 해외에 진출할 경우 해당 금융사에 저축은행의 서민금융 노하우를 이식해주는 방법을 활용한다.

이 관계자는 “규정상 저축은행은 자기자본의 5% 이내에서만 해외투자가 가능하다. 그 정도를 투자하기 위해 전세계를 돌며 새로운 투자처를 발굴하는 저축은행은 없을 것”이라면서 “지금은 개별 저축은행이 해외투자를 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