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문턱 못 넘은 서민 연 15% 안팎 금리로 대출
보증료 부담 있지만 중금리시장 경험하는 기회돼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내달 초 저축은행에서도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중금리 신용대출상품 ‘사잇돌대출’이 출시된다. 은행과 카드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 사이의 금리절벽을 없애자는 취지인데 좋은 취지만큼 흥행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0%대로 금리공백 채운다

저축은행에서 판매될 사잇돌대출은 상환능력은 있으나 신용등급이 낮아 은행 대출이 거절된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다. 이들이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대출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사잇돌 대출은 금융사와 SGI서울보증보험이 연계해 리스크를 줄인 것이 특징이다. 금융사가 서울보증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대출이 회수되지 않을 시 서울보증이 은행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시스템이 비교적 잘 갖춰진 은행권에서 지난달 먼저 연 6~10% 금리의 사잇돌 대출을 출시했다. 오는 9월부터는 부산·경남·대구·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저축은행에서도 판매가 시작된다.

저축은행의 사잇돌대출은 은행권 대출이 거절된 고객까지 흡수하기 위해 신용등급 8등급까지로 대상자를 확대했다.

온·오프라인에서 최대 2000만원까지 대출 가능한 ‘표준형’과 최대 300만원까지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로만 신청 가능한 ‘소액·간편형’ 두 가지로 나뉜다. 소액·간편형 사잇돌 대출은 대부업체의 고금리 소액대출 대상자를 위한 전환대출로 활용될 예정이다.

두 가지 상품의 대출금리는 모두 연 15% 안팎으로, 저축은행이 서울보증보험에 내야하는 보증료율은 1.81~5.32% 수준이 될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중신용 서민층 지원을 위해 만들어진 사잇돌대출로 인해 서민들의 금융접근성이 한층 더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금리대출 활성화 도화선 될까

그동안 저축은행은 신용대출 시 신용등급이 낮은 중·저신용자뿐아니라 고신용자에게도 연 20%대 고금리를 적용해 논란이 됐다.

실제 저축은행중앙회 홈페이지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저축은행의 평균대출금리는 신용등급에 관계없이 대부분 20%대로 형성돼 있다.

OSB저축은행의 평균대출금리가 27.65%로 가장 높았고 스타저축은행(27.40%), 인성저축은행(27.21%), 조은저축은행(26.95%), 세종저축은행(26.89%), 현대저축은행(26.60%), 모아저축은행(26.57%), HK저축은행(26.50%) 순으로 대출금리가 높다.

이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에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최근 사잇돌대출을 도입하게 됐다.

우선 온·오프라인에 대출판매 시스템을 갖춘 저축은행 30여개사가 참여키로 했으며, 5000억원 한도 소진 후 성과를 판단해 참여 저축은행을 추가 모집할 방침이다.

개별 온라인 거래 시스템을 갖춘 대형사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형사는 중앙회의 온라인 시스템을 공동 활용할 계획이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서울보증보험과 이달 말 협약식을 갖고 내달부터 사잇돌대출을 본격적으로 출시한다.

‘제2의 햇살론’ 될까…기대반 우려반

사잇돌대출 출시를 앞두고 업계의 반응은 두 가지로 갈린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중금리대출 시장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 사람들은 저축은행이 자체 개발한 중금리대출 상품과 사잇돌대출의 금리 차별성이 없다고 지적한다. 또한 높은 보증료율 탓에 저축은행의 적극적인 판매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달리 대부분의 저축은행은 보증보험과 연계해 대출을 시행해 본적이 없다보니 사잇돌대출의 높은 보증료율이 부담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인지 내부에서는 보증료를 내면서 대출을 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반면 사잇돌대출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가지고 있는 저축은행은 그동안 리스크 때문에 포용하지 못했던 중·저신용자에게까지 대출을 확대할 수 있고, 자체 상품이 없는 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시장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사잇돌대출이 자체 개발한 중금리대출 상품이 커버하지 못한 7~8등급의 저신용자까지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시장에 대한 데이터가 별로 없었는데 이번 사잇돌대출로 그 시장을 경험해봄으로써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반적으로 5% 정도의 마케팅 비용이 들어간다고 할 때 은행 연계성이 높은 사잇돌대출은 오히려 마케팅 비용이 절약돼 자체 중금리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것보다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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