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안마의자 등 내구재 구입 시
카드 할부보다 점수 하락 폭 커

#A씨는 곧 결혼을 앞둔 새신랑이다. 혼수를 장만하기 위해 전자제품 판매점을 방문한 A씨는 고가의 TV를 36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이후 신혼집 마련을 위한 전세금 대출을 알아보던 A씨는 자신의 신용등급을 조회하다 깜짝 놀랐다. 2금융권의 할부금융을 이용한 후 신용등급이 기존보다 2등급이나 떨어진 것. 화가 난 A씨는 해당 금융사에 항의하고 할부를 철회했다.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전자제품, 가구 등 고가이지만 실생활과 밀접한 내구재 상품의 경우 신용카드 할부로 구입하는 이들이 많다. 최근에는 카드사뿐 아니라 캐피탈, 저축은행도 최장 60개월의 장기 할부금융을 판매 중이다.

그러나 캐피탈·저축은행에서 할부금융을 이용할 경우 신용카드 할부보다 신용평점 하락 폭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차는 있지만 최대 2등급까지 떨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 할부금융의 경우 평균 0.5등급, 저축은행은 평균 1등급 가량의 신용등급 하락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용자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은 아니지만 대부분 할부금융 이용 시 신용평점이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기존에 은행 거래만 있고 2금융권 거래가 처음인 경우 신용평점의 하락 폭이 더 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신용대출도 아니고 할부금융인데 신용등급이 이렇게나 많이 떨어지는 것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할부금융은 부채로 인식돼 신용등급 평가 시 하락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 할부의 경우 지속적인 사용 시 신용평점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캐피탈·저축은행 할부는 한 번만 이용해도 신용평점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되면 등급의 경계선에 있는 사람의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해 은행 대출거절, 높은 금리부담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신용평가사는 할부금융 이용 시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는 있으나, 2금융권 할부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할부금융 이용이 신용등급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할부금융 이용자와 미 이용자를 비교했을 때 할부금융 이용자가 향후 연체를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신용평점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다만 2금융권에서 할부금융을 이용했다고 해서 신용등급이 더 많이 떨어진다는 것은 장담할 수 없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금액, 연체이력 등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진다고는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신용평가사들은 3년마다 최신 정보를 반영해 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하고 있다”며 “만약 문제점이 있거나 2금융권 할부금융과 신용등급 간의 통계적인 유의성이 발견된다면 이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동차 할부 시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사례가 발생, 중고차 대비 불량률이 적은 신차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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