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문혜정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이 크게 향상되며 금융시장의 관심 또한 뜨거워지고 있다.

하지만 IBM의 왓슨 등 인공지능 컴퓨터의 금융업 활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수백억에 달하는 거액의 투자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 도입을 고려 중인 시중은행 관계자는 “IBM 왓슨의 경우 백억대에 달하는 금액을 제시하고 있어 은행 입장에서도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IBM이나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인지도를 가진 기업 외에 국내 기업 중에서는 신뢰할만한 인지컴퓨팅 기술을 보유한 곳을 찾기 힘들어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IBM의 대표적인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지난 수년간 능력이 크게 향상되며 금융을 비롯해 의료, 제약, 교육, 유통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이를 적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왓슨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의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데다 투자비용도 만만치 않아 어려운 시장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IBM은 미국의 주요은행 중 유일하게 씨티그룹 한 곳과 협약 관계를 맺고 있다.

금융업계는 초기 금융서비스의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거액의 투자부담과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지만 향후 관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큰 만큼 시기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인공지능 컴퓨터는 일부 금융기관에서 은행 지점의 손님 응대를 비롯해 신용카드의 금융사기 감지, 자산관리 투자옵션 추천 등 일정 부분의 금융업무 수행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 씨티은행과 남아공의 네드뱅크(Nedbank)는 인공지능을 고객의 거래내역, 블록, SNS 등 소셜네트워크 데이터를 취합해 개인대출업무에 적용하거나 소비자 트렌드를 모니터링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호주 ANZ는 글로벌 자산관리부문에서 재무설계사의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에 왓슨을 활용해 몇 주가 걸렸던 재무설계 자문을 단 한번의 미팅으로 해결하고 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에서 고객 응대에 인공지능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본 MUFG는 스마트폰앱에서 가상 여자행원(Mai)이 고객을 응대하는 방식으로 인건비 등 경비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으며, 미즈호은행은 인간형 로봇(Pepper)을 설치한 점포를 올해 말까지 100개 지점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일본 닛폰코아 손해보험은 인공지능이 콜센터 직원과 고객의 대화를 듣고 가장 적합한 답변을 PC 화면에 보여주며 고객의 대기시간을 단축시키고 있다.

싱가포르의 DBS는 인공지능으로 상품정보와 고객 데이터 등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종목을 제안하는 자문서비스에 적용해 부유층에 특화한 자산운용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나금융연구소 김유진 연구원은 “최근 금융업계는 수익감소, 규제강화, 고객 요구사항 증가는 물론 비금융 산업군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새로운 성장기회가 필요한 상황”이라먀 “IBM, 구글 등 인공지능 업체의 한국시장 진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도 이를 활용한 다양한 금융서비스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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